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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바다건너 글동네] 가라지 세일을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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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 종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8-12-13 14:11 조회1,19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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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종구(한국문협 캐나다 밴쿠버지부)

 

몇해전 빅토리아 단독주택에 살 때였다. 이른 봄날 이사를 하기 위해 집에 안쓰는 물건들을 처분하기로 하였다. 물건들을 정리하면서 여러가지 일을 연상해본다.                

 

 

가라지 세일 하기전 일주일 전부터 물건들을 뒷마당에 내놓았다.  당일에는 물건값 붙이고, 일요일 아침에는 전에 쓰던 학원 사무실 책상 위에 진열해 놓았다.

 

팔고 또 내놓고 식사시간 챙겨가며, 무거운 것 내놓고 정리하고 숨가뿐 전투였다.

 

이 일을 통해 미리 다 정리와 진열들을 준비해 놓고, 잔돈도 챙겨놓고 해야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아침 문열자 마자, 아니 그보다 먼저 일찍 반짝 왔다 간다. 어떤 사람들은 동양인 집이라고 그냥 차로 지나치는 것도 보았다. 가라지 물건들을 정리하다 보니 반성할 점이 몇가지 떠올랐다. 아이들 물건 새로 사주었는데 (처음에는 큰맘 먹고 정성들여) 거의 쓰지 않거나 한두번 쓰고 썩혀 내보내니 안타까웠다. 자전거, 음악회 옷, 구두, 평상시 입는 옷들, 격에 맞지 않는 것들 등등.(사춘기에 거쳐가는 과정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넘어간다.) 일하면서 내가 스스로 식사나 모든 일을 챙기지 않으면 안되었다. 작은 딸애는 잔물건들을 진열하고, 큰딸애는 의자 나르고 또 마침 봄방학이라고 왔던 착한 마음을 가진 가이디언 학생이 도와 주었다.

 

짐정리 하다가 스웨터 짤라 놓은 것을 (가위로 조각낸 옷조각들) 보고 치매에 걸려 아무거나 짜르고 계셨던 어머니가 생각나 눈시울이 뜨겁고, 코가 시큰한 것을 느꼈다. 그러나 곧장 참으며 물건 정리에 들어갔다.

 

저녁때 파는 일 다 마치고 큰애는 가이디언 학생 데리고 쇼핑을 간단다. 결국 뒷정리는 우리 부부 둘 차지였다. 며칠 전부터 정리해서 피곤한데 아이들은 빠졌다. 오히려 옆집 아저씨가 도와 주었다. 가까운 이웃이 친척보다 낫다는 것을 실감해 본다. 그리고 아이들이 집근처에 붙인 광고판을 떼고 가지 않아 그것도 내차지가 되고 말았다. 이 일을 통해 내 인생의 압축된 현상을 본다. 결국 가정에서 부부만이 남게두고, 부부간에도 내조가 없으면 나는 어떤 일이든 이끌어 나가기 어려운 것 같다. 헌 옷을 내놓기 위해 빨고, 다리고, 풀 먹이고 (새로 풀도 사고 등등의 소비는 배보다 배꼽이 큰 경우가 되지 않나 저으기 걱정된다.) 내처의 도움이 컸다.

 

 끝나고 중국집 외식을 통해 모처럼 한자리에 모였지만 아이들의 철부지 행동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현실이 좀 아쉽다. 아무튼 같이 사는 동안이라도 계속 자주 타이르고 이끌어 주어야겠다. 이것이 부모의 책임이자 의무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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