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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바다건너 글동네] 캐리비안 크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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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근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8-12-27 09:22 조회1,19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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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근배(한국문협 캐나다 밴쿠버지부)

 

 

크루스에서 일 년을 근무한 적이 있다. 활짝 미소를 담고 수평선 위로 서서히 떠오르는 아침 햇살과 호화 찬란한 불타는 석양을 남기면서 저 멀리 잉크빛 바다 속으로 사라져 가는 매일 매일의 수많은 상념을 함께 한 채다. 그것도 무려 38년 전의 일이니 스스로는 내가 바로 콜럼버스라는 진취적이고 도전적인 사고방식으로 미지의 세계에 도전할 때였다. 

 

마이애미에서 출발하는 유람선을 세로로 세워놓는다면 당시 한국에는 그에 미칠만한 크기의 건물도 없을 때다. 마치 그 후에 건립된 63빌딩이 누워서 가는 규모보다도 클 것이다. 세계 각국에서 탑승한 승객도 승객이지만 그 유람선의 승무원 또한 900여 명에 달하는 다국적 별다른 세상이다. 오후 4시경 마이애미를 출항하는데 한동안 육지의 하이웨이와 나란히 달리는 모습이 재미를 더한다. 

 

공해에 도달하면 캡틴 파티가 있으니 볼룸으로 모이라는 방송이 나온다. 오늘의 여행을 계획하고 꿈꿔왔던 남녀 모두가 성장하고 감미로운 밴드의 연주 속에 차례대로 선장과 환영의 악수를 나누는데 멋진 흰색 해군 정장에 금테 줄을 견장과 소매에 치장한 콧수염의 멋진 선장은 관록과 권위가 넘쳐흐르면서 승객들에게 함께 할 항해의 안정감을 준다. 모두가 입장한 후에는 밴드 음악에 맞춰서 우아한 왈츠나 블루스, 탱고 등의 춤을 한동안 춘다. 서로 눈인사를 나누기도 하면서 승선을 같이한 먼 식구처럼 유대감을 도모한다. 감미로운 음악과 춤과 그리고 펼쳐지는 수평선을 향하여 낭만을 가득 실은 호화 유람선은 서서히 더 깊은 바다 가운데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간다. 

 

바다 색깔은 잉크색이다. 잠시 후 모두의 분위기가 약간 가라앉을 때 무대 한가운데로 당시 세계를 휩쓸던 Feelings 노래를 부르며 한 치의 빈틈도 없이 단정하게 입은 화려한 양복과 나비넥타이를 한 입이 딱 벌어지는 미남 가수가 나타난다. 노래가 중간으로 들어가면서 그가 서서히 양복저고리를 벗고 나비넥타이를 풀어 늘어트린 후 흰 와이셔츠의 윗부분 단추를 아래로 몇 개 풀어헤치면서 열창을 할 때면 이 크루즈의 판촉은 이미 끝난다. 부인들은 옆에 남편을 앉혀 놓은 채 가수의 매력에 그리고 연이은 Love라는 가사에 빠져서 넋들이 다 빠져서 정신을 잘 못 차린다. 

 

이 항해 노선에도 역시 경쟁이 치열한데 재밌는 쇼와 음식의 경쟁이 결정적이기 때문이다. 잠시 후에는 혼자 여행 온 사람들 모이라는 방송이 나온다. 그들끼리 상대를 정하게 하고 여행하는 동안 임시 파트너를 맺어주면서 같이 식사도 하고 댄스를 하며 친구가 돼줘서 외롭지 않은 항해를 하게 주선해 준다. 그런데 늘 여자가 남아돌아 가는데 그럴 경우에는 배에 근무하는 Officer 미남들이 파트너가 돼주면서 임무를 수행한다. 선장과 officer들은 거의 후환이 없을 것 같은 물렁물렁한 그리스인들이며 거의 다 콧수염을 기른 뱃사람들이니 다 서글서글하고 백구두에 해군사관 제복이 어울리고 풍류가 넘치는 멋쟁이들이다. 

 

거의 많은 시간 Bar는 열려있고 Casino가 열리고 디스코 룸이 있고 실내 골프장이 있고 수영장에는 남미 특유의 드럼통에 울룩불룩 동그랗게 뛰어나온 이상한 것이 있는데 나중에 보니 기막힌 악기로 해리 벨라폰다 등의 노래와 킹스턴 트리오 자메이카 노래 등을 흑인 가수가 연주하며 주로 라틴음악을 연주하고 부른다. 이국적인 색다른 기분이 넘쳐 흐른다.

 

위층의 아담한 방에는 70살은 되어 보이는 할아버지가 피아노 앞에 앉아서 클래식 음악과 손님이 신청하는 팝송도 연주하며 노래도 부른다. 지나온 과거를 같이 나누면서 담소하고 노래하고 위스키도 한잔하면서 서로 추억을 공유하고 흘러간 인생을 교류하는 Chamber도 있다. 지나온 세월을 공감하는 그 시대의 음악인과 대화하는 준비도 돼 있는 세심한 연출과 배려다. 선미에는 기계로 접시 같은 모양의 과녁을 쏘아 올리면 그것을 맞추는 사격시설도 있다. 저녁 식사 후에는 8명 정도의 무희들로 구성된 미니 쇼가 펼쳐지는데 잠자기가 아까울 정도로 수시로 먹이고 할 일이 많다. 댄스파티와 마술 등은 하루도 안 쉰다. 

 

나는 비록 말단이지만 한 부서의 장이기 때문에 바다가 보이는 선장과 식사를 할 수 있는 간부식당의 출입이 허용돼 있었다. 무려 일 년 동안을 세계 최고의 요리사가 조리하는 식사와 매일 다른 메뉴를, 평생 맛을 볼 수 없는 산해진미를 잘 먹었다. 그 덕분에다가 아내의 요리로 섭생을 잘해서 그 후 평생 감기 한 번 안 걸리고 건강을 유지했다. 

 

한국 음식이 그리워지면 우동을 만들어 먹는다. 주방에 미네스트롱 수프를 만들라고 하고 스파게티 국수를 따로 갖고 오라고 주문한다. 수프에 국수를 넣고 Tabasco를 넣어서 후추 좀 넣고 저으면 칼칼한 우동이된다. 샐러드를 한 접시 주문해서 후추와 소금 좀 넣고 역시 타바스코와 토마토소스 약간 넣어서 버무리면 일단 닭 대신 꿩이다. 

 

도중에 Freeport 섬에 도착하면 자유 시간이다. 16세기 때 캬리비안 해적의 본거지이기도 한 곳으로 그들이 본거지로 하기에는 너무나 아름답다. 죠니 뎁의 매력을 발산한 캐리비안의 해적 ( Pirate of Caribbean ) 영화가 공전의 히트를 했는데 캐리비안이 주는 막연한 동경이 사람들의 감성을 움직인 이유도 있을 것 같다. 이 제목의 영화가 나왔을 때 나는 참으로 반가워했다. 

 

항해하는 중 멀리 바다에 눈부신 은빛이 수백 미터 한 줄로 나타났다 없어지기를 계속된다. 점점 배에 접근하는데 수만 마리의 Dolphin들이 몇 겹씩 횡대로 줄을 지어서 이동하는 것이다. 마침내 배까지 접근했는데 절대 피해서 돌아가지 않고 배의 아래로 들어가서 반대편으로 나와서 계속 직진이다. 이 또한 여전히 잊지 못할 장관이다. 가끔 망망한 바다 위의 배 한 척 망루에 어디서 왔는지 큰 새 한 마리가 와서 앉는다. 수만 리를 날아오다가 배를 만나서 쉬는 것이 이 또한 늘 생각하게 하는 일 중의 하나이기도 했다. 

 

잉크색 아름다운 바다를 건너서 마침내 Bahama의 Nassau에 정박한다. Bahama는 캬리비안의 진주라고 하며 국가수반은 영국 여왕이다. 밤이 되면 부둣가에 자리한 나이트클럽에는 각 선박에서 하선한 남녀노소 각국 사람들로 초만원이 돼서 춤추고 마시고 롤링 피칭의 멀미를 털어내면서 실로 인생을 한 톨도 안 남기고 즐긴다. 한국에서는 server들이 마치 다 교회의 성가대처럼 엄숙하고 정갈한데 여기는 맥주를 나르면서 손님들보다 더 신나게 춤을 추며 정열을 발산하면서 서브 한다. 문자 써서 신선한 충격이었다. 검은 피부의 아프리카 노예의 후예들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바하마다. 

 

세계적인 휴양지인 Paradise Island에 가보면 큰 규모의 Casino가 있고 부자들의 휴양지답게 모든 시설이 호화찬란하다. 세상에는 가난한 자들보다 부자가 훨씬 더 많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이색지대다. 실각한 통치자들의 은둔처와 망명지로도 유명하다. 

 

마침 망년회를 한번 맞이했는데 볼룸에서 식사 후 댄스파티와 흥겨운 쇼 사회자가 카운트 다운을 시작했다. 드디어 영시가 되자 폭죽이 터지고 수많은 여자 남자들이 서로 키스를 주고받는데 몇 명의 여자가 나에게도 계속 키스를 퍼부어서 영문을 몰랐는데 서양의 관습임을 그다음 날 알았다. 남녀노소 단지 기쁨의 중요한 순간에 같은 자리에 함께했음을 감사해하고 축복하고 나누는 좋은 긍정의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다른 승객들은 며칠 동안 한정된 여행이라 미련을 갖고 내리지만 나는 일 년을 생활했으니 전혀 아쉬움이 없이 젊은 시절 처음 접하는 서구의 문화를 익히는 소중한 시간을 가졌고 각 대륙의 사람들과 교류했고 동서양 감각의 차이를 좁히는 힘을 기르는 값진 경험을 했다. 

 

그리고 그들은 평온한 바다를 여행하면서 지난날의 소중함을 되새기고 신혼부부들은 향후의 인생을 설계하고, 여기는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라는 곳을 느꼈다.

 

일 년 근무를 마친 후 나는 아프리카 케냐로 떠났다. 한 번뿐인 인생을 유감없이 다 소진해보려고 매력 넘치는 원시 세계에 나를 다시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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