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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문예정원] 삼 천 마일의 항해 -크루즈 동창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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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진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9-01-24 15:32 조회95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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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진 양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지난 늦가을에 플로리다에 갈 기회가 있었다. 대학 재 상봉 행사에 참여하기 위함이다. 남편이 동반자로 같이 등록했는데 속해 있는 시온 선교합창단의 선교 여행과 거의 맞물려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밴쿠버에서 동행하기로 등록한 친구는 봄에 불의의 교통사고로 심하게 다쳐 먼 여행길에 나설 자신을 잃어 취소해야겠단다. 나는 혼자서 갈 자신이 없어졌다. 사정을 알게 된 본부측에서는 아직 시간이 넉넉하니 좀 기다리며 상태를 보라고 했다. 만남을 기다리고 있는 친구들은 다친 친구를 위해 집중적으로 기도하며 용기를 주었다. 놀랍게도 빠르게 회복되어 예정된 날짜에 그의 여동생을 동반해서 함께 떠날 수 있었다. 혼자 보다 둘이 낫고 둘 보다는 셋이 더 낫다.

 

마침내 온 종일 걸려 목적지인 포트 로더데일(Fort Larderdale)에 도착했다. 역시 미국이다. 공항부터 몹시 복잡하다. 영어로 통할 수 있는 곳이니 우리 삼총사는 예약된 호텔로 쉽게 찾아갔다. 일단 등록을 확인하고 긴 하루의 피곤을 풀었다. 다음날 아침 로비(Lobby)에서 간단히 아침식사를 하며 낯 익은 얼굴을 대하니 말문이 열렸다. 그때부터 여행의 시작이었고 승선해야 할 시간 때문에 서로의 궁금증을 안은 채 셔틀 버스에 올랐다. 미리 인터넷으로 승선 수속을 마친 지라 소정의 절차만 거쳤다. 이름도 아름다운 ‘하모니 오브 더 씨즈’ (Harmony of the Seas: Royal Caribbean 회사) 라는 22만 7천톤 급의 초대형 호화여객선이다. 

 

처음 이틀 동안은 일 차 목적지인 세인트 토마스(St. Thomas, Virgin Island )를 향해  항해만 했다. 재상봉의 주요 행사가 이 때 진행되었다. 108명의 선후배와 41명의 동반자들이 첫 번 저녁식사 자리에서 함께 만났다. 몇 년에 한 번씩 보아왔던 동창도 있지만 54년 만에 처음으로 보게 된 동기도 있다. 각각의 다른 환경에서 다른 모습으로 변하고 성숙된 지난 반세기의 인생사를 어찌 하루 이틀에 다 말할 수 있으랴. 오랫동안 무소식이었던 친구는 3년 전에 밴쿠버에서 있었던 행사를 주관하면서 그의 현황을 찾아낼 수 있었고 마침내 이번 행사에 참여하게 되었다. 이민 사회에서 목회자의 아내로 살면서 자녀를 다섯 낳아 키웠고 지금 손주가 열 다섯이란다. 팔 년 전에 남편이 암 투병하다가 하나님 품으로 갔고, 자신을 동창들 앞에 나타내기 매우 어려웠다는 그녀만의 인생사를 알게 되었다. 식탁에 동석한 1년 후배 세 쌍은 지난번 행사 때 함께 록키관광을 했던 그룹이었다. 그 중에 두 남편은 각각의 사는 지역에서 문협활동을 하는 분들이다. 다른 한 분은 은퇴 목회자여서 대화의 소재가 끝이 없어 매일 저녁 식사 시간이 기다려졌다. 동반자가 취소된 상황이어서 나는 처음 만나는 9년 차 후배와 함께 지내도록 예정되어 있었고 준비된 객실에서 첫 대면을 하게 됐다. 

 

드디어 삼 천 마일의 항해가 시작되었다. 첫 날이라서 피곤하긴 했지만 미국 동북부에서 온 후배와 처음 만남인 데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많이도 나누었다. 학창시절을 같이 보내지 않은 9년 차 선 후배 간에 어쩌면 그리도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지. 설렘도 시차도 있어서 잠을 충분히 못 잤지만 ‘동창’이라는 단어가 갖는 커다란 의미를 느낄 수 있었다. 그는 미국에 와 살면서 한의학을 공부하게 됐고 현재 한의사로 진료를 한다.

 

8박 9일이라는 시간이 무척이나 순식간이다. 모이면 이야기하고 증명사진 찍고 준비해 온 단복으로 갈아 입고 또 찍고, 얼마나 소중한 순간들이었는지… 모든 여정이 끝날 무렵에는 룸 메이트가 마치 오래 소식 없던 피붙이 동생을 만났다가 헤어지는 것처럼 서운하기 그지없었다. 언니라 부르며 돌아오는 여름에는 보약을 지어 갖고 방문하겠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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