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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 청와대가 선택한 솔송주, ‘미스터 선샤인’ 그 마을 술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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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앙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9-01-28 09:31 조회1,28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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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설 명절을 맞아 ‘그 어느 때보다 설렘이 큰 새해로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 함께 잘 사는 사회, 새로운 100년의 시작으로 만들자’는 인사말과 함께 각 분야에서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분들과 국가유공자, 사회적 배려계층 등 1만여 명에게 선물을 보낸다. 올해 설 선물은 우리나라의 전통식품 5종 세트로 구성했다. 경남 함양의 솔송주, 강원 강릉의 고시볼, 전남 담양의 약과와 다식, 충북 보은의 유과 등 오랫동안 각 지역에서 우수 전통식품으로 사랑받아 온 식품으로 구성했다. [사진제공=청와대]

올해 청와대 설 선물로 선정된 ‘솔송주’를 빚는 술도가 ‘명가원’은 경상남도 함양의 개평마을에 있다. 지리산과 덕유산 사이에 60여 채 한옥이 600년 동안 자리 잡고 있는 마을로 고풍스러운 한옥의 원형이 잘 보존된 곳이라 관광명소로도 유명하다. 사극 촬영지로도 각광받는 곳으로 지난해 화제를 모았던 tvN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도 개평마을 곳곳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명가원은 드라마 속에서 최 참판 댁으로 등장했던 ‘일두고택’ 바로 옆에 위치해 있다. 일두고택은 중요민속문화재 제186호로 15세기 조선시대 유학자 정여창 선생의 고택이다.  

박흥선 명인이 솔송주를 빚는 도가 명가원 바로 옆에는 조선시대 유학자 정여창 선생의 일두고택이 있다. 지난해 화제를 모았던 tvN 드라마 ‘ 미스터 선샤인 ’의 촬영지기도 하다.

솔송주는 소나무 순인 송순과 솔잎을 넣어 만든 사대부의 술로, 개평마을을 지켜온 하동 정씨 가문에서 500여 년을 빚어온 가양주다. 지금 명가원의 수장으로 솔송주의 맥을 잇고 있는 이는 정여창 선생의 16대 손부(손자며느리) 박흥선(66) 명인이다. 대한민국 식품명인 27호이자 경남 무형문화재 35호인 박 명인을 설을 코앞에 둔 지난 금요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명인은 소감을 묻자 “그저 감사할 뿐”이라며 “앞으로 술을 더 잘 빚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커졌다”고 조용히 웃었다.    

솔송주를 빚는 명가원의 박흥선 명인

“시집오기 전 친정에서도 어머니가 술 빚으시는 모습을 보고 자랐죠. 옛날에는 집집마다 가양주를 빚었으니까요. 하지만 내가 이렇게 오래 술을 빚게 될 줄은 몰랐어요.”
40년 전 하동 정씨 가문으로 시집온 뒤 시어머니께 술 빚는 법을 배우고, 주변에서 맛본 사람들이 “맛있는 술 좀 많이 빚어서 여러 사람에게 먹여보자”고 권유해 술을 대량으로 만들기 시작한 게 지금 명가원의 시작이다.  
“전 사실 술을 못 마셔요. 한 모금만 마셔도 가슴이 두근두근 뛰고 얼굴이 빨개지거든요. 그래서 술을 만들 때는 혀끝으로만 맛을 보고, 주변사람들에게 맛보라 하고 평을 잘 새겨듣죠. 오래 빚다 보니 이젠 나만의 레시피가 생겨서 오히려 주변사람들의 말에 흔들리지 않고 초심대로 술을 빚고 있죠.”
처음 시집와선 누룩 냄새도 못 맡던 박 명인이 대량의 술을 빚게 된 이유는 ‘나라도 안 하면 이 술이 없어질까’ 하는 걱정에서였다. 소량으로 집안사람들만을 위해 빚던 술을 익명의 여러 사람을 위해 만드는 일은 생각보다 힘들다. 물리적으로도 힘들었지만 정신적으로도 고된 일이었다. 하지만 우리 전통주가 설 자리가 점점 없어진다는 게 정말 속상했다고 한다.    
“일본 사케는 우리나라에 들어와 비싸게 팔리는데 우리 전통주는 아예 존재조차 외면당하는 모습이 정말 속상했어요. 우리 곡식으로 빚은 술은 이 땅에서 자란 우리 몸에 더 좋을 텐데. 오기도 생기더라고요.”  
발효는 온도가 생명인데, 소량으로 빚던 것을 양을 늘리니 초기에는 적정 온도를 잡기도 힘들었다고 한다.  
“힘들여 담근 술을 10독이나 깨버려야 했던 때는 정말 그 술독에 빠져 죽고 싶더라고요.”  

솔송주를 빚는 박흥선 명인.

그래도 그 힘든 시기마다 좋은 경험이라 생각하며 버텨 현대식 도가인 명가원을 만든 지 22년. 솔송주(13도의 약주)와 담솔(40도의 증류주)로 한국의 전통주를 대표하게 됐다. 특히 솔송주는 2007년 남북정상회담 공식 만찬주로, 2008년 람사르총회 때는 건배주로 쓰이면서 명성을 얻었다. 대한민국 주류대상에서 연이어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솔송주는 역시나 주 재료로 쓰인 송순과 솔잎 덕분에 잔에 따르면 은은한 솔향이 코끝에 닿는다. 잠시 눈을 감으면 조선 시대 선비들이 유유자적하며 술을 마시던 풍경 속에 잠시 와 앉아 있는 듯한 기분도 든다. 원래 솔잎에는 타닌이 많아 떫은맛이 생기는데 솔잎을 찌고, 깨끗이 씻어서 물기를 짝 빼는 명인의 특별한 비법 덕분에 솔송주는 목 넘김도 부드럽고 뒤끝은 개운하다.  

대통령 당선 전인 2016년 명가원의 박흥선 명인을 찾아와 솔송주를 마셨던 문재인 대통령. "솔송주, 신선의 술입니다"라는 자필을 남겼다.

현재는 큰 딸 정가영씨가 명가원에 합류해 어머니인 박 명인을 돕고 있다.  
“날마다 나에게 야단을 맞고 있죠. 술 빚는 일이 힘든 걸 내가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안쓰럽기도 하지만 우리 문화를 잘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에 엄하게 말할 때가 많아요.”  
박 명인은 단순히 술을 빚는 게 아니다.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우리의 문화를 술 한 방울 한 방울에 담아 지키고 싶다고 했다.    
“젊은 분들이 이제 생각이 많이 바뀌어서 다행이에요. 처음엔 전통주를 무시하고 외면하는 풍조가 컸는데, 지금은 선호도도 높아져서 우리 술을 찾는 젊은 층이 많아진 걸 느끼죠. 정말 감사한 일이에요. 경쟁력이 있으려면 응원이 필요하죠. 술은 많이 마시면 독이 되지만, 적당히 마시면 약이 된다고 하잖아요. 앞으로도 우리 것에 관심을 많이 가져주길 바랍니다. 저도 앞으로 더 잘해야겠죠.”        
박 명인은 고려시대 청주인 ‘녹파주’ 복원에도 힘쓰고 있다. 역사 속에서 명맥이 끊긴 술인데 농총진흥청이 녹파주를 복원했고, 박 명인이 그 제조기술을 이전 받아 술 빚기에 노력 중이다.  

박흥선 명인이 솔송주를 빚는 도가 명가원 바로 옆에는 조선시대 유학자 정여창 선생의 일두고택이 있다. 지난해 화제를 모았던 tvN 드라마 ‘ 미스터 선샤인 ’의 촬영지기도 하다.

마지막 질문으로는 솔송주에 어울리는 음식 궁합을 물었다.  
“올리브 채널의 ‘2018 한식대첩-고수외전’ 최종우승자인 벨기에 셰프 마셀로가 솔송주 빚는 걸 배워서 벨기에에서 만들어보고 싶다며 왔었죠. 서양인 입맛에는 무엇이 떠올랐을까요. 원래는 고기류나 석이버섯 같은 고급재료들과 내놓았는데 사실 솔향을 방해하는 진한 향의 음식만 아니면 우리 음식에 골고루 다 잘 어울립니다.”  
명가원은 2015년 농림축산부의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선정됐다. 예약만 하면 직접 명가원에서 솔송주 빚기, 소주 내리기, 칵테일 만들기 등을 체험할 수 있다. 바로 옆의 우아한 한옥 일두고택과 울창한 노송으로 둘러싸인 개평 마을의 풍경을 눈에 담고, 은은한 솔향을 입 안 가득 담아 천천히 술 한 잔 하는 경험은 이곳을 찾은 이들에게 소중한 추억이 될 것이다. 
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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