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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 | [江南人流] "핑크색이 당신을 역겹게 만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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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앙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9-01-29 00:00 조회1,32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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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가 당신을 역겹게 만듭니까?”
1996년 한 미국 화장품 회사가 내놓은 광고 카피다. 화장품 광고라고는 믿기 힘든 문구와 눈가에 푸른 눈물 자국을 그린 채 손톱을 빨강·파랑·보라·골드 등 여러 컬러를 섞어 바른 모델의 모습이 잡지에 실리자 미국 화장품 시장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메이크업 브랜드 ‘어반 디케이’ 이야기다.  
이런 강렬한 광고를 만든 이유가 있었다. 당시 미국 화장품 시장은 소녀 같은 이미지를 풍기는 핑크 일색의 메이크업이 크게 유행하고 있었다. 어반 디케이 창립자 웬디 좀니르 CEO는 광고 행간에 ‘남들이 다 하는 똑같은 메이크업에서 벗어나 자신의 개성대로 다양한 메이크업을 하길 바란다’는 의미를 담았다. 지난 9월 말 미국 어반 디케이 본사를 직접 찾아가 좀니르 CEO로부터 그가 진짜 원하는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글(LA)=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사진=어반디케이

화장품 브랜드 ‘어반 디케이’ 본사 내부. ’획일적인 것을 거부한다.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창립자 웬디 좀니르 CEO의 철학에 맞춰 영화 세트장을 연상시킬 만큼 모든 공간을 각각의 성격에 맞춰 특색있게 꾸몄다.

이 회사, 처음 시도했던 광고도 광고지만 사실 브랜드명부터 범상치 않다. 어반 디케이(urban decay)란 우리말로 ‘도시의 쇠퇴’란 뜻이다. 예쁘고 아름다운 의미를 가진 말들로 채워진 뷰티업계의 분위기로 보면 참 획기적이면서도 이질적이다.  
제품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네이키드’란 이름의 다양한 컬러를 담은 아이섀도 팔레트로 유명하지만, 이들이 처음 만들어낸 네일제품과 립스틱에는 ‘스모그’ ‘담배꽁초’ ‘녹조’ 같은 환경·사회적 문제를 표현한 단어들이 사용됐다. 컬러 또한 보라색·초록색·회색 등 당시로선 잘 사용하지 않은 것들이었다. 지금 어반 디케이는 미국 소녀들 사이에서 일하고 싶은 ‘꿈의 직장’이라 불릴 만큼 인기 있는 화장품 회사로 성장했다. 실제 이곳 직원들은 어반 디케이를 '여자를 위한 회사'라고 말한다. 이 회사의 진짜 모습은 뭘까.

브랜드 컬러인 보라색으로 칠한 ‘마더쉽’ 빌딩.

어반 디케이 본사는 L.A에서 차로 약 2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항구도시 뉴포트비치에 있다. 작은 도시지만 미국인들이 은퇴 후 살고 싶어하는 휴양도시로 유명하다.    
바닷가에 늘어서 있는 요트를 지나 도심으로 들어가자 건물 전체가 보라색으로 칠해진 거대한 어반 디케이 본사 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곳은 ‘마더쉽’이라 부르는 사무공간을 중심으로 제품 개발 부서가 있는 ‘크리에이션’, 디지털 콘텐트 및 광고 등을 제작하는 ‘스튜디오’까지 3개의 단층 건물로 구성돼 있다.  

다른 디자인의 의자들을 모아 꾸민 스튜디오 앞 대기 공간.

모든 브랜드 전략이 수립되고 외부 미팅이 이루어지는 곳은 좀니르 CEO가 근무하는 마더쉽이다. 이곳은 한적한 휴양도시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마치 할리우드의 영화 세트장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브랜드 컬러인 보라색을 기본으로 한 넓은 사무 공간은 일하는 직원과 공간 성격에 맞게 꾸몄기 때문인데 책상 위 모습이나 의자, 심지어는 화장실도 각기 다른 컨셉트로 꾸며 같은 공간이 없다. 획일적인 것을 싫어하고 개성을 추구하길 바라는 이들의 정신이 다채로운 공간만으로도 잘 드러났다.

직원들은 자신의 스타일대로 책상을 꾸몄다.

그래피티가 가득 그려진 화장실 내부.

이곳이 미국 10대 소녀들이 일하길 원하는 회사로 꼽히게 된 이유는 또 있다. 어반 디케이란 회사를 검색했을 때 가장 먼저 나오는 이야기는 근무 환경이다. 그 중에서도 반려견 동반 출근이 대표적인 장점으로 꼽힌다. 직원의 절반 이상이 회사에 반려견을 데려오고, 일하는 동안 자신의 책상 밑에 머물 수 있게 한다. 때문에 이곳의 책상 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반려동물용 쿠션과 장난감이다.

반려견과 함께 근무하고 있는 직원.

'청크'란 이름의 반려견을 데리고 근무하는 세일즈팀의 케이티는 "일하는 동안 반려견 걱정을 덜어 일에 몰두할 수 있어 좋겠다 정도만 생각했는데, 반려견과 함께 있으면서 일로 받는 스트레스를 바로바로 해소할 수 있어 일 능률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사무실을 한바퀴 둘러보는데 핑크색 드레스를 입은 좀니르 CEO가 뛰어나와 인사를 건냈다. "이번 아이섀도 팔레트 컨셉트가 체리여서 이렇게 옷을 입었다"는 그는 직접 기자를 회의실로 안내했다. 회의실 역시 기대를 깨지 않았다. 천장엔 큰 샹들리에가 달려있고 의자는 모두 다른 모양이었다. 한쪽 벽 전체는 그라피티가 가득 그려져 있어 마치 클럽 같은 분위기가 풍겼다.

화장품을 너무 좋아해 직접 브랜드 를 만들었다는 ‘어반 디케이’ 창립 자 웬디 좀니르 CEO.

더 놀라운 건 바로 다음 순간 일어났다. 회의실에 들어온 좀니르의 비서가 한쪽 팔에 작은 강아지를 안고 있었다. 인터뷰 내내 그는 자신의 작은 강아지를 무릎에 앉혀 놓은 상태로 상사의 말을 기록했다. 공식적인 회의 자리에까지 반려견을 데리고 들어오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어반 디케이는 어떤 회사냐'는 질문에 좀니르 CEO는 망설임 없이 "스트롱 시스터후드(strong sisterhood·강력한 자매애)"라고 답했다. 여자를 위한, 여자끼리 똘똘 뭉쳐 일하는 회사란 의미다. 그는 "많은 엄마와 엄마가 될 사람들, 즉 여자들이 편하게 그리고 마음껏 일하기 위해선 '워크 다이어트' 대신 '워크 크리에이티브' 할 수 있도록 근무 환경을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 일환으로 그가 선택한 첫 번째 방법이 반려견과 함께하는 근무였던 것. 동물실험도 전면 반대한다. 좀니르 CEO는 "나는 비건(채식주의자)은 아니지만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동물 실험에 절대 찬성할 수 없다. 어반 디케이 역시 동물 애호가를 지지하는 비건 프랜들리 브랜드"라고 말했다.   
오후 5시가 못돼 인터뷰를 끝내고 회의실을 나오니 이미 사무실이 텅 비었다. 근무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지만, 집에 일이 있거나 아이 문제가 생길 땐 자율적으로 근무시간을 조정한다. 정말 여자를 위한 근무 환경이 잘 갖춰져 있는 곳이라 인정할만하다.  

새로 출시한 어반 디케이 아이섀도 팔레트 '네이키드 체리'.

좀니르 CEO는 오는 11월 신제품 아이섀도 팔레트 '네이키드 체리'를 홍보하기 위해 서울에 온다. 그는 마지막으로 "요즘 한국에선 워라밸 이슈가 뜨겁다고 알고 있다"며 한국인들에게 제안하고 싶은 게 하나 있다고 했다. 
"워라밸을 이룰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스포츠에요. 특히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스포츠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삶이 윤택해지고 자기 자신을 찾게 되죠. 나 역시 서핑을 통해 나를 돌아보게 됐고, 그렇게 찾은 나를 표현하기 위해 점점 더 창의적으로 변했죠. 여러분들도 이 방법에 도전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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