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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춘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9-01-31 14:16 조회1,15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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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춘희 (한국문협 캐나다 밴쿠버지부)

 

 

 

 

 

함께 산다는 게 쉬운 일인가? 그런데 할 수만 있다면 함께 살아도 좋다는 생각이다

 

 

아들 내외와 두 손녀딸 그리고 아래층에 사는 나까지 5식구는 연말에 7명으로 불어났다.

 

 

20년 이상을 미국에서 살던 딸이 드디어 우리와 함께 살게 되어 뉴욕 만하탄 살림을 접고 성탄절을 조금 앞두고 살림을 몽땅 차에 싣고 우리 집으로 이사 해 들어 왔다. 아들네는 위층에 살고 아래 충은 suite in law, 즉 시 부모나 친정 부모들이 사는 아래층에 과부가 된 내가 살고 있었으니 맘 놓고 아래층으로 딸 내외가 들어 왔다. 딸린 애들이 없으니 더욱 가능한 것이다. 사람만 온 것이 아니라 송아지만 한 개까지 데리고 들어 와 내 산책 동반 견과 모두 합쳐 식구 7에 개식구 두 마리, 벅적이며 살고 있다.

 

 

누구보다 집안 살림은 안주인 몫인데 맘씨 착한 며느리는 군식구 늘었다고 불평은커녕 시누이와 어울려 신 나는 모양이다. 아이들도 고모 고모부가 있어서 좋아라! 한다.

 

 

처음 며칠간은 아이들이 눈만 뜨면 고모 방에 들어가 속닥거렸다. 유난히 아이를 좋아하는 고모니까 아이들에게 고모는 대 인기이고 할머니는 아예 뒷전이 되어 버렸다.

 

 

아침 식사는 각자가 알아서 해결 하고 점심은 전 날 먹고 남은 것으로 각자 해결하고 저녁 한 끼는 모두 함께 한다. 저녁 식사는 아주 중요하다. 저녁 식사 후에는 할머니와 애기와 강아지들만 집에 남고 애 어른 모두 일주일에 3 번 이상 헬스장으로 가서 운동들을 한다. 그러니 저녁 식사는 아무리 늦어도 5시 전에 끝내야 한다. 아들은 혼자 다니던 운동을 매형과 함께 다니니 더욱 신바람이 났고 며느리도 시누이와 운동을 하니 좋은 모양이다.

 

 

그 많은 식구들 저녁 식사 준비는 당번제는 아니지만 대충 그런 식이다. 식사가 끝나면 설거지는 식사 준비를 하지 않은 사람 차례다. 나는 거저 얻어먹는다.

 

 

매일 아침 새벽 미사를 다니는 나는 미사를 다녀 온 후 위층에 올라가 눈에 띄지 않는 봉사 활동을 개시한다. 일단 부엌 싱크대에 널려 있 설거지 거리들을 말끔히 치운 후 대충 아이들 방도 정리 해 주고 그리고 내 강아지와 산책을 나간다. 강아지 산책시간에 그 날 오후 할 일도 계획하고 이런 저런 일들을 생각하며 동네를 휘젓고 들어온다. 이렇게 아침 시간을 보내면 오후는 느긋하게 내 할 일들을 한다. 때로는 한국 영상물도 감상하면서. 주말은 금요일 저녁부터 시작된다.

 

 

옆집에 사는 젊은 부부가 아들네처럼 또래가 둘 있어서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어른은 어린끼리 잘 어울린다. 그래서 금요일 저녁식사는 이 집 저 집 옮겨가며 함께 식사를 한다. 모두 함께 하면 11명이 식사를 하게 되지만 한 번도 힘들다고 불평하는 사람이 없다. 식사 하는 집에서 메인 디쉬 한 접시만 준비하면 나머지는 알아서들 들고 온다. 함께 스포트 게임도 보고 아이들은 저희끼리 잘 논다.

 

 

왜 함께 사는 게 피곤한가?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다.

 

 

밥 한 끼 먹는 것을 의무로 생각하고 만들면 얼마나 힘이 드는 일인가! 그러나 오늘 저녁은 파티를 한다 생각하고 준비하면 너무 신바람 나는 식사 준비가 된다.

 

 

함께 사는 것이 피곤하다고 생각하면 한 없이 피곤하다.

 

 

예를 들면 나는 나만의 공간이 필요하다. 나는 글 쓸 때나 내 작업 시에 조용히 혼자 있어야 한다. 나는 화장실을 혼자 써야 한다. 나는 매일 한국 음식을 먹어야 한다. 나는 자식들이 이래라 저래라 하는 지시를 받고 싶지 않다. 등... 자기를 주장하면 공동생활은 불가능하다. 공동생활에서 필수적인 조건은 자기를 내 세우지 말고 아무리 내가 옳더라고 자식들의 의견을 따라 주는 것이다.

 

 

아이도 그렇고 어른도 성숙된 자기 포기와 양보와 타협은 공동생활에 없어서는 안 되는 요소들이다. 아이들도 고모와 고모부와 함께 살면서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을 보게 된다. 어른들이 정리 하라는 독려의 소리를 듣게 되면서 아이들이 점점 달라지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나는 포기를 잘 한다. 어떤 때는 아이들 음식이 입에 맞지 않을 때도 있지만 적당히 먹는 흉내만 내고 아래 충에 내려와 내 나름의 음식을 먹는다. 맘먹기에 따라 힘든 일도 쉽게 느껴질 수도 있다.

 

 

아이들이 모두 함께 사니 주거비도 줄이고 생활비도 삭감되어 경제적으로 득이 됨은 말 할 나위도 없다. 활동 공간이 줄어들지만 그만큼 사랑도 더 해 가는 것 같다.

 

 

핵가족 시대에 시간을 거꾸로 더불어 사는 삶이 더 건강하다는 것이 나의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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