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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문학가 산책] 전후 최고의 작가 최인훈의 소설 - 광장(廣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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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유병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9-02-14 13:11 조회1,18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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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6bb0206bdf49ff5a91f4c70296884ef_1550178873_0785.jpg유병수 / 시인. 소설가

 

 

 최인훈(1936 - 2018)은 전후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가운데 하나로서, 그의 작품들을 통하여 한국인의 삶의 궤적을 20세기 세계사의 진폭 속에 위치시키면서 동시에 인간 존재의 본질 규명에 주력해 온 폭넓은 사유를 보여준 바 있다. 그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광장>은 1960년에 발표된 이래로 지금까지 여러 세대를 거쳐 읽혀 온 작품으로, 문학사적으로 ‘기념비적인 작품’또는 ‘한국 소설계의 우상’으로 평가받은 작품이다. 이 작품이 오늘을 사는 젊은이들에게도 새로운 경험과 지적 모험을 자극하는 ‘현재성’을 확보하고 있다면, 그러한 현재성은 어떻게 규명될 수 있을까? 이 작품에 대한 독서는 바로 이러한 의문에 대답하기 위한 시도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이 작품은 어떤 형태로든 우리 민족의 분단 상태가 지속되는 한 이데올로기의 억압적 상황을 잘 드러내주는 소중한 기록으로 거듭 읽힐 것인가, 아니면 그러한 이데올로기의 코드에서 벗어나 새로운 독해의 가능성을 열어줄 것인가? 

 

 이 작품은 분단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룬 최초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넓게는 한국 문학사, 좁게는 한국 소설사에서 큰 의미와 중요성을 지닌다. 물론 <광장> 이전이나 이후에도 남북의 분단 상황과 좌우 이데올로기를 다룬 작품들이 많이 발표되었으나, 편향된 시각으로 분단문제에 접근한 이 작품들은 엄밀한 의미에서 분단문학이라고 보기 힘들다. 분단문제와 관련하여 <광장>은 남한과 북한의 정치 이데올로기를 비교적 균형 있게 다룬 첫 번째 작품이라는 문학사적 평가를 받는다.

 

 최인훈은 이 작품에서 북한의 공산주의 이념과 남한의 자유민주주의 이념에 대해서 냉철한 균형감각을 유지하면서 깊이 있는 비판과 성찰을 보여준다. 분단 현실에 대한 이러한 냉철하고도 균형 있는 성찰은 이념의 본질과 진정한 삶의 행복과 관련해 오늘까지도 소중한 통찰의 기회를 제공해주고 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공산주의와 자본주의의 이항대립을 뛰어넘을 수 있는 제3의 이데올로기를 발견할 수 없다는 절망감 때문에 죽음을 선택하지만, 기실 이러한 절망감은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여전히 절실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작품은 단순히 인간성을 말살하는 이념의 횡포에 대한 성찰에 지나지 않는다면, 명시적인 목적을 염두에 두고 쓴 대부분의 이념 소설이 그러하듯이 한국 소설사에서 고전의 반열에 오르지 못하였을 것이다. 즉 이 작품은 이데올로기의 허구성을 드러내는 동시에, 삶의 일회성에 대한 첨예한 인식이나 개인과 사회의 긴장과 갈등, 인간 자유의 문제 등과 같은 실존주의적 주제들을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또한 <광장>은 ‘이명준’이라는, 한국 소설사에서 보기 드문 관념적 주인공을 창조하였으면서도 인간의 내면 심리에 대한 뛰어난 통찰을 통하여 4.19 이후의 한국 소설사가 전후 소설의 관념적 경향에서 벗어나 내면 공간에 대한 섬세한 관찰을 이룩할 수 있도록 한 중요한 전기로 평가받는다. 이 작품의 중요한 주제로 ‘이데올로기’와 더불어 ‘사랑’이 언급되는 것도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이다. 또한 이 작품이 전통적인 리얼리즘 소설이 즐겨 사용하는 연대기적 서술 방식을 버리고 내면 독백이나 꿈과 같은 실험적 기법을 동원한 것도 이데올로기나 이념에 의해 일방적으로 결정되지 않는 풍요로운 내면의 삶을 드러내려는 작가의 의지로 해석된다.

 

 <광장>은 <광장을 읽는 일곱 가지 방법>이라는 비평서가 출간될 정도로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되는 작품으로, 이러한 소설의 열린 구조는 이 작품을 비롯하여 최인훈 소설의 ‘현재성’을 담보해 주는 중요한 원동력으로 기능하고 있다. 지금까지 최인훈과 관련해 많은 학위논문들과 평론들이 발표되었다는 사실은 최인훈 문학이 지금 이 시점에서 반드시 읽혀져야 한다는 점뿐만 아니라 그의 문학이 다양한 관점에서 조명될 수 있는 풍요로운 상징체계임을 증명해 주고 있다.

 

 그 한 예로 소설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주인공의 죽음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들 수 있는데, 이는 작품의 결말을 단순히 한 젊은이가 사회주의나 공산주의 사회를 흠모하다가 환멸을 느낀 결과로 간주할 수 없게 한다. 이데올로기나 이념적 시각을 벗어난 눈으로 그의 내면을 들여다본다면 그의 자살행위는 바다로 상징되는 영한한 고향 또는 생명의 모태로의 회귀로 해석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해석은 작품의 명확한 메시지 전달을 약화 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문학 작품으로서의 생명력을 확보해 주고 있다는 점에서 고전으로서 문학 작품에 대한 우리의 독서 방식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마지막으로 이 작품은 처음 발표된 이래로 무려 어섯 번의 개작 과정을 거쳐 다듬어진 작품이라는 점에서 언어에 대한 작가의 자의식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개작 과정에 대한 관찰을 통해 어떤 부분이 수정되었고, 첨삭되었으며, 그러한 수정과 첨삭이 작품에서 갖는 의미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는 것도 이 작품 감상의 중요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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