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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문예정원] 안과 의사와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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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현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9-02-14 13:18 조회1,19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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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6bb0206bdf49ff5a91f4c70296884ef_1550179117_7177.jpg김현옥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위니펙에서 살다가 밴쿠버로 이주한 1987년도에는 메트로 타운 쇼핑몰은 지금처럼 크지 않았다. 쇼핑몰 내에 Eaton’s, Woodwards, Bretton’s, Sears, Zellers, Hudson’s Bay 백화점들이 있었는데, 차츰 하나씩 파산하며 없어지고, 이제 Hudson’s Bay 백화점만 남아 있다. 오타와와 위니펙에서부터 오랫동안 쇼핑했던 백화점들이 사라지니 무언가 삶의 추억 조각 증명사진들이 없어져 버리는 느낌이 든다. 메트로 타운 쇼핑몰은 메트로폴리스 몰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게 되며 쇼핑몰의 크기가 확장되어 많은 가게가 들어서 있고 브리티시 컬럼비아주에서 가장 큰 쇼핑몰이 되었다. 그 동안 여러 작은 가게들이 생겼다가는 사라지고, 다른 가게들이 들어오며 변하는 것을 보게 된다. 스타일과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 좋아했던 Tabi 숙녀복 점도 문을 닫은 지 오래되었다. 손주들이 태어난 이후로 가장 많이 애용하던 아동복 점인 Gymboree도 파산하여 곧 문을 닫는다고 하여 마음이 서운해지고 있다. 늘 주위에서 보며 살고 있어도 오래된 낮은 건물들이 없어지고 새로운 빌딩들이 세워지며, 쇼핑몰이 확장되어 새롭게 변화됨에 놀라기도 한다.

메트로 타운 쇼핑몰 4층에는 이주한 초창기부터 다니고 있는 안과의사 (Optometrist) 클리닉이 있다. 아직도 같은 위치에서 같은 안과의사가 일하고 있는데, 우리는 2년마다 정기 검진을 받고 있다. 그 의사가 막 클리닉을 오픈한 때부터 다니기 시작하였는데, 30대 초반의 머리칼이 검은 중국인 젊은이였다. 처음 검진을 하게 되어 이야기를 나누며 그가 University of Waterloo를 졸업한 우수한 의사로서 자녀가 둘이 있다고 듣게 되었다. 검진 때마다 만나면 의사는 우리의 근황도 물어보곤 하며 친하게 되었다. 검진 후에 나에게는 늘 눈이 아주 좋다고 하여 기분이 좋았는데, 50세쯤 되니 돋보기를 처방 받게 되었다. 안경 한번 안 쓰고 공부하고 살아오며 계속 좋을 것으로 기대 및 착각하였던 내 눈도 노화의 반열에 들어감을 겪게 되었다. 

최근에 정기 검진을 받으러 가니 두 사람의 다른 젊은 안과의사들이 합류하고, 우리 주치의는 곧 은퇴할 거라고 접수하는 직원이 알려 주었다. 항상 그는 젊다고 첫인상으로 기억하며 살다가, 지난 32년의 세월을 계산하니, 그도 은퇴할 나이가 되었다. 그날 안과의사로부터 아직 손주가 없다는 소식을 들으며 의사를 보니, 하얀 머리들이 유난히 많아져 보여 마음이 슬퍼졌다. 검진 후 집으로 오면서 남편에게 그 안과의사가 은퇴하여 못 보게 되면 너무 서운할 것 같다고 하였다. 역시 이주한 초창기부터 십사 년 동안 주치의로 보던 일본인 가정 의사도 은퇴하게 되어 다른 의사로 바꾸게 되었고, 후에 은퇴한 주치의였던 가정 의사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마음이 빈 것 같았다. 가족 친척을 떠나 이국 땅에 살면서 오랜 세월을 두고 만나게 되는 사람들과의 이별은 마음을 서운하게 한다. 

오래 전에 만났던 사람들을 세월이 많이 흐른 후에 만나게 되면, 많이 늙고 달라진 모습을 발견한다. 상대방도 내 모습을 보며 똑같이 느끼고 있다고 생각하며, 참으로 흘러가는 세월을 아무도 비켜 갈 수 없음을 새삼 느낀다. 어린 손주들이 태어나 무럭무럭 성장함을 바라보며,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는 반대로 세월이 지나며 점차 노화되어감을 피부로 마음으로 절감한다. 십 년이 지나면 강산이 변한다고 하는데, 주위 환경은 세월이 지나면서 변하고, 사람들의 모습도 변화하며, 정든 사람과 이별도 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우리의 눈을 검진하며 지속해서 돌보아 준 고맙고 친절한 안과의사와 이별하게 되지만, 만남의 시간은 소중한 추억으로 남게 되었다. 세월 따라 우리의 겉 사람은 늙어지나 우리의 속 사람은 날로 새로워지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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