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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바다 건너 글동네] 그 시절 우리의 행복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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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9-02-21 15:58 조회1,33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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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 

 

 

 

 

 우수(雨水)는 눈과 얼음이 녹아 봄기운이 감도는 절기이다. 산과 들의 모든 생명은 봄의 북소리에 맞춰 봄인사를 시작한다. 물오른 초목들은 땅에서 싹을 틔우고 북쪽 하늘을 향한 철새 떼의 날갯짓도 분주해진다. 길어진 낮의 기운을 받은 대지에서 봄의 숨소리가 들려온다. 우리 집 창문으로 보이는 봄 풍경 저 멀리 벌크 산이(Burke Mt.) 병풍처럼 자리 잡고 있다. 해가 갈수록 민둥산이 되던 산은 이제 산 중턱까지 집들이 빽빽이 들어차 있다.

 

 나는 요즘 스웨덴의 언어, 경제학자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의 <오래된 미래>를 읽고 도시 중심화 문제에 대안을 찾는 저자에게 깊은 공감을 하게 되었다. 인도 히말라야 북부 라다크에서 16년간 생활하던 저자는, 척박한 환경에서도 공동체를 통해 전통문화를 지키며 자급자족하는 라다크인들의 문화와 철학에 깊이 매료되었다. 그들은 환경 공해 없는 맑은 공기 속에서 규칙적으로 일하며 정제되지 않은 음식을 먹고 평화롭게 살고 있었다. 또한 공동체 안에서 ‘공존'이 내 이익을 찾는 일보다 중요한 가치라고 믿으며, 이웃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살았다. 그러나 라다크에 개발에 따른 문제점들이 드러나기 시작하자 저자는 유한한 지구의 자원이 지속 가능하게 쓰이기를 바라며, 그들의 공동체와 생태계 보전을 위한 연구에 집중했다.

 

 글로벌 경제화로 인한 세계 곳곳의 독성 물질과 방사성 물질의 폐기는 미세 먼지를 비롯한 환경 오염과 지구 온난화로 우리 모두를 위협하고 있다. 라다크에서 진행되어 온 도시 중심화의 결과는 가족 공동체 해체와 전통문화의 쇠퇴, 빈부 격차 심화, 실업률과 범죄 증가율의 가속화를 불러왔다. 수익의 무한 추구를 꾀하는 거대 기업들은 소비자들이 자신이 속한 전통과 가족 공동체의 연관성을 무시한 채 획일화된 문화권 속에서 살도록 영향을 미친다. 이 결과 세계화된 사회에서는 광고나 상품의 이미지를 통한 모방 욕구에 의해 나의 정체성을 만들어 가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저자는 라다크인들이 글로벌 경제화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며 인도의 중앙 정부와 주 정부, 뜻을 같이하는 라다크 사람들, 서방의 많은 연구기관과 개발에 따른 문제점의 대안을 찾고자 했다. 우선 경제성이 있는 재생 에너지 사업으로 태양열 주택 난방과 진흙 벽돌 그리고 짚을 이용해 전통가옥을 개량해 나갔다. 또한 1991년 ‘ISEC(International Society For Ecology And Culture)’라는 국제기구를 설립해 생태 친화적이고 공동체에 기반을 둔 에너지와 농업 그리고 전통문화와 건강 등의 생활방식을 장려하고자 했다. 저자는 도서관 설립, 연극 공연, 라다크와 세계 여러 도시에서의 강연, 지역 주민 연수와 교육 목적의 비디오와 출판물 제작에 힘을 쏟았다.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는 강조해 말하고 있다. “미래 지구 환경을 보장하는 유일한 길은 지금 이 순간 많은 사람의 인내와 책임 있는 행동이다. 현재의 잘못된 행동들이 미래 개발이라는 예정 아래 정당화되어선 안 된다. 환경 재난과 사회개발을 막으려면 세계화 경제의 대안인 지역 경제 중심을 가슴으로 안아야 할 것이다.” 바른 정치인에 한 표 주기, 절제된 소비 생활, 유기농법의 텃밭 가꾸기, 세심한 재활용( Recycling), 지역 사회 봉사---, 나는 환경 보전을 위해 내 생활 주변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열거해 본다. 

 

 개발의 거센 바람이 불기 전 내 고향 사람들도 자연 친화적 환경 속에서 모두가 자급자족하며 평화롭게 살고 있었다. 땅이 큰돈으로 환산되기 전 사람들은 가족 간의 갈등과 불화 없이 깊은 결속력으로 이웃과의 관계와 주변 환경을 거스르지 않았다. 상호협조하는 가운데 안정된 삶을 살던 사람들은 마을과 대가족의 공동체 속에서 서로가 분리될 수 없다고 믿고 있었다. 내가 어릴 때 우리 집 마당은 윗마을 사람들의 지름길이 되어 자동차와 마차까지 지나다녔는데, 할아버지께선 이것을 결코 문제 삼지 않으셨다. 이 일은 내 불편을 감내하면서도 이웃과의 신뢰와 결속에 비중을 둔 배려가 아니었을까. 또 먼 친척이 예정 없이 찾아와 오래 머물 때, 식구 중 누구도 불평하는 일이 없었고 손님도 자연스럽게 우리 식구처럼 어울린 기억이 있다. 여름밤 식구들이 손님과 멍석 위에 둘러앉아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던 그때는 분명 돈이 최고의 가치가 아닌, 우리가 그리워하는 '국민총행복 지수 GNH(Gross National Happiness)’가 높았던 시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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