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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 젊은 손길 만난 김치, 부각∙회무침∙초계탕∙정과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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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앙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9-02-27 23:00 조회1,58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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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연-신인호씨의 2018 김치마스터셰프콘테스트 최종 리허설 상차림. 3코스 5가지 요리에 코스마다 전통주를 짝지어 차렸다. [사진=김시연씨]


 

 
 2018 김치마스터셰프콘테스트 우승 김시연∙신인호씨

 
 
‘익숙한 새로움’. 
김치를 활용한 그들의 창작 음식을 맛보면서 든 생각이다.
2018 김치마스터셰프콘테스트 우승자 김시연(29)∙ 신인호(27)씨를 만났다.‘온지음’팀으로 출전한 두 사람은 전통요리를 변주해 한식의 깊은 맛을 즐길 수 있는 정갈하고 담백한 음식을 하기로 방향을 정하고 3코스 5가지 창안 요리를 만들어 코스마다 어울리는 전통주를 매칭해 1등인 최우수상을 차지했다. 상금도 받았지만, 더 소중한 격려는 세계김치연구소에서 준 ‘김치 셰프’ 자격이었다.

2018 김치마스터셰프콘테스트 최우수상을 수상하고 있는 김시연(가운데)-신인호(오른쪽)씨. [사진=세계김치연구소]

행사는 농림축산식품부∙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주최, 세계김치연구소 주관으로 지난해 9월 18일 서울 한식문화관에서 열렸다. 여러 가지 김치를 활용해 전통주 안주로 어울리는 창작 음식을 선보이는 경연에는 예선을 통과한 10개 팀이 출전했다. 팀별로 90분씩 조리하고 10분간 발표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첫 코스는 외국인에게도 거부감 없는 식전요리다. 배추김치로 김치 부각과 묵은지 회무침을 만들어 부각 위에 회무침을 얹어 먹도록 구성했다. 창작 의도대로 먹어보니 아삭∙쫄깃쫄깃∙고소한 맛의 3색이 잘 어우러졌다. 일종의 세비체인데, 일본 음식 느낌을 배제하려고 회를 채로 썰었다. 술은 산미가 있는 17도 맑은 술인 중원 청명주를 매칭했다.
집에서 손쉽게 해볼 수도 있는 회무침은 묵은지에 회를 싸서 먹는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재료를 고급화하고 시각적 효과도 높였다. 깨를 볶지 않고 짠 생참기름을 쓰는 것이 팁이다. 볶은 참기름은 향이 강해서 회 맛이 묻힌다. 올리브오일을 쓸 수도 있다. 부각 만들 죽을 쑬 때 육수는 다시마∙디포리∙멸치∙황태를 섞어서 우렸다.
두 번째 코스는 경주 최씨 집안에 전하는 수란채를 응용해 동치미∙백김치에 잣 국물을 보태 초계탕을 만들었다. 원 요리보다 재료는 대중화하고 과정은 단순화했다. 술은 가문의 뿌리가 같은 경주법주 초특선(16도)을 곁들였다. 일본 사케 기술자를 초빙해 만들었다는 경주법주의 프리미엄 버전이다.
세 번째 코스는 배추김치와 총각김치를 활용했다. 김치 유산균으로 만든 리코타 치즈를 넣은 제주빙떡에 총각김치 정과와 전병을 차렸다. 술은 빙떡과 고향이 같은 제주무형문화재 전통 증류주 고소리술(40도)을 매칭했다.

2018 김치마스터셰프콘테스트 입상작 레시피를 묶은 『2018 김치요리 레시피북』 중 김시연(가운데)-신인호(오른쪽)씨 입상작 표지. [사진=세계김치연구소]

『2018 김치요리 레시피북』 중 김시연?신인호씨의 첫 코스 레시피. [사진=세계김치연구소]

『2018 김치요리 레시피북』 중 김시연-신인호씨의 두 번째 코스 레시피. [사진=세계김치연구소]

『2018 김치요리 레시피북』 중 김시연-신인호씨의 세 번째 코스 레시피. [사진=세계김치연구소]


 

 
같은 고교∙대학∙동아리∙직장 선후배 인연 깊은 팀

 
한 직장에서 일하면서 한 팀이 된 두 사람은 한국조리과학고등학교 2년 선후배 사이다. 대전 우송대 한식과 동문이기도 하다. 신씨가 군 복무를 마치고 입학해 연차가 2년 더 벌어질 뿐이다. 대학 때는 같은 동아리(한식 메뉴개발)에서 활동했다.
김씨는 2016년 8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온지음에 근무했다. 지금은 「Bar & Dinning」이라는 잡지를 발행하는 회사의 마케팅 직원이다. 요리의 바탕이 되는 식료품 분야를 거시적 안목으로 파악하고 싶어서 주방을 과감히 벗어나 뛰어들었다. 영업직 일은 나이가 들면 하기 어려울 것 같아 한 살이라도 젊을 때 해보려고 결단했다.
신씨는 2017년 8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온지음에 근무했고, 현재는 서울 청담동 외식업체 ‘게방식당’ 센트럴 키친에서 ‘메뉴개발 책임’으로 일하고 있다. 부모님에게 지원을 받을 형편이 안 돼 수입도 고려하고, 가능하면 빨리 음식점을 열고 싶어서 현장을 익히는 자리로 옮겼다.
지난 7일 두 사람과 만나 락희옥 마포점 주방을 빌려 1등을 차지한 창작 음식의 첫 코스를 만들어 맛보고 함께 이야기도 나눴다. 직장이 있는 젊은이들이라 오후 8시에야 만나 날짜가 바뀌도록 와인을 곁들여 마시면서 이야기꽃을 피웠다.

묵은지 회무침을 만들 재료.

김치 부각을 만들기 위해 쑬 찹쌀죽 재료.

-고등학교를 조리학교로 갔는데, 어려서부터 요리에 관심이 있었나.
(김)“어머니가 그림을 그려서 스케치 나가시면 어릴 때부터 혼자 무언가 챙겨 먹는 일이 많았다. 먹는 걸 워낙 좋아하는 데다 음식을 만들면 주변에서 잘한다고 칭찬해주니까 흥미가 생겼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요리를 하게 됐다. 지금도 잘했다고 생각한다.
(신)”외할머니가 백반집을 하셨다. 어머니 음식 솜씨도 좋았고, 아버지는 스스럼없이 주방에 들어가 음식을 만들어 드셨다. 환경의 영향을 받은 것 같다.”
-우승을 차지한 김치 창작 음식 아이디어는 어떻게 착안했나.
“전공이 한식이고, 온지음에서 근무하는 동안 매주 김치를 담그다 보니 김치에 대한 관심은 있었다. 그래도 김칫국물로 부각을 만들거나 김치로 회를 무칠 생각은 평소에 못했는데 세계김치연구소에서 완성된 김치를 가공해 세계시장에 내놓을, 상품화 가능한 메뉴를 원한다고 해서 둘이 고민 좀 했다.”

김칫국물을 섞어 쑨 찹쌀죽을 종이처럼 말리려고 신인호씨가 평평한 판에 얇게 펴고 있다. 선배 김시연씨는 작업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신인호씨가 부각을 튀기자 김시연씨가 기름 온도를 체크하고 있다.

잘 튀겨진 김치 부각.

-김치를 언제 처음 담가 봤나.
(김)”초등학생 때부터 어머니 김장할 때 옆에서 거들었다. 양념 버무리기도 함께 했다.”
(신)”중학생 때 어머니 김장하는 걸 거들었지만, 실은 보쌈 얻어먹는 재미로 주변을 맴돌았다.”

 

 
“한식은 세계시장 개척할 여지 많은 블루오션” 

 
-자신 있거나 맛있게 담글 수 있는 김치는.
(김)”영국 주재 한국대사관에 요리사로 2년간 근무할 때 담그던 배추김치다. 북어 육수 진하게 우리고 찹쌀풀을 쒀서 담갔다. 그때 영국 손님들에게 밥∙국∙김치를 기본으로 상을 차렸는데, 맛이 강한 한식을 좋아했다. 김치는 마케팅이 잘 안 돼 세계시장에서 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것 같다. 해외 발효 축제에 가보면 김치가 빠지지 않고 상점에도 김치를 파는 곳이 많다.”
(신)”할머니에게 배운 전라도식 쪽파김치다. 가는 쪽파를 멸치액젓으로 절여 물이 고이면 고춧가루∙매실액∙참깨 넣고 버무리면서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생으로 먹어도 맛있고, 익혀 먹어도 맛있다. 서울∙충청도 사람도 먹어보고 좋아했다. 고2 때부터 군대 갔을 때 빼고 자취를 7~8년 했다. 중국∙호주에 요리 배우러 갔을 때도 쪽파김치를 담가 먹었다. 외국 친구들도 좋아했다.”

묵은지 회무침 재료를 순서대로 섞어 버무리는 김시연씨. 신인호씨가 순서에 맞춰 재료를 건네고 있다.

묵은지 회무침을 버무리다가 재료가 제대로 섞였는지 살펴보고 있다.

-한식에 대한 생각은.
(김)”해외에서 한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한식은 세계화 이전에 한국화를 더 탄탄히 해야 한다. 한식에 대한 개념부터 재확인하고, 한국인이 먼저 한식을 높이 평가하고, 더 사랑해야 한다. 김치를 포함해 아직 한식은 세계시장 미개척 분야라 블루오션이라고 생각한다. 조금만 잘하면 가능성이 크다. 다른 나라 음식을 공부하더라도 한식을 바탕에 깔고 가면 창의적 영역이 훨씬 넓어질 거라고 생각한다.”
(신)”호주 레스토랑에서 일할 때 스태프 밀을 한식으로 하거나 김치를 담근다고 하면 비번인 멤버들이 휴일인데 식사시간에 나오거나 ‘내 몫을 남겨 달라’고 부탁했다. 맛이 없는데 호기심만으로 그러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데서 한식 세계화의 가능성을 본다.”

완성 접시에 담은 묵은지 회무침과 김치 부각. 지난 7일 인터뷰 때 음식점 주방을 빌려 우승작 중 첫 코스를 시연했다.

지난 7일 인터뷰 때 자신이 만든 음식을 들고 서 있는 김시연(묵은지 회무침)-신인호(김치 부각)씨.

서양 요리의 세비체 격인 김치 부각과 묵은지 회무침은 서로 어울려 먹도록 구상했다. 부각에 회무침을 얹어서 먹어보니 바삭?쫄깃?고소한 3색 맛의 경쟁하듯 어우러졌다.

-앞으로 계획은.
(김)”대학 다닐 때 한식을 세상에 알리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한국인에게 한식에 대한 자부심을 심어주고 싶었다. 그게 꿈이어서 열심히 요리하고 마케팅도 배우면서 식품과 요리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있다. 마케터로 새 길을 열어갈지, 요리사로 돌아갈지 현재로썬 나도 모르겠다.”
(신)”계획이 분명하다. 할머니에게 배운 김치로 손님을 맞는 내 식당을 차리는 거다. 한식의 진정한 맛을 알리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 업태는 정하지 않았지만, 진정성 있는 음식으로 손님을 즐겁게 해주고 싶다. 요리학교 다닐 때 다른 학생들보다 늘 늦고 잘 못 해서 혼나기 바빴다. 10년 전이지만 그때는 한식을 선택하는 학생이 적었다. 한식 전공은 탈출구였는데 어느 순간 열정이 생겼다. 자취하는 원룸에서 메주를 띄웠다. 모든 옷에 메주 냄새가 뱄다. 특히 오리털 파카는 입고 나가면 버스에서 사람과 부딪힐 때마다 냄새를 뿜었다. 요즘도 젓갈∙장∙장아찌를 해마다 담근다. 온지음에 들어간 건 행운이고 많이 배웠지만, 부모님에게 더는 얹혀 지낼 수 없게 돼서 개업하려고 나왔다. 먼 훗날에는 어린아이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주는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 지금도 음식 나눠주는 걸 좋아한다.”
글∙사진=이택희(음식문화 이야기꾼) hahnon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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