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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문학가 산택] 분명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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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유병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9-02-28 09:40 조회1,17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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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f73b1089831f93c25ca6091581298f2_1551375598_5205.jpg유병수/시인, 소설가

 

 

 

늘 치열하게 살고 싶었다. 

 

그런데 이제 50 중반을 넘긴 나이에 생각해 보니 전면 습작 같은 삶이었다. 

 

동어반복과 시행착오의 진부함...

 

이런 것들은 정말로 내 삶이 영원한 습작이 될 것만 같은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불안했다. 그래서인지 항상 자극을 찾고자 원했었다. 외부적이고 순간적인 자극이 아닌, 

 

지속적이고 내 정열에 불붙일 수 있는 그런 자극을 기다렸다. 

 

찾기에 지친 나머지 기다림에 익숙해진다는 것은 슬픈 일이었다. 

 

키에르케고르의 <상기>의 사랑과 <반복>의 사랑의 차이만큼이나 

 

그것은 이미 파탄을 예비하고 있는 사랑이었다. 

 

그래서 치열한 정신에 이르기 위해서는 기다림을 떠나거나 

 

적어도 기다림의 방법을 바꿔야만 했다.

 

일종의 비겁이었다. 사랑에 대한, 결국은 자신의 삶에 대한 비겁한 짓이었다. 

 

자신의 비겁이 게으름과 나태함으로 인한 것이라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밤을 새운 영혼은 늦잠에서 깨어나오지 못했다.

 

자극이 자극에서 그치고 스스로의 자극원이 되지 못하는 한, 

 

어떠한 방황도 열매를 맺을 수 없는 노릇이었다.

 

비록 빛만 좋은 개살구지만 먹는 사람에 따라서는 얼굴을 찌푸리지 않고 

 

그 신맛을 음미할 수도 있는 것이다. 맛이란 멋에 다름 아니다. 

 

멋있는 삶이란 생의 맛을 음미할 수 있는 삶에 다름 아니다. 

 

이제는 겉멋을 떠나서 내부적인 멋을 다듬어야 할 때다. 

 

멋모르고 까부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도 

 

이제는 빛 좋은 개살구 먹는 법을 배워야겠다.

 

내 곁의 모든 것들에 대해 부끄럽다. 

 

방종했던 내 정신이 한없이 부끄럽고, 한 줄기, 바람에도 부끄럽기 그지없다.

 

이젠 잘 자란 소나무들의 억센 뿌리를 어루만져 주고, 

 

뺨 붉은 아이들의 분명한 말씨처럼 나도 이제 분명한 것이 되고 싶다. 

 

눈부신 나무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참으로 맑디 맑은 숨결이고 싶다. 

 

새벽 대숲에 내리는 발이 파란 안개처럼 스며들고 싶고, 

 

내가 만나는 사람들의 가슴에 

 

뜨거운 부리를 문질러 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내 삶을 감싸고 있는 모든 것들에게 감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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