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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 '미스터 선샤인'에 나온 찻잔, 유럽 식탁에 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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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앙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9-03-03 23:00 조회1,46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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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 수 없이 많은 그릇들이 모습을 뽐내며 사람들의 눈길을 기다리는 공간. 한 쌍의 이탈리아 디자이너 부부가 걸음을 멈추고 금속 재질의 동그란 그릇 하나를 집어 들어 이리저리 빛을 비춰 본다. 이후 회색 사각 접시 표면을 조심스럽게 쓰다듬던 그들은 “그릇을 사고 싶으니 자료를 보내달라”며 직원에게 명함을 건넸다. 

지난 24일(현지시간) 밀라노 리빙페어 '호미'에서 인테리어 디자이너 베로니카 골리노씨가 오덴세의 그릇을 휴대폰으로 촬영하고 있다. [사진 CJ ENM 오쇼핑]

 
지난 2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리빙페어 ‘호미 밀라노’(HOMI Milanoㆍ이하 호미) 현장에서의 일이다. 결혼식 인테리어를 전문으로 하는 베로니카·아고스티노 부부가 관심 있게 본 그릇은 한국 테이블웨어 브랜드 ‘오덴세’의 유기 그릇 ‘스묵’과 도자기 접시 ‘아틀리에 노드’다. 오덴세는 북유럽 감성을 한국식으로 해석한 디자인을 선보여왔다. 부부는 “이런 색과 터치감은 처음”이라며 “손으로 연마한 느낌이 그대로 살아있는 그릇(유기)과 표면이 거칠어 보이지만 막상 만져보면 부드러운 접시의 조합이 좋아 결혼식 데코레이션 식기로 쓰고 싶다”고 말했다.   
매년 1~2월이면 세계 곳곳에서 대규모 리빙페어가 열린다. 1964년 시작된 호미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메종&오브제’(Maison&Obset),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암비엔테’(Ambiente)와 함께 유럽 3대 리빙페어로 꼽힌다. 매년 1월·9월에 열리는데, 행사장 규모만 1만2540㎡로 웬만한 국내 리빙페어의 5~6배에 달한다. 매년 전 세계에서 16만 명의 관람객과 2900여 명의 바이어가 한 해의 트렌드를 보고 물건을 사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호미에 참가한 오덴세 부스. 흐르는 강물처럼 유선형으로 모양을 낸 테이블 위에 그릇들을 컬렉션 별로 전시했다. [사진 CJ ENM 오쇼핑]

 
오덴세는 올해 호미에 처음 참가했다. 오래된 자동차 공장을 개조해 만든 '피에라밀라노' 전시장 4관 입구 바로 앞쪽에 약 60㎡ 규모의 부스를 설치하고 그릇을 선보였다. 2017년 경기중소기업연합회 등이 여러 브랜드를 모아 공동관 형태로 참가한 적은 있지만, 한국 브랜드가 단독 부스 형태를 갖춘 'PT 브랜드' 자격으로 참가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호미는 페어의 명성에 걸맞은 품질을 갖추지 않으면 출품을 허락치 않는다. 유럽인들에 생소한 신생 브랜드의 경우엔 심사가 더 까다롭다. 오덴세 역시 사전 두 차례에 걸쳐 심사를 받았다. 페어 참가만으로도 품질을 인정받은 건데, 호미와 트렌드 조사 기관 WGSN이 올해 유행할 트렌드를 제시하는 ‘하이브리드 라운지’에 오덴세의 제품 4가지가 선정·전시되는 행운까지 거머쥐었다.

올해의 라이프스타일 소비재 트렌드를 제시하는 '하이브리드 라운지'. 수영장처럼 꾸며진 3개의 공간에 소재, 패턴, 피니시, 디자인을 테마로 한 제품을 전시했다. 윤경희 기자

올해의 트렌드를 제시하는 하이브리드 라운드 코너에 전시된 오덴세 '아틀리에 노드'. 윤경희 기자

올해의 트렌드를 제시하는 하이브리드 라운드 코너에 전시된 오덴세 '리고트'. 윤경희 기자

 
오덴세는 홈쇼핑 회사 ‘CJ ENM 오쇼핑’이 전개하는 브랜드다. 처음엔 홈쇼핑 PB상품으로 개발했지만 반응이 좋아 2017년 독립 그릇 브랜드로 거듭났다. 유통 채널도 홈쇼핑을 벗어나 주요 백화점·리빙편집숍 등 50여 곳의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쇼핑몰로 확장했다. 론칭 첫 해엔 2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지난해엔 150억원으로 7배 이상 껑충 뛰었다. 포트메리온·로얄알버트 등 해외 브랜드에 점령된 국내 그릇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 넣었다는 평가다.  

티타늄을 섞어 만든 '아틀리에 노드' 그릇들과 유기로 만든 '스묵' 라인의 수저. [사진 CJ ENM 오쇼핑]

 
짧은 시간 급성장 할 수 있었던 데는 실시간으로 소비자 반응을 확인할 수 있는 홈쇼핑사의 장점이 원동력이 됐다. 식기에 관해 한국 여성이 가려워하던 부분을 누구보다 잘 읽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해외 브랜드는 가격이 너무 비싸고 형태나 색감도 한식과 잘 안 맞는다. 반면 국내 그릇은 디자인 측면에서 아쉬운 점이 많다. 
최형선 오덴세 디자이너는 "제품 기획을 할 때마다 ‘트렌디하게 라이프스타일을 선도할 수 있고 동시에 가치 있는 상품인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한다"며 "예쁘기만 한 것보다는 여성이 그릇을 사용하며 경험했던 불편을 해소시킬 수 있는 기능성을 중요시 했다"고 말했다. 브랜드 총괄 박춘하 팀장 역시 "30~40대 여성이 좋아하는 북유럽풍으로 디자인됐지만 형태·구성은 한식에 잘 맞는 그릇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자는 게 주요 컨셉트"라고 말했다. 그 결과 디자인은 단순하고 세련된 북유럽 스타일이지만, 접시 위주의 북유럽 그릇 구성과는 다르게 밥그릇·국그릇·면기 등의 볼과 다양한 크기의 반찬용 접시를 만들었다. 무겁고 잘 깨지는 도자기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고령토에 소량의 티타늄을 배합하는 신기술도 과감히 도입했다. 

오덴세의 '미스터 션샤인 컬렉션'. 드라마를 위해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제작한 제품이다. 윤경희 기자

 
그동안 오덴세 그릇은 tvN 예능 ‘윤식당2’의 호떡 접시,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속 유진초이(이병헌)가 미공사관에서 사용하던 찻잔으로 방송도 탔다. 이번 호미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알아본 것도 ‘미스터 션샤인 컬렉션’이다. 드라마가 넷플릭스에서 방영되면서 해외에도 자연스럽게 알려진 것. 영국 리빙잡지 ‘테이블웨어 매거진‘의 케이트 버치 기자는 오덴세 부스로 찾아와 “미스터 션샤인에서 이 그릇을 본 기억이 난다”며 찻잔 사진을 찍어 갔다.
다른 그릇 회사에선 볼 수 없는 홍보 전략들은 또 있다. 아름답게 식탁 차리는 법을 알려주는 오덴세 화보집을 만들더니, 인스타그램에선 마치 요리사인양 친근하게 다가온다. 예컨대 추운 날엔 ’오늘은 뜨끈매콤한 국물요리를 먹어줘야겠죠’라는 글과 빨간 김치찌개를 예쁘게 담은 사진을 올리고, 동그란 접시에 주먹밥과 몇 가지 반찬을 담은 사진에는 '혼자 먹을 때 더 예쁘게 담아 놓고 먹기’라고 댓글을 다는 식이다. 

밀라노 리빙페어 '호미 밀라노'의 루시 살라만카 아트 디렉터. [사진 CJ ENM 오쇼핑]

 
호미 박람회장을 돌며 흥미롭게 느낀 점은 한국이 만든 북유럽 그릇에 대한 유럽인들의 시각이다. 영국의 온라인 웨딩 쇼핑몰 ‘웨딩숍닷컴’의 바이어 리사 크로우는 ”절제된 디테일과 모던한 디자인에서 아시아 특유의 감성이 느껴진다"고 했다. 이탈리아를 포함한 유럽 브랜드는 그릇에 화려한 문양을 넣거나 색감을 입히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오덴세의 그릇은 형태는 유럽의 것인데 문양이 없거나 차분한 색감을 입힌 모습이 달라 보인단 얘기다. 호미를 총괄 감독하는 루시 살라만카 아트 디렉터는 "북유럽 감성에 한국 식문화를 결합해 다양한 크기·형태를 가진 독특한 그릇을 만들어 냈다"며 "기존 유럽 브랜드에선 볼 수 없던 새롭고 신선한 접근"이라고 평했다.
 
밀라노=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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