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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바다건너 글동네] 가슴 따뜻한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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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민완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9-03-07 14:42 조회1,73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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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aa5a7a322e29dd7b1c8ae5434a9d73f_1551998493_9536.jpg민완기

 

   주말 오후 가족들과의 식사 약속이 있어서 외출했다가 마침 들렸던 식당에서 뜻밖에 반가운 만남이 있었다. 15년 전, 한글학교 교사 시절 담임하던 학생의 부모님을 뵙게 된 것이다. 이번에 새로 식당을 인수하셨다는 이야기와 2자녀가 다 장성하여 벌써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는 반가운 근황들을 나누다가 문득 자녀 둘 다 어린 학생 때부터 워낙 침착하고 성실했던 기억과 커서는 봉사학생으로도 수고했던 기억, 그리고 학업 성적도 뛰어나 두 아이가 다 명문대학을 진학했던 기억들이 마치 어제 일처럼 떠올랐다. 자녀들에게 소식을 꼭 한번 전하게 하라고 부탁 말씀을 드리고는 부모님과 헤어졌다. 그런데 얼마 후 정말 반가운 편지가 날라왔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이익주입니다. 그동안 건강히 잘 지내셨는지요?                   최근에 저희 부모님이 오픈하신 식당에 들리셨다는 소식 들었습니다. 식사 잘 하고 가셨는지요?

전 현재 North Vancouver 월마트 약국에서 약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서비스 직이라 힘들 때도 있지만 나름 보람 느끼며 잘 다니고 있어요.

가끔 한국인 환자분들이 오셔서 제게 한국말로 도움을 받을 수 있어 편하고 다행이라며 고마워 해주시는데 그 때마다 어렸을 적 한글학교에서 보낸 시간들이 헛되지 않았구나 느낍니다.

그리고 선생님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선생님께서 매 주 너무나도 열정으로 재미있게 가르쳐주신 덕분에 저도 더욱 더 열심히 다닐 수 있었습니다.

제가 한글학교에서 선생님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아마 제 환자들에게 전 그저 그런 약사일 뿐이었겠지요. 오히려 생김새만 한국인인 실망스러운 약사였을 수도 있겠네요.

그러니 세상 이곳 저곳에서 저와 같은 제자들이 이렇게 선생님께 배운 것들을 활용해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는 사실 알아주시고 선생님께서도 힘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저희 부모님 가게 앞으로도 자주 들러 주시고 제가 혹시나 도와드릴 일이 있다면 말씀 해 주세요.

그나저나 오랜만에 한글로 쓰려니 어렵네요.

특히나 띄어쓰기가 언제나 참 어려운 것 같아요. 

마음 같아서는 15년 전으로 돌아가 선생님 앞에 앉아 또 다시 배우고 싶습니다...

 

 

세상에 그 어떤 소식보다도 반갑고 참 고마웠다. 그리고 정말 없던 힘이 나는 듯도 하였다. 함께 같은 길을 걸으며 고민하는 한글학교 협의체 단체 카톡방에 이 편지를 소개하며 그 방의 선생님들과 공유를 하였다. 일개 학교나, 그저 한 개인의 자랑으로 소개함이 아님을 아마 잘 아시리라 기대하면서… 그리고 반갑고 고마운 마음을 담아 답장을 썼다. 

   

보내준 메일 너무 고맙고 읽고 나서는 가슴이 벅차 올랐단다.

 

익주는 어려서부터 글을 참 잘 써서 선생님을 깜짝 놀래키더니

 어쩜 지금도 그렇게 우리 말을 물 흐르듯이,

그리고 읽는 사람의 마음에 감동을 주기까지 할까?

다시 한번 고맙고 자랑스럽구나.

 

벌써 대학교를 졸업 하고  전문 분야에서 특별히 다른 사람들을 돕는 자리에서 사회 생활을 잘 하고 있다니 무엇보다도 대견하고 정말 흐뭇하구나.

 

이렇게 반가운 소식을 듣게 되었으니

날 좀 더 풀리고 봄이 오면 서로 편한 시간을 맞추어서 얼굴을 한번 보자꾸나.

선생님이 자랑스러운 우리 익주와 동생에게 맛있는 식사를 한번 꼭 사주고 싶구나.

 

네 메일을 받고 기억이 나서 책상을 열어보니

옛날 한글학교 때  너와 찍은 사진이 나오는구나.

전화번호를 알려주면 카톡으로 보내줄께.

 

궁금한 얘기는 또 앞으로 종종 나누도록 하고

다시 한번 네가 보내준 메일, 고맙고 자랑스웠단다.

 

편안한 밤 되거라.

 

민선생님이...

 

그 날은 제자가 보내준 뜻밖의 편지 한 통으로 종일 가슴이 따뜻한 하루였다.

 

8aa5a7a322e29dd7b1c8ae5434a9d73f_1551998546_0576.jpg
(2003년 프레이저밸리 한국어 학교 무궁화반 친구들과 함께…우측 뒷열 필자, 좌측 끝이 이익주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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