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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 골목마다 日적산가옥···서울에 아직도 이런곳이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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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앙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9-03-15 23:00 조회2,06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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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즈막한 단독주택들이 모여 있는 후암동에는 일본강점기 때 적산가옥을 비롯해 특이한 건축물이 드문드문 남아있다. 우상조 기자

나즈막한 단독주택들이 모여 있는 후암동에는 일본강점기 때 적산가옥을 비롯해 특이한 건축물이 드문드문 남아있다. 우상조 기자

서울역 앞 언덕 위에 펼쳐진 후암동은 남산자락에서 시작되는 첫 번째 동네다. ‘후암’이라는 이름은 두텁바위(크고 두꺼운 바위)라는 의미다. 서울 중심부에 위치해 있는 만큼 근현대사의 굴곡을 그대로 간직한 곳이기도 하다. 특히 일제 강점기에 일본인 마을이기도 했던 이곳에는 골목마다 일본 적산가옥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 일본인들이 서양 건축양식을 따라 만든 주택들로 지붕이 뾰족하고 처마가 긴 이층식 구조를 가졌다. 또 50년, 100년을 훌쩍 넘은 오래된 단독주택들도 여전히 골목 한 곳을 차지하고 있다. 지금까지 재개발이 막혀 있던 동네라 정비가 안 된 골목길들은 반듯반듯하지 못하고 구불구불하다.  

나즈막한 단독주택들이 모여 있는 후암동에는 일본강점기 때 적산가옥을 비롯해 특이한 건축물이 드문드문 남아있다. 우상조 기자

하지만 이 골목길을 따라 걷다보면 시간여행을 하는 자의 즐거움을 알게 된다. 어린 시절 뛰놀던 동네의 낡은 시멘트 담벼락, 붉은 벽돌담들이 불쑥 튀어나온다. 나지막한 단독주택들 안쪽에는 어김없이 한두 그루의 나무가 심어져 있다. 봄이 되면 이 나무들에서 꽃망울이 터져 길을 걷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것이다. 다닥다닥 붙은 집들은 대문도 창문도 모양이 제각각이다. 아파트 숲에선 절대 볼 수 없는 풍경들이다.  

서울 후암동 삼광초등학교 앞에는 2개의 문구점이 오래된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마치 시간여행이라도 떠나온 듯한 풍경이다. 우상조 기자

삼광초등학교 앞엔 문방구 두 곳이 나란히 자리 잡고 있는 모습도 볼 수 있다. 한쪽 가게는 간판의 글자마저 떨어져 ‘광문구’라고만 쓰여 있지만, 좌판을 정리하는 주인 할머니도 책가방을 맨 꼬마 손님들도 개의치 않는다. 꼬마들이 머리를 맞대고 자신들의 놀이에 빠져 있는 모습 위로 그 옛날 추억의 사진 한 장이 슬쩍 얹혀 진다. 나도 저랬었지. 학교 앞 골목 모퉁이를 돌면 옛 친구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나즈막한 단독주택들이 모여 있는 후암동에는 일본강점기 때 적산가옥을 비롯해 특이한 건축물이 드문드문 남아있다. 우상조 기자

나즈막한 단독주택들이 모여 있는 후암동에는 일본강점기 때 적산가옥을 비롯해 특이한 건축물이 드문드문 남아있다. 우상조 기자

최근 몇 년 전부터 이 낡은 풍경 속에 슬며시 스며든 젊은이들이 있다. 집세가 싸다는 이유도 있지만 그저 이 오래된 골목길이 좋아서 그 편안함에 기대 살고 싶은 이들이 건축·디자인 작업실을 얻고, 작은 가게를 내면서다.    
햇빛 따스한 봄날, 시간의 문을 통과하듯 여유 있게 산책할 만한 후암동 골목 풍경과 최근 오픈한 작은 숍들을 소개한다.

후암동에 자리잡은 캐주얼 프렌치 리스토랑 '커보드'는 일제감정김 때 일본인 철도청 직원들의 숙소를 리모델링한 곳이다. 오래된 프랑스 가정집을 연상시키는 실내는 푸근한 분위기다. 우상조 기자

‘커보드(cupboard·찬장)’는 삼광초등학교 주변 대로에 문을 연 프렌치 레스토랑이다. 박리아 사장은 “각종 접시와 린넨 앞치마, 깨끗한 흰 행주 등을 넣어두던 엄마의 찬장처럼 음식과 관련된 모든 것을 담고 싶었다”고 상호명을 소개했다. 커보드의 천정은 삼각형으로 뾰족하다. 1940년대 일본인 철도청 직원들의 숙소였던 건물을 리모델링했기 때문이다. 공사 중에 발견한 오래된 서까래는 창가와 카운터에 선반으로 달았다. 박 사장은 “밖은 KTX 속도로 빠르게 흘러가는데 후암동만큼은 자신만의 속도로 느리게 가는 것 같아 마음이 편해진다”며 이곳에 레스토랑을 열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커보드의 대표메뉴인 '부르기뇽'. 프랑스 가정집에서 즐겨 먹는 음식이다. 우상조 기자

커보드의 딸기 디저트. 우상조 기자

커보드의 초콜릿 디저트 '퐁당 쇼콜라'. 우상조 기자

양파 수프, 부르기뇽, 밀푀유 등 커보드의 음식들도 프랑스에서 오랫동안 먹어왔던 가정식 메뉴가 대부분이라 정겹다. “이탈리아 음식보다 어렵게 느껴지지만 사실 프랑스 음식은 서양음식의 기본”이라며 “먹을수록 따뜻한 감성이 느껴지는 캐주얼 프렌치의 소박한 맛을 전하고 싶다”는 게 박 사장의 말이다. 프랑스 리옹에 있는 요리학교 ‘폴 보퀴즈’ 출신으로 청담동 ‘리스토란테’에서도 일했던 김문수 셰프의 음식 맛은 실제로 일품이다.      

일본의 오래된 캐릭터 인형들과 소품을 파는 '코모도'. 우상조 기자

‘코도모’는 레트로 컨셉트의 소품 숍이다. 1년 전 삼광초등학교 주변에 ‘소백상회’라는 유럽 빈티지 소품가게를 열었던 박초롱씨가 3개월 전 일본의 오래된 캐릭터 소품들만 따로 파는 작은 숍을 또 열었다. 4평 규모의 실내에는 사토짱, 페코짱, 스누피, 큐피 등 어린 시절 일본 만화에서 보았던 캐릭터 인형과 소품들이 아기자기하게 진열돼 있다. 박씨에 따르면 소백상회는 30대 여성이, 코모도는 20대 여성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사실 코모도는 온라인 판매가 훨씬 활발하다. 그래서 일·월요일은 휴무고, 영업도 오후 2시~6시까지만 짧게 하지만 굳이 후암동에 매장을 낸 건 오래된 물건과 오래된 골목 풍경이 어울려서다. 박씨는 “온라인에서 물건을 사던 고객들이 숍을 찾을 때가 있다”며 “더 많은 물건이 나란히 진열된 걸 보고 싶어서인데 그렇게 찾아온 고객들이 코모도의 컨셉과 잘 어울리는 동네라고 느끼길 원해 후암동에 숍을 냈다”고 말했다.  

필름사진을 찍을 수 있는 '모모소이 사진관'. 우상조 기자

필름사진을 찍을 수 있는 '모모소이 사진관'. 우상조 기자

‘모모소이 사진관’은 필름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이다. 원래 창고였던 곳을 바닥만 새로 공사해 들어왔다는 이곳의 대표는 “우리만의 보물창고”라고 소개했다. 실제로 실내에 문이 하나 더 있는데, 그 문을 열면 카메라와 사진액자들이 정갈하게 전시된 옛날 응접실 공간을 만나게 된다. 그저 모모와 소이가 운영하는 곳으로만 알려지길 원한다며 이름 밝히기를 거절한 대표는 촬영 상담도 옛날 방식으로 전화로만 한다. 촬영한 사진을 평범한 앨범이 아니라 세상에 단 한 권뿐인 책으로 만들어주는 것도 이곳만의 특징이다.        

여행&라이프스타일 카페 '모놀로그 하우스'. 복층구조로 2층에선 여행전문 서적과 소품을, 1층에선 티와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우상조 기자

모놀로그 하우스의 말차라떼와 크루아상, 마들렌. 우상조 기자

‘모놀로그하우스’는 여행&라이프스타일 카페다. 복층 구조인데 2층에선 여행 서적과 비즈니스 여행에 필요한 수첩·가방·소품 등을 판다. 1층 카페는 조용히 차를 마시며 상호명(monologue·독백)처럼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수제 원목가구와 독특한 소품들로 꾸몄다. 김두식 대표는 “지난해 일도 마음도 너무 힘들어서 혼자 여행을 많이 하면서 내면의 소리를 들으려 노력했다”며 “이곳을 찾는 분들 역시 편안한 분위기에서 독백하듯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즐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커피와 티 외에 간단한 브런치가 될 만한 가츠산도, 타마고 산도 등을 먹을 수 있다. 말차라떼 6000원, 크루아상 3800원, 마들렌 2000원, 플랫화이트 5500. 그 외 케이크류도 있다.  
모놀로그 하우스 주변에는 스토리지북앤필름 출판사가 운영하는 ‘초판서점’과 일본 홍차협회 티 인스트럭터가 운영하는 ‘로제티’라는 티 하우스도 있다. 로제티에서는 세계 각국의 티와 더불어 수제 케이크와 스콘 등의 디저트를 함께 즐길 수 있다. 
글=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사진=우상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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