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뉴스 프로그램인 ‘뉴스데스크’가 지난 18일 생방송에서 고(故) 장자연씨의 동료 배우이자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의 유일한 목격자로 알려진 윤지오씨에게 문건 속 실명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19일 사과했다. 
 
왕종명 MBC 앵커는 전날 스튜디오에 나온 윤씨에게 “장자연 리스트에 동일 성(姓)을 가진 3명, 이름이 특이한 정치인이 있다고 했는데 공개할 의향이 있는가”라고 질문했다. 
 
윤씨는 “지난 10년간 미행에도 시달리고 수차례 이사도 하고 해외로 도피할 수밖에 없었다. 또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하면 전 증언자·목격자 신분이 아니라 피의자가 돼 명예훼손에 대해 배상을 해야 한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런데도 왕 앵커는 “검찰 진상조사단에 (이름을) 말하는 것과 생방송 뉴스에서 공개하는 것은 다른 차원이다. 생방송 뉴스 시간에 (장자연 리스트에 등장하는 인사들의) 이름을 밝히는 것이 진실을 밝히는 데 더 빠른 걸음으로 갈 수 있다는 생각은 안 해봤는가”라고 재차 질문했다.
 
윤씨는 “책임져 줄 수 있냐. 살아가야 하는데 어려움이 따른다”며 이름 공개를 끝내 거부했다. 
 
방송 후 ‘뉴스데스크’ 게시판 등에는 왕 앵커 등 뉴스 제작진이 출연자인 윤씨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는 취지의 비판이 이어졌다. 왕 앵커는 이름이 방송 다음 날인 19일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을 정도로 주목받았다.   
 
방송 하루가 지나도 비판이 수그러들지 않자 ‘뉴스데스크’ 측은 이날 오후 입장을 내고 “왕 앵커와 뉴스 제작진은 시청자의 비판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라며 “당사자인 윤씨에게 직접 사과했다”고 밝혔다.
 
‘뉴스데스크’ 측은 “오늘 방송을 통해 시청자께도 사과드리겠다”고 예고했다. 
 
윤씨 역시 이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왕 앵커가) 뉴스 진행자로서는 당연히 국민께서 알고자 하는 질문들을 하기 위해 애써주셨을 테고 현재 제 상황을 제대로 모르셨을 테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왕 앵커로부터) 직접 사과도 받았다”고 밝혔다.
 
윤씨는 또 “앞으로 모든 인터뷰가 목격자와 증언자 입장을 먼저 헤아렸으면 한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