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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 당신을 빼닮은 누군가가 갑자기 공격해온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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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앙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9-03-26 01:00 조회2,25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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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을 좋아하는 애들레이드의 아들 제이슨과 그의 도플갱어 플루토. [사진 UPI코리아]

2년 전 개봉해 200만 넘는 관객을 모은 ‘겟 아웃’은 공포영화 같지 않은 공포영화, 공포영화 이상의 공포영화였다. 흑인 청년이 백인 여자친구의 가족을 만나서 겪는 기이한 일은 미국의 오랜 인종차별, 흑인에 대한 억압과 착취를 공포영화란 장치를 빌려 통렬하게 그린 풍자극 같았다. 조던 필 감독은 직접 각본을 쓴 이 연출 데뷔작으로 아카데미 각본상을 받았고, 작품상·감독상 후보에도 올랐다.
 
그의 신작 ‘어스’(원제 Us, 27일 개봉) 역시 단순한 공포영화는 아니다. 주인공은 이번에도 흑인이지만, 초점은 인종 문제가 아니다.
 
남편과 두 아이를 데리고 여름 별장에 온 애들레이드(루피타 뇽)는 어린 시절인 1986년, 가까운 해변의 놀이공원에서 섬뜩한 일을 겪었다. 부모가 한눈을 파는 사이 혼자 다니다가 자신과 꼭 같은 누군가와 마주친 것. 그 트라우마 때문에 지금도 해변에서 보내는 시간이 불안하기만 하다. 그날 밤, 빨간 작업복 차림에 날카로운 가위를 든 네 사람이 나타나 가족을 공격한다. 그 움직임은 보통 사람과 확연히 다른데, 생김새는 각자 애들레이드 가족과 똑 닮은 도플갱어들이다.
 
애들레이드와 도플갱어 레드, 1인 2역을 맡은 루피타 뇽의 연기는 아주 인상적이다. 정말 같은 배우일까 싶을 정도로 캐릭터를 확실하게 차별화하는 동시에 각각의 개성을 충실히 표현한다.
 
문제는 이들만 공격을 받은 게 아니라는 것. 영화의 후반부는 곳곳에서 벌어지는 재난 상황에서 가족과 함께 탈출하려던 애들레이드가 홀로 도플갱어의 정체와 마주하는 과정을 그린다. 전반부가 공포영화의 연출에 충실했다면 후반부는 어려서 발레를 배운 애들레이드의 공연장면과 발레의 몸놀림을 녹인 듯한 격투 장면을 교차하는 등 창의적인 연출이 두드러진다.
 
하지만 ‘겟 아웃’의 명쾌함과 통렬함을 이번 영화에서 그대로 느끼기는 쉽지 않다. 도플갱어 외에 이 영화에 등장하는 다양한 상징은 영화만으로는 그 의미를 단박에 알아내기 쉽지 않을 뿐더러(설명하자면 ‘예레미야서 11장 11절’은 재앙을 예고하는 내용이고, ‘핸드 어크로스 아메리카’는 1986년 미국에서 노숙자·빈곤층을 돕기 위해 손에 손 잡고 인간 띠를 만든 캠페인이다), 이를 영화 전체와 하나로 꿰는 고리도 잘 보이지 않는다. 전반부의 탄탄한 구조에 비하면 레드의 말을 통해 전개되는 후반부는 긴장감도 느슨해진다.
 
좋게 보면, 모호한 상징은 풍부한 해석을 자극한다. 미국 비평가들은 이 영화에서 미국의 분열된 현실이나 교육·음식 등 하층민의 열악한 처지에 대한 비유를 읽어내기도 한다. 적어도 한 가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도플갱어가 ‘우리/그들’의 이분법에 반기를 드는 설정이란 점이다. 영화의 제목(Us)은 ‘우리’이자 ‘미국’(US)처럼 보이기도 한다.
 
감독은 ‘자신의 가장 큰 적은 자신’이란 말을 인용하며 영화의 주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가족으로서, 미국인으로서, 세상의 구성단위로서 인간에게는 부족의 사고방식이 있다. 외부인을 적, 침입자로 생각하도록 유전자에 새겨져 있다. 외부인은 집을 빼앗으려는 미스터리한 침입자인 것이다. 나는 이 영화에서 진짜 적이 우리와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파헤치고 싶었다. 적이 외부인이라는 것은 지어낸 이야기일 뿐이라는 것을.”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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