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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 “유니클로서 유카타 사듯, 한복도 쉽게 사고 입는 것 꿈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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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앙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9-04-07 12:48 조회2,22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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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해외여행을 일본으로 갔는데, 마침 축제를 맞아 일본인들이 전통 의상을 멋지게 차려입고 외출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어요.”  
 
서울 종로구 청운동에서 라이프스타일숍 ‘호호당’을 운영하는 양정은(35) 대표는 ‘쉽게 입는 한복’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해왔다. 보자기 등 한국의 색이 담긴 물건들을 판매하는 호호당에서 지난 1월 한복 브랜드 ‘히스토리 바이호호당’을 시작한 이유다.

보자기와 그릇, 패브릭 등 한국적인 색이 담긴 물건을 판매하는 라이프스타일 숍 호호당의 양정은 대표. [사진 호호당]

특수 의상 제작을 했던 부모님의 영향을 받아 어린 시절부터 아름다운 한복을 접해왔던 양 대표는 일상에서 입는 전통 한복에 대한 꿈을 늘 간직하고 있었다. 생각의 씨앗은 대학 시절 일본 여행에서 생겨났다. 마침 불꽃 축제를 맞아 나들이 나온 일본인들이 유카타로 멋지게 성장을 한 모습을 보고 나서였다. 전통 의상을 단순히 입고 나온 것에 그치지 않고 신발과 가방, 머리 모양까지 자신만의 스타일로 꾸민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그 후 들른 일본 SPA 브랜드 ‘유니클로’에서 유카타를 S, M, L 사이즈로 기성복처럼 파는 것을 보고 한복도 이렇게 쉽게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히스토리 바이 호호당의 한복. 맞춤이 아닌, 기성복처럼 매장에 들러 바로 구입할 수 있다. [사진 호호당]

그 생각의 씨앗은 2013년경 시작한 라이프스타일숍 호호당에서 영글었다. 한국 전통 음식을 전공한 후 이바지 음식 등 선물 요리 관련 일을 하다가 음식을 싸는 예쁜 보자기를 구할 길이 없어 직접 만들어보자고 시작한 숍이 호호당이다. 세련된 배색과 고급스러운 소재로 유명한 호호당의 보자기는 아모레퍼시픽 등 국내 브랜드뿐 아니라 루이비통·발렉스트라 등 해외 명품 브랜드에서 제작 요청이 이어지는 등 성공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호호당의 보자기 포장. [사진 호호당]

한복 브랜드를 본격적으로 만들어 보겠다는 결심도 호호당의 보자기를 좋아해 주는 팬들이 생기면서부터다. 보자기를 사서 쓴다는 생각을 못했던 사람들도 호호당의 보자기를 접하고 일상에서 쉽게 활용하곤 했다. 우리 것을 원형 그대로 아름답게 만들고 쉽게 접할 수 있게 해주면 자연스레 삶에 스며들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세련된 배색의 보자기가 마치 스카프처럼 걸려있다. [사진 중앙포토]

 

 

 
바로 사고, 따로 사는 한복

 
양 대표는 결혼할 때 맞췄던 ‘녹의홍상(녹색 저고리에 붉은 치마)’을 친지 결혼식에서도 입고 싶어 저고리만 따로 사려 했지만 녹록지 않았던 기억을 떠올렸다. 저고리만 파는 곳도 없었고, 비용도 거의 한 벌을 다시 맞추는 게 낫겠다 싶을 만큼 비쌌다. 한복 브랜드를 만들 때 가장 고민했던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이다. 사는 것도 입는 것도 까다롭고 복잡한 한복에서 탈피하고 싶었다.   

여성의 경우 저고리와 치마, 옷고름을 모두 따로 구입할 수 있다. 남성은 저고리와 바지, 쾌자를 따로 구입할 수 있다. [사진 호호당]

호호당은 바로 사고, 따로 사는 한복을 지향한다. 매장에 들러 기성복을 구매하듯 바로 살 수 있다. 성인 기준으로 사이즈도 XS부터 L까지 매장에 구비돼 있다. 온라인 구매도 가능하다. 저고리와 치마를 단품으로 따로 구매할 수도 있다. 가지고 있는 치마에 저고리만 새로 해 입어도 좋다.  
물론 맞춤이 아니기에 고를 수 있는 컬러와 소재에는 한계가 있다. 성인 기준 저고리와 치마는 소재별로 3~5가지 색을 제공한다. 원하는 저고리 색을 고른 뒤 이에 맞는 치마 색을 고르고, 옷고름의 색을 정해 고르는 방식이다. 구비된 색은 3~5가지지만 저고리와 치마, 옷고름 세 가지 컬러를 매치하다보면 수많은 경우의 수가 나온다. 양 대표는 요즘 손님들이 고른 다양한 색의 조합을 보면서 감탄하곤 한다.  

상의와 하의의 컬러 조합만으로도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있는 한복의 특성을 살려 디자인했다. [사진 호호당]

색색의 저고리와 치마를 보면 ‘모듈 시스템 한복’이라는 생각도 든다. 부분을 조합해 전체를 만든다는 의미도 되고, 변형이나 연장에 한계가 없다는 의미도 된다. 올해 산 한복에 다음 해에는 저고리를 하나 더해 새롭게 입는 방식도 가능하단 얘기다. 두 가지 소재를 섞기도 한다. 반짝이는 양단 저고리에 가벼운 노방 치마는 소재가 달라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실제 매치하면 근사하게 어울린다.  

노방 소재 하엽색 치마에 금색과 회색 양단 소재 저고리를 조합해 봤다. 소재가 달라도 잘 어울린다. 자신만의 컬러 조합을 찾는 재미가 있다. [사진 호호당]

 

 

 
단순할수록 모던해지는 한복

 
컬러와 소재를 자유롭게 매치할 수 있는 이유는 단순한 디자인에 있다. 전통 한복 특유의 고급스러운 선은 살리되, 자수나 금박 등 장식을 최소화했다. 상의와 하의를 따로 입는 한복의 특성을 활용해 두 컬러의 조합만으로 아름다운 옷이 되도록 했다. 컬러는 두록색, 아황색, 번루색, 벽색 등 우리 고유의 색을 사용했다.  

운백색 저고리에 두록색 치마를 매치한 노방 소재 여아 한복. 옷고름 대신 동물 브로치를 달았다. [사진 호호당]

원단도 직접 짰다. 직물 제조 기술로는 최고들만 모여 있다는 진주에 내려가 두 가지 색실로 짠 노방 원단을 만들었다. 생지를 짠 뒤 염색하는 방식이 아닌, 두 색의 실을 섞어 한 가지 색을 만드는 전통적인 ‘선염’ 방식이다. 실과 실을 엮어 만든 노방 소재는 움직일 때마다 색이 오묘하게 변해 아름답다.  

직물 기술자들이 모여있는 진주에서 원단을 직접 만들어 쓴다. [사진 아모레퍼시픽]

반짝이는 광택이 돋보이지만, 무늬가 고루했던 양단 소재는 무늬 도안도 직접 짰다. 호랑이와 글자 '복(福)'이 어우러지는 ‘즐거운 호랑이’, 눈이 오는 날을 형상화한 ‘상서로운 날’ 등 4가지 무늬의 양단 원단이 그것이다.  
요즘에는 개량 한복이 많아지면서 어깨 부분을 서양 의상처럼 입체감 있게 만드는 경우도 많다. 호호당의 한복은 바닥에 두었을 때 납작해지는 전통 한복 특유의 평면적 디자인을 취했다. 디자인이 단순해지니 오히려 모던함이 빛났다. 앞으로도 디자인 변형보다는 컬러나 소재의 확장에 관심을 기울일 예정이다. 몇 년 후에도 저고리가 낡으면 저고리만 구매해 가지고 있던 치마와 어색하지 않게 입을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한복은 재미있고 좋은 것

 

빅토리아 슈즈와 협업해 아이들 한복에 전통 신발이 아닌 평소에도 활용할 수 있는 스니커즈를 함께 스타일링했다. [사진 빅토리아 슈즈]

전통 디자인을 고집하는 대신 액세서리와 스타일링으로 재미를 줄 예정이다. 아이 한복에 플레이 모빌과 협업한 장난감 노리개를 달고 공룡 브로치를 달 수 있도록 고안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한복은 재미있고 좋은 것’이라는 인식을 주고 싶었다고 한다. 양 대표는 특히 아이 용품에만큼은 전통적 터치가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어렸을 때부터 아름다운 전통 소품을 사용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한국적 미(美)를 깨닫고 애착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플레이모빌과 협업해 제작한 모빌 노리개, 자수 브로치.아이들의 호응이 좋은 편이다. [사진 호호당]

양 대표는 호호당을 통해 한복을 원래부터 즐기고 좋아하던 사람보다는 한복을 입어볼 생각을 못했던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싶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폐백도 생략할 만큼 결혼식에서조차 한복을 입지 않는 추세지만, 혹시라도 한복을 입고 싶은데 번거롭고 비싸 포기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양 대표는 전통 한복이라고 해서 격식을 갖춰 입기보다, 자신만의 취향을 반영한 스타일링에 도전해보길 권한다.사진은 아모레퍼시픽 매거진 향장과 함께 진행했던 한복 화보. [사진 아모레퍼시픽]

최근 호호당 주변의 청운동 일대에도 국적 불명의 한복을 입은 관광객들이 많다. 요란한 금박·레이스·리본 장식, 과하게 부풀린 치마 등 과연 궁궐 무료입장에 해당하는 ‘한복’이라고 할 수 있을지 논란이 되고 있을 정도다.  
양 대표는 이런 한복이라도 많은 사람이 쉽게 입고 좋아해 주면 그 자체로도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화이트 셔츠를 꽉 끼게 입든 오버사이즈로 입든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데, 한복만 유독 딱딱한 격식을 고집한다는 얘기다. 한복도 옷이니, 자기 취향을 반영할 수 있어야 재미를 느끼고 애정이 생긴다. 다만 보다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아쉬움은 있다고 한다. 변형된 한복과 전통 한복이 공존해야 하는데, 지금은 변형된 한복만이 길거리를 장악하고 있다.  
다가오는 봄, 양 대표는 직원들을 이끌고 경복궁 한복 회식을 할 예정이다. 후드티처럼 저고리를 크게 입겠다는 직원도 있고, 좋아하는 코트와 한복을 입겠다는 직원도 있다. 경복궁에서 가장 근사한 한복 무리가 되고 싶다고 했다. 한복을 입을 생각이 없었던 사람도 나도 한 번쯤 저렇게 입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멋지면서도 일상적인 한복 스타일링을 보여주겠다는 포부다.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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