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 외국인도 반한 한국 갓…아마존에서도 팔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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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앙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9-04-07 12:48 조회2,608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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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모자는 단순히 패션 소품이 아니었다. 의관정제를 통해 품격을 완성했던 일종의 문화라고 정의할 수 있다. 『한국복식사전』 저자인 강순제 가톨릭대 명예교수는 “고대부터 우리나라는 관모를 쓰지 않은 맨 머리(상투만 튼)의 남자는 상놈으로 분류했다”며 “신분과 용도에 맞는 다양한 모자가 존재하는 우리를 일본이 매우 부러워했다”고 말했다. 특히 선비들은 국정을 논의하러 갈 때 쓰는 모자와 집무를 볼 때의 모자, 집에서 쓰는 모자 등이 다 달랐을 만큼 그 종류가 다양했다. 때와 장소, 상황에 맞는 모자를 착용해 예와 품위를 지키고자 했기 때문이다.
특히 킹덤에 자주 등장했고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매료당한 갓에 대해 강 교수는 “우리민족이 만든 고유한 모자로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형태를 가졌다”며 “흑립, 초립, 백립, 칠사립 등 소재와 디자인, 용도에 따라 종류도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갓은 말총이나 가늘게 자른 대나무를 엮어 형태를 만들고 그 위에 흑칠을 해서 만든다. 갓모자의 높이와 양태(차양 형태의 둥근 부분)의 넓이는 시대에 따라 달랐다. 일종의 유행이 존재한 것. 조선전기의 기록은 없지만 중기 이후부터는 숙종·정조 때를 제외하고 양태가 넓은 갓이 보편적이었고, 고종 때 가장 좁은 갓이 되었다고 한다. 기록상으로는 인조와 효종 때 갓모자가 높고 양태가 너무 넓어 문을 드나들 때 방해가 될 정도로 큰 갓이 유행했다고 한다. 갓끈에는 호박 등의 보석을 달아 멋을 부리기도 했다.
이번 킹덤의 모든 의상과 모자를 비롯한 장식품을 직접 제작한 권유진 의상감독도 본지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시대에 따라 의상과 모자의 유행이 달라 어느 시대를 배경으로 할지 고민하다가 좀비가 등장하는 허상의 드라마이기에 특정 왕조를 정하지 않고 조선 중기 정도로 설정을 잡고 작업했다”고 말했다. 권 감독은 ‘명량(2014)’ ‘해적:바다로 간 산적(2013)’ ‘광해, 왕이 된 남자(2012)’ 등의 의상을 맡았었다. 다음은 권유진 감독과의 서면 인터뷰 내용이다.
“소매 길이가 길고 짧고 등의 유행이 있었지만 ‘킹덤’은 구체적인 시대를 표현한다기보다 조선시대 한복의 아름다움을 잘 드러내는 데 집중했다. 때문에 현재 대다수 한국 사람에게 익숙한 길이, 넓이를 사용해 이질감을 없애려고 했다.”
-전체적인 의상 컨셉트는 무엇이었나.
“좀비로 변하기 전에는 모두가 잘 차려 입은 양반, 선한 양민들이라는 것에 초점을 두고 한복의 아름다움을 나타내려 했다. 극의 전개자체가 피가 낭자하고 살이 튀는 처절한 영화이지만 의상에 있어서는 한국 특유의 아름다움, 섬세함, 색상과 더불어 거친 민초들의 땀 냄새 나는 삶을 표현하는 것을 강조했다. 또 염두에 둔 것은 붉은 피가 많이 나오는 영화다 보니 붉은 원색의 색상은 가능한 피해서 컬러 조정을 했다.”
-의상을 직접 제작했다고 들었다.
“지금까지 영화 등 200여 작품에 참여했기 때문에 한복을 제작하는 것에 크게 어려움을 느끼지는 않았다. 갓이나 각종 모자와 짚신도 다 직접 제작했고, 주인공 이창이 입은 곤룡포도 일일이 수를 놓아 작업한 것이다. 모자의 경우는 배우들의 얼굴 사이즈에 맞게 비율을 맞춰 제작했고, 양태의 크기는 계급에 따라 달리하고, 모자에 달린 장신구도 중후한 캐릭터는 무거운 장신구와 갓끈을 단다든지 등의 차이를 두어 제작했다.”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의 특성상 전 세계인들에게 한국의 전통의상이 소개되는 데 책임감을 느꼈을 것 같다.
“일본의 의상인 기모노는 H라인이고 한복은 A라인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외국인들이 동양 의복하면 일본 기모노부터 떠올리는 게 일반적이라 이 기회에 한복의 우아함을 좀 더 알리고 싶었다. 모자에 대한 해외 반응들이 놀라웠고, 이를 통해 한국 시청자들도 우리 전통문화를 더 자랑스러워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도움말과 사진=드라마 '킹덤', 국립민속박물관, 천안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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