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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전재민의 밴쿠버 편지>밴쿠버 서쪽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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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전재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9-04-15 07:06 조회1,91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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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길에 전철에서 마주하는 저녁 노을은 늘 같은 모습을 한 적이 없다.

날마다 새로운 모습으로 하루를 힘들게 살았노라고 위로 하듯이 멋진 풍경을 펼쳐

온통 시선을 그리로 집중 시키는데 창을 닦지 않아 지저분해서 사진 찍기 힘들고 움직이는 전철에서

순간적으로 포착을 해야 하니 힘들다. 그래도 찍고 나면 흐뭇함이 남는다.

어제는 버스를 기다리는 중에도 하늘의 저녁 노을 향연을 보면서 너무도 아름다운 모습에

우리도 마지막 모습은 저리 아름다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버스가 집 가까이 와서 버스에서 내려서 하늘을 보니 아직도 빛나고 있는 노을이 구름에 걸쳐서 너무도 아름다운 색의 향연을 펼친다.

그래서 걸어서 3정거장의 거리를 걸어서 강변으로 갔다. 다리에서 저녁 노을을 잡고 있는 커다란 카메라의 카메라맨을 보고 옆에 서서 나도 노을을 담아 낸다.

그러다 더 강가로 내려 가고 싶어 진다.

물에 비친 노을을 잡고 싶은 거다. 물론 시간이 너무 늦은 것은 알지만 그래도 그러고 싶었다.

물이 빠진지 얼마 되지 않는지 뻘이 미끄덩 거렸다. 작업화를 신고 다니는데 주방에선 안 미끄럽지만 이렇게진흙 투성이인 곳에선 미끄러웠다. 순간적으로 미끄덩....

엉겁결에 짚은 손도 엉덩이도 진흙투성이 대충 풀잎에 엉덩이를 닦아 보지만 영락없이 똥뭍은 바지 같다.

그래도 찍으려던 사진을 찍고 올라와서 먹는 물 급수대에서 손을 씻고 풀밭에 앉아서 바지을 닦아 본다.

그리고 터벅 터벅 집으로 돌아 오는 길.신호등을 기다리는데 차안에 사람들이 내 바지를 보는 것만 같다.

그러던가 말든가 오늘 하루 회사에서 힘들었던 모든 일들이 사라지는 것 같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니까. 다가가 잡으면 잡히기도 하니까.

물론 물을 움켜 잡듯 잘도 빠져 나가지만.

노을처럼 날마다 마지막 날인 것 같이 살면 마음이 편하고 못할 일도 없겠지만

내일 눈을 뜨면 또 다른 세상이 열리고

새로운 세상을 사는 것이지만

어제의 마음에 찌든 때 같이 세탁기에 돌려도 그냥 그대로인 소매처럼

마음을 잡는 일은 늘 힘들다.

하루 종일 서서 일하니 다리도 아프고 발도 아프지만 노을을 보는 순간 잊혀 지는데

마음은 소금뿌린 배추처럼 숨죽인채 하늘을 본다. 세상에 마음을 다치고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나는 그리운 이 그리움으로 상처에 빨간 약을 바르고 있다.

 서방정토를 가는 길은 멀고도 멀다. 욕심이 많으면 많을수록 가진게 많으면 많을수록 갈 수 없는 곳이 서방정토 하지만 욕심을 버리고 우리가 그냥 지난 친 곳을 바라보면 그곳에 서방정토가 있다. 밴쿠버 서쪽 하늘에도 서방정토가 날마다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살아 가면서 웃는 시간을 모두 합쳐야 몇년이나 될까? 아니 몇 날이나 될까? 오늘도 힘들게 살아 가느라 수고 했다고 주는 상장같은 서쪽 하늘의 저녁 노을이 황금 들녘을 바라보는 농부의 마음처럼 풍요롭다. 돈을 주고 살 필요도 없다. 시간을 내어 고개를 들어 마음을 비우고 바라 보기만 하면 된다.

 

저녁 노을

         시인 전재민

낮에 뜬 달은

창백한 너의 얼굴처럼

병실 귀퉁이 침실에서

네가 그리 싫어 하던 소독약 내음처럼 

닝겔병을 일하기 싫은 소처럼 끌며

물끄러미 창밖만 보던 날

네 옆 모습 같다

 

한 번 만이라도

마음껏 먹어 봤으면

한 번 만이라도

마음껏 뛰어 봤으면

 

초가 지붕 타고 

처마 끝으로 떨어 지는 

빗소리처럼

너의 손을 잡고 

꽃길을 가다 만난 소나기에

낮선집 행랑채 처마 아래서

마주 보던 그날처럼

넌 저 먼 하늘에서 활짝 웃고 있다

 

달리지 못한 

그날을 달리기라도 하듯

구름을 타고 달리고

소독약 냄새를 씻어 내기라도 하려는 듯

빛으로 세상을 씻어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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