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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문예정원] 단편소설-커피 통 속의 참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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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안오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9-04-19 09:31 조회1,35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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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f67739c6cf8084b8c24af9c0b555480_1555691480_3619.jpg안오상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윤팔용씨의 아침 일과는 고국의 뉴스를 보는일로 시작된다. 주방에가서 무엇을 거들려고 하면 안사람이 걸리적 거린다며 내쫓는다. 

그러니까 할일은 티브이를 시청하며 조용히 기다리는 것이다. 고국을 떠나온지도 많은 세월이 흘렀건만 눈 과 귀는 그쪽으로 향한다.

“여보 저것 좀 치워 줘요.” 안사람이 외쳤다.

“ 예 나가유.”

대답 먼저 해 놓고 굼 띠게 일어난다. 못 들은 척 대답이 늦어지면 두번째는 모진 쇳소리가 나온다. 그건 하는쪽도 듣는 쪽에서도 무언가 깨지는 느낌이 들어서 싫었다.

팔용씨가 엉거주춤 나가는데 손가락을 뻗쳐 가르킨다. 

창밖으로 참새 한마리가 벌렁 누워 있는 것 이다.

“ 왠 놈이 남의 배란다에와서 누워 있는겨 ? 볼쌍 사납게 “

문을 열고 참새 앞으로 다가 갔다. 죽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아직 살아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슬그머니 건드려 본다 움직이질 않는다. 제차 흔들어 봐도 꼼짝 않는다.

“ 죽은겨 ?” 참새의 죽음을 보자 무엇인가 다급해지며 사방을 둘러 보았으나 안개가 쌓인 조용한 아침이 있을 뿐이다.

“ 도대체 자살이여 ? 타살이여 ? “

궁금증을 내며 의자를 끌어 당겨 앉는다.

“ 이 세상 사는 것이 아그들이 소풍 가는것보다 즐겁다고 하는디 설마 자살이야 했겠는가 ? “

그러다가 갑자기 불길한 생각 이라도 드는듯.

“ 아니여 타살 일수도 있것는디 ? “ 

그쪽으로 생각이 미치자 복잡해 진다. 잠시 생각을 정리해 본다.

“ 남의 부모를 상하게 한 왠수라도 젓는감 ? 아니면 몹쓸 사기라도 쳤는가 ? “

그러나 의문의 그림자는 더욱 두껍게 서린다. 팔용씨는 팔짱을 끼고 민환수사관 처럼 찌푸린 얼굴에 가느다란 눈을 뜨고 생각을 정리해 본다.

“ 그 참새는 돌발사에요 유리창에 꽝 부딪힌 거라고요 “

그렇게 생각을 모으니까 간단하게 잘 정리가 된것같아 마음이 개운했다. 

그런데 왜… ? 어쩌다가… ?

여기에 부딪치자 머리가 다시 시계바늘 처럼 작동하기 시작했다.

“ 친구들과 정신없이 놀다가 유리문에 … 꽝 ? “

“ 아니면 깡패같은 놈에게 쫓기다가 … 꽝 ? “

“ 그도저도 아니면 밤길에 엄니 신부름이라도 갔다가 … 꽝 ? 아이고 그렇다면 가여운 참새네 “ 허기사 사람도 오지게 꽝을 하면 어찌될지 모르겠는디… ? 

“얼른 치우고 들어오세요 추운데 … “

안사람이 체근하는 소리를 듣고서야 모든 생각을 깨고 

“ 알았시유. 이 녀석이 공연히 일 거리를 만드네 “

쓸데없이 궁시렁 거리며 어떻게 처리를 해야하나 망설인다. 그 때 얼핏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팔용씨는 아주 먼 옛날얘기 같은 기억을 더듬는다. 애들이 초등학교를 다닐때다 퇴근해서 돌아 왔을 때 늦은 시간인데도 애들의 웃음 소리가 요란하게 만말했다.

뭔 일인가 방문으로 들어서는데 아랫목에 병아리를 풀어 놓고 귀여워 죽겠다며 깔깔대고 있는 것이다. 안사람이 학교 앞에서 애들이 사왔다고 헀다.

동물이 되었든 날 짐승이 되었든 세끼들은 다 귀여운 것 아니겠는가.

 

그리고 며칠후 이다

그날도 퇴근해서 마당으로 들어서는데 집안이 이상하게 조용했다. 왠일인가 싶어 방으로 들어섰을때 애들이 울고 있었다.

 “ 무슨일이냐 ? “

둘째가 막내를 가리키며 말했다.

“ 제가 병아리한테 넘어 졌어요. “

막내는 아들인데 억울한다는듯 악을썻다.

“ 아니야 방바닥에 미끌어 진거야 … “

“ 아빠 병아리가 불쌍해요 “ 둘째가 훌쩍이자 모두 따라서 울었다.

한참이나 애들을 다독거리던 팔용씨가 말했다.

“ 얘들아 내일은 아빠가 쉬는 날 이다. 우리 병아리 무덤을 만들어 주자 . 또 병아리는 새로 사자. “

“ 또 죽이면 어쩌려구요 ? “ 

안사람이 말한다. “ 조그만 병아리 장을 만들어 주면 되지. “

그제서야 애들이 울음을 멈추고 함박 웃으며 밤 늦게 까지 집안에 가득했다.

지금 그 아이들은 없다. 집나간 제비처럼 제 갈길로 가고 손자 손녀가 일곱이다.

이제 우렁껍질 같은 집에서 노부부가 세월을 됫박질을 하며 산다 아마 즐겁고 행복했던 시절은 입가에 잔잔한 미소로만 남아 있는가 보다.

이때 안사람의 모진소리가 튀어나왔다.

“ 추운데 뭘 하고 있어요 ? 그 참새는 분명 돌발사 라니까요 ? “

“ 당신이 봤씨유 ? “

“ 아니요? “

“ 그건 심증만 있지 물증이 없는것과 같아요. “

“ 아이고 우리집에 명 판관나셨네 빨리 치우기나 해요. “

안사람의 핀잔 소리가 멀어지자 아직도 미련이 남은 팔용씨는 중얼거린다.

“ 이 사건은 명 탐정 셜록홈즈가 와야 해결이 날 것 같구먼. “

 

다음 날이다.

팔용씨 부부는 치매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고 스톱을 친다. 1점에 작은 돈 하나를 거는데 맨날 주머니에 잔돈푼이 남아나지않아 쩔쩔맨다. 그 때 마다 안사람은 헤헤 웃으며  재미있어 했다. 골이 날때도 있지만 지폐라도 놓지 않으면 판이 깨진다. 그런데 화투라는것이 묘해서 못말리게 잘 되는날도 있다. 

그렇다고 주책없이 신바람을 냈다간 “ 나 재미없어 “ 안사람의 차가운 한마디에 판이 깨진다. 그러면 슬그머니 약도 오르고 화도 나고 억울한 생각까지 든다.

그러니까 안사람의 표정까지도 읽어가며 적당히 밀고당기고를 잘해야 판이 계속된다.

팔용씨는 게임이 끝나면 늘 닭 쫓던 개가 지붕 쳐다보는 격이다.

그러나 언제나 화투만 치는 것은 아니다. 그 찬란한 여름날에는 주로 골프장에서 산다.

얼굴도 태우고 다리에 힘도 기르며 친구들과 만나는 것 만으로도 즐거움을 누린다.

그러다가 팔용씨 부부는 가끔 다투기도 한다. 지난 여름날 얘기다 부부가 자주다니는 골프장엔 심한 언덕이 있다 골프 카트를 끌고 오를라치면 헉헉 숨이 찬다. 앞에서 걷던 안사람이 살살 심기를 건드린다.

“ 충청도 사람들이 양반은 맞는데요. 동작은 느려요. “

“ 아니여유 말은 느려도 동작은 빠른디 ? “

“ 이까짓 언덕에서도 헉헉 거려유 ? “

“ 내 머리가 백두산인디   내 나이쯤 되면 누구나 다 헉헉 거려유. “

“ 나이는 왜 들먹여요 ? 내 나이는 사랑하기 좋은 나이라고 하면서 호호호호 … “

“ 이런 ……된 … 장 “

 만약 젠장이라고 했다면 큰일 난다. 심한 말을 했다고 성을 내면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가 잦은 이 겨울철에는 딱히 할 일이없다. 아침부터 화투판을 벌리곤 열을 올렸다. 얼핏 창밖을 바라보니 따뜻한 햇살이 무너져 내렸다. 팔용씨는 화투를 서둘러 마무리 짓고.

“ 나 햇빛쬐러 나가요. “

“ 단단히 입고 나가세요 감기 들어요. “

차고앞에 의자를 놓고 햇님에게 얼굴을 들이 밀었다. 겨울철에는 햇살이 그리운 계절이다. 따사로움이 온몸으로 스며든다 만족한 미소가 입가에 번진다.

이때 먼 산에 쌓인 눈 바람이 휙 지나간 것 같은데 다급하게 기침이 쏟아져 나왔다.

잠시 쿨럭 거리다가 정원옆에 시커먼 가베지통이 눈에 들어왔다.

“ 아이고 … 저 속에 참새가 있는디. “

어제 안사람이 다그치는 바람에 빈 일회용 커피통에 참새를 담아서 가베지통에 넣어 버버린 것이다.

“ 남의 죽음이라고 너무 허술하게 한 것 아니여 ? “

팔용씨는 공연한 자책감이 스믈스믈 옥죄왔다.

“ 묻어 줘야 되겠구만. “

꽃 삽을 집어들고 구부정하게 서서 정원을 둘러본다.

“ 잔디는 뿌리가 깊어서 힘들겠는디 ? “

중얼거리며 이리저리 시선으로 적당한 곳을 찾다가 결정한듯 화단 쪽으로 갔다.

과연 생각한데로 거름먹은 흙이 잘 파졌다. 깊게 또 깊게 판 후 커피통 속에서 참새를 꺼냈다. 보드라운 이불을 덮고 누워 있는 모습이 어린애기가 자고 있는 것 같았다.

바라보고 있는 팔용씨 얼굴이 굳어지며 쓸데없이 입술이 옆으로 자리 바꿈을 헀다.

“ 아가야. 어떤 죽음이 되었던 한번 죽는 것은 정한 일이라고 하셨제. 이 세상 근심걱정 다 내려 놓고 눈에 익은 네 고향으로 훨훨 잘 가거라. 아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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