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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 [라이프 트렌드] 닭갈비와 수프, 돈가스와 도자기…발상의 전환이 성공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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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앙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9-04-22 23:00 조회1,91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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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도씨패밀리 김일도 대표

 
시장에서 곱창집을 하던 어머니는 아들이 양복 입고 회사 다니는 삶을 살길 바랐다. 경영학을 배우라며 중국에 유학도 보냈다.
하지만 아들은 어머니의 길을 뒤따르기로 했다. 꿈이 있었기 때문이다. 무시당하는 대중음식의 위상을 한 단계 높여 보겠다는 야무진 꿈. 곱창에서 시작해 닭갈비·뚝배기불고기·찜닭·보리밥·돈가스·두부·돼지불고기로 전문 영역을 차근차근
넓혔다. 창업 10년 만에 8개 외식 브랜드를 만들고, 국내외에서 16개 매장을 직영하고 있는 일도씨패밀리 김일도(36) 대표 얘기다. 

서울 파이낸스빌딩 지하에 마련한 ‘이스트빌리지 서울’ 앞에 선 김일도 대표. ’대중음식을 세련되게 업그레이드하는 게 꿈“이라고 말한다.

 
2010년 4월 1일이었다. 서울 미아동 골목 한구석에 첫 식당 ‘소문난 곱창’을 열었다. 마천시장에서 30년간 뿌리내린 어머니의 식당 옥호를 그대로 가져왔다. 어릴 적부터 배운 각종 노하우가 있었기에 “맛있으면 찾아서들 오리라”는 배짱이 앞섰다. 상권 분석도, 임대료 걱정도, 메뉴 연구도 다 뒷전이었다.
 
그런데 첫날 찾아온 손님은 거짓말처럼 한 명도 없었다. 다음날도 마찬가지였다. “만우절이라고 누가 놀리는 건가 싶을 정도였어요. 따져보니 무모했던 점이 한둘이 아니었죠. 술 상권과 밥 상권을 구분하지 못했고, 매장도 너무 넓었던 데다(33평) 주방 동선도 제대로 짜지 못했어요. 동선이 복잡하면 사람이 더 필요하거든요. 곱창 못 먹는 손님에겐 원하는 메뉴를 추가로 만들어주다 보니 생각지 못한 비용이 늘어났고요. 무엇보다 임대료 부담도 컸죠.”
 
1년 반 만에 매장을 접고 절치부심했다. 새 장소로 신사동 가로수길을 택한 뒤, 싸고 작은 곳을 찾았다. 실패에서 얻은 교훈을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손님들과 친해져 “사장님” 대신 “일도씨”라 불리게 된 점에 착안, 옥호를 ‘일도씨곱창’으로 바꿨다. 점심부터 곱창 손님은 없었기에 식사용 메뉴를 고민하다가 미아점에서 인기가 좋았던 닭갈비를 내기로 했다. “제가 좋아하는 걸 손님과 공유하고 싶었어요. 닭갈비 반찬도 김치나 단무지 대신 수프, 피클과 콘슬로를 곁들인 양식 스타일로 내놨죠. 가격도 저렴하게. 그랬더니 반응이 오더라고요.” 아예 ‘일도씨닭갈비’를 방배동에 차리게 된 이유다. 그 뒤로 일등급 한우만 사용하는 ‘일도씨뚝불’, 국내산 돼지 앞다리 부위만 쓰는 ‘일도불백’ 등을 잇따라 차렸다. 가격도 대부분 1만원대로 맞췄다.
 

 

 
“어서 오세요” 대신 “안녕하세요”

 

서울 파이낸스빌딩 지하에 마련한 ‘이스트빌리지 서울’ 앞에 선 김일도 대표. ’대중음식을 세련되게 업그레이드하는 게 꿈“이라고 말한다.

이쯤 해서 궁금했다. 프랜차이즈를 할 생각은 없었을까. “물론 생각했죠. 그런데 프랜차이즈를 하게 되면 업주분들이 제 고객인 거잖아요. 저는 제 음식을 드시는 분들이 제 고객이라 생각했어요. 맛있게 잘 먹었다고 인사하고 가시는 모습이 참 보기 좋더라고요. 그래서 직접 운영하기로 했죠.”
 
하지만 몸이 하나인데 매장이 늘면 어떻게 할까. 직원들이 내 맘처럼, 제 일처럼 해줄까. “딱히 서비스 교육이라고 한 것은 없고, 다만 손님이 흡족해 하는 기쁨을 같이 느껴보도록 하고 있죠. 손님에게는 ‘어서 오세요’ 대신 ‘안녕하세요’ 하라고 하는데, 고객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사장은 하루 종일 매장에만 있어도 안 된다고 했다. 잠시 자리를 비워 보아야 천장의 거미줄도 보이고, 주방의 이상한 냄새도 맡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고객에게 색다른 경험 선사해야 다시 와

 
결국 맛있는 음식, 합리적인 가격, 청결한 환경, 성실한 서비스가 요식업의 기본이라고 꼽는 김 대표는 “고객들이 색다른 경험을 얻어갈 수 있어야 다시 오는 단골이 된다”고 강조한다. 20년 된 ‘동촌 보리밥과 돈가스’를 인수해 ‘이스트빌리지 서울’로 개명하고 지난해 가을 파이낸스에 입점한 뒤에는 식기도 경기도 이천의 멋스러운 도자기로 다 바꿨다. 찜닭을 만들면서는 프랑스 가정식 닭요리 ‘코코뱅’의 느낌을 담아내는 식이다.
 
이런 그의 노력은 세계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즉석 두부집을 인수해 가마솥 수제 두부를 내놓는 ‘내일도두부’의 경우 새로 만든 로고·패키지·인테리어가 지난 3월 9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iF 디자인 어워드’의 커뮤니케이션 CI/브랜딩 부분 수상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김 대표는 “일도씨곱창을 비롯한 8개 브랜드 16개 매장이 일구는 연간 매출 총액이 150억원에 이른다”며 “미국 실리콘밸리 진출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제 본격적으로 꿈을 펼치기 시작한 ‘일도씨’가 펄펄 끓는 ‘백도씨’가 되는 날도 아주 먼 훗날은 아닌 듯하다.
 
글=정형모 전문기자/중앙 컬처앤라이프스타일랩 hyung@joongang.co.kr
사진=프리랜서 인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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