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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바다건너 글동네] “아내의 생일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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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유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9-05-08 13:43 조회1,30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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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f6678922a0aa58442fa3db797d4afa_1557348225_474.jpg김유훈(한국 문인협회 캐나다 밴쿠버지부 회원)

 

                                                                          

 

  언제나 젊기만하던 아내가 어느덧 환갑을 넘어 두 해가 지났다. 나 역시 70, 노년에 이르다 보니 지금처럼 꽃피는 봄날의  하루 하루가 소중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아직까지 나와 아내는 일을 하느라 봄의 향취를 만끽하며 지낼 수 없는 형편이였다. 그러던 중 미국에 있던 딸 애가 집에 와서 “엄마, 내가 엄마 생일 기념으로 알라스카 크루즈 보내줄께”하며 아내의 맘을 설레게 하였다. 사실 우리 딸은 여러번 아내에게 “엄마, 내가 엄마 크루즈 보내줄께” 하였지만 그 동안 시간과 여건이 잘 안되어 망설이며 거절하였지만, 지금은 아내가 “그래?”하며 반갑게 딸의 제의를 받아들였다. 그러면서 “그런데, 알라스카는 아직 너무 추워, 알라스카 대신 멕시코로 가면 어때?”하자 딸은 선뜻“그려, 그럼 엄마가 다 예약해, 내가 경비 대줄께”하여 우리 부부는 딸이 보내준 아내의 생일선물로 멕시코 리베라 크루즈 여행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지난 4월 초, 우리 부부는 드디어 멕시코로 크루즈 여행 길에 올랐다. 밴쿠버 공항에서 이른 새벽 비행기에 올라 미국 LA로 가서 Royal Princess 라는 어마 무시한 크루즈 배를 타게 되었다. 롱비치에 있는 항구는 내가 트럭을 몰고 이미 두 번이나 온 적이 있었다. 크루즈 배에 실릴 물건들을 싣고 밴쿠버에서 1300마일을 달려 롱비치까지갔다. 그 때가 마침 주말이여서 그 곳 항구에서 밤을 보낸 후 월요일 아침에 크루즈 배에 물건을 하역하였다.  그 당시 그 큰 크루즈 배를 보며 그 배에 승선하는 승객들을 한껏 부러워 하였는 데 지금은 내가 승객으로 배에 올라 저 밑에서  물건을 하역하고 있는 트럭들을 내려다 보니 나의 지난 날이 떠올라 감회가 새로웠다.  

 

 우리가 탄 로얄 크루즈 배는 14만톤의 배수량으로 객실이 1,780개에   16층까지 있는 큰  배였다. 3천 명이 넘는 승객들과  천 삼백여명이 되는 승무원들을 한번에 움직이게하려니 대단한 규모가 아닐 수 없다. 미국 카나다는 물론 전 세계에서 모여든 승객들을 배 안에서 최고의 음식으로 먹여주고, 호텔에서 재워주며,  함께 놀아주고,  춤도 같이 추며, 그리고 관광까지 시켜주는 일석 몇조의 효과를 볼 수  있는 여행이라 생각 되었다.    

 

우리가 이틀만에 도착한 곳은 로스 카보스였다. 멕시코 서쪽 끝자락에 길게 나온 육지의 끝에 두 바다가 어울리는 곳으로 유명 관광지이다. 이곳은 우리 부부가 2년 전  RIU호텔 에서 일주일 머물렀던 곳이다. 호텔 앞 백사장에서 말을 타고 다녔으며, 이른 새벽, 수 백마리의  새끼 거북이들이 알에서 부화하여 바닷가로 두 팔을 저으며 달려가는곳이다.

 

그 당시 , 이른 아침 호텔에서 바다를 바라보니 큰  크루즈 배 세 척이 이미 해안에 와 있었다. 그 장면을 보며 크루즈가 더 멋있는 여행으로 생각되었다. 그러나 이제는 크루즈에서 해안의 호텔들을 보니 과거의 추억들이 되살아 났다.

 

 우리 배의 두 번째 기항지는 마젤라탄이였다. 과거 500년 전 스페인 군함들이 기항해서 멕시코를 침략하고 배도 수리하며 만들어진 도시였다. 도시 한 가운데에 스페인사람들이 세운 큰 성당은 지금까지 잘 보존되고 있다. 우리 부부는 도심을 다니며 쇼핑을 하였다. 그리고 예전과 달리 대부분 물건 값을  정가로 하여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우리 배가 세 번 째로 기항한 곳은 플레토 발라타였다. 멕시코 서쪽에서 아마 가장 유명한 관광지라 할 수 있다. 도시 규모도 크고 인구가  35만 명 정도로  알려져 있는곳이다. 우리 부부는 10년 전 이곳 호텔에서 일 주일을 보내며 관광을 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 다시 와 보니 도시가 많이 달라져  있었다. 산 과 바다, 그리고 해안가와주변 상가는 변함이 없건만 새롭게 생겨난 호텔들, 대형 상가, 즉 월 마트, 쇼핑 몰, 그리고 위락 시설들을 보니 도시 전체가 활기차게 움직이는 듯 하였다.  이렇게 우리 부부는 낯에는 도시 구경 과 쇼핑을 하였으며, 밤에는 밤마다 즐거운 운동을 하였다. 그것은 댄스 파티였다. 유명가수들이 밤마다 노래를 하는데 이에 따른 춤을 춘다는 것은더 말할 나위 없는 기쁨이였다. 크루즈의 꽃은 바로 “밤마다 열리는 춤 파티”라고 말하여도 과언은 아니라 생각한다. 월츠, 룸바, 차차차, 등등을 추게되면 온 몸이 땀에 젖게 된다. 크루즈 식당에서 고급스런 음식을 잔득 먹었으니 땀을 내어 살을 빼지 않으면 크루즈는 “잘 먹고 살만 찌게 하는 배” 밖에 될 수 없다.

 

 여러 곳의 식당들은 산해진미이며,  24시간 열어놓는 부페에서 너무 잘 먹으면 영양과잉이 되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아니면 바다가 보이는 헬스장에 가서 땀을 흘려야할까? 그러므로 크루즈에서 땀흘려 춤을 출 수 있다면 투자 대비 만족도는 최상이라 할 수 있다. 우리 부부가 함께 춤을 춘  모습을 본 여러 승객들이 “이렇게 부부가 아름다운 춤을 보 적이 없었다. 우리 젊었을 때 생각이 난다.”하며 우리 부부를 칭찬해 주니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

 

  꿈같은 일주일을 크루즈 배안에서 잘 지내고 집에 돌아와 트렁크를 풀기도 전에 아내는 나에게 “여보, 우리 다음 여행 어디로 갈까?”하며 말하였다. 이에  나는 “여행은 무슨?  내일 부터 당장 트럭 일해야 되지”, 하니 아내도 “아, 나도 내일부터 일해야  하는구나?”하며 트렁크를 열고 짐을 정리하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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