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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바다건너 글동네]五月과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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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민완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9-05-08 14:05 조회1,03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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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3f6678922a0aa58442fa3db797d4afa_1557349493_5841.jpg민 완 기

 

영어 잡지를 뒤적이다가 우연히 너무도 귀엽고 앙증맞은 시 한 편을 발견하였다. 지은이의 이름도 없이 그저 ‘Maytime Magic'이라고만 되어있는 시를, 최대한 원래 시의 분위기를 살려서 우리말로 한번 옮겨본다.

 

오월의 마술(Maytime Magic)

A little seed / For me to sew...

A little earth / To make it grew...

A little hole, / A little pat...

A little wish, / And that is that.

A little sun, / A little shower...

A little while, / And then-a flower!

작은 씨 하나 / 나는 뿌렸죠...

흙을 조금 / 씨가 자라게...

조그만 구멍 / 토닥토닥...

잘 자라라고 기도하면 / 그만 이지요.

햇빛 조금 / 소나기 조금

세월이 조금 / 그리고 나면은 꽃이 피지요.

 

五月은 정말 예찬 받기에 손색이 없는 계절이다. 오죽하면 노천명은 그녀의 시 ‘푸른 오월’에서 오월을 ‘계절의 여왕’으로 표현하였고, 영랑은 한 술 더 해서 ‘오월 어느 날’ 모란이 피었다가 그만 안타깝게 져 버린 날 ‘삼 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울고 만다고 표현했을까... 영랑에게는 모란이 피어있는 오월의 단 5일 동안의 시간만이 그의 삶의 절정이고 전부인 셈이다.

 

청자(靑瓷)빛 하늘이 / 육모정(六角亭) 탑 위에 그린 듯이 곱고,

연못 창포잎에 / 여인네 맵시 위에

감미로운 첫여름이 흐른다.

라일락 숲에 / 내 젊은 꿈이 나비처럼 앉는 정오(正午)

계절의 여왕 오월의 푸른 여신 앞에 / 내가 웬 일로 무색하고 외롭구나.(‘푸른 오월’중)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ㅎ게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삼백 예순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모란이 피기까지는’ 일부)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 있다면 미래에 대한 소망일 것이다. 비록 그것이 현실을 사는 나에게 슬픔을 줄 망정 그 꿈을 버리지 않겠다는 집념과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영랑의 ‘모란’에 대한 애착과 집념은 가히 눈물겨운 것이다. 쉽게 계획하고, 쉽게 좌절하며, 쉽게 포기하는 우리의 삶, 그 가운데서도 특별히 젊은이들에게 무척이나 귀감이 될만한 작품이다.

 

그러나 우리의 오월이 늘상 아름다운 것만은 아니었다. 우리의 기억 한 편에 오월은 붉은 피 빛으로 아로새겨져 있다. 신군부의 12.12 하극상 쿠테타로부터 시작된 정권찬탈음모는 결국 80년 5월, 광주 시민의 고귀한 생명을 앗아갔고 계엄군의 도청 진압작전으로 민중 항쟁은 외형상의 막을 내리고 말았다. 그러나 오늘날 ‘국가 전복을 노린 불순한 배후세력의 조종에 의한 내란’은 결국 ‘민주화 항쟁’으로 역사의 흐름 가운데 자리잡았고, 그 피의 값으로 오늘의 우리와 조국이 있음을 잊지 말아야할 일이다.

 

오월 그날이 오면 / 우리 가슴에 붉은 피 솟네

오월 그날이 다시 오면 / 우리 가슴에 붉은 피 피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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