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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문예정원] 삶의 테두리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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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숙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9-05-16 14:54 조회1,44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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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626aa9ea411150c51f17b869a68e535_1558043637_616.jpg정숙인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우리에게 주어진 삶은 찰나의 순간으로 다가와 오랫동안 버거움을 안긴다. 그래서인지 살아갈수록 아름답고 좋았던 기억보다는 힘들고 어렵게만 삶의 여운이 느껴지는 건지도 모르겠다.  어느 날 내가 주저하는 가운데 그것은 나를 향해 한 치의 망설임없이 다가오고 미처 기뻐하거나 슬퍼할 겨를도 없이 황망히 나를 내쳐 두고 작별인사도 없이 떠나버린다. 미리 알고 그것을 기다릴 수 없고 떠난다고 붙잡을 수도 없으며 그렇다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연인을 떠나보내 듯 배웅할 수도 없다. 그것은 오로지 갑자기 이루어지고 불현듯 알게 모르게 끝나버리는 첫사랑과도 같다. 

 

잠시 세상에 와서 머물다 가는 그것을 우리는 삶이라 부르고 각자에게 각양 각색으로 주어진 삶을 그 때 그 때 잘 받아들이고 이겨 내기 위하여 열심히 버둥거리고 있다. 누구에게든지 한번씩만 주어지는 삶을 대충 아무렇게나 살고 싶은 사람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살다 보니 뜻대로 되지 않고 생각보다 막다른 골목에 계속 몰리다 보니 자포자기해서 에라 될 대로 되라는 식의 포기한 삶을 살고있는 이들이 생겨난 것이리라. 또한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하는 이들도 뒤돌아서 부족한 후회의 삶이었다고 생각한다면 결국은 이 세상에서 만나지는 삶은 열심히 살았던 그렇지 않았든 별 차이가 없는 삶이라고 결론을 내릴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열심히 산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인생은 하늘과 땅만큼이나 크나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인생을 논하기에 나는 어쩌면 너무나 짧은 시간을 살아왔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인생을 논할 적당한 나이가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라 생각한다. 얼만큼의 나이를 먹어야 인생을 논할 수 있는지는 어느 누구도 알 수 없다. 삶이라는 것이 어렵고 힘들 수도 있지만 반대로 매우 재미있고 가치 있다는 것을 이제 막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가 느낄 수도 있는 것이고 황혼이 되어가는 노년에서 마저도 전혀 깨닫지 못할 수가 있다. 삶은 우리 안에 깊숙이 들어와 있으면서도 우리가 전혀 모르고 살아가도록 설계되어 있다. 삶의 중요성과 인생이 주는 의미를 되새기며 살아가도록 우리가 미리 알도록 설계되어 있는 것이라면 사람들은 오히려 삶을 건들거리며 대충 살아가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아침에 일어나 눈을 뜨자 마자 인생이란, 삶이란 거창한 화두를 던지며 청춘의 시간을 보내던 십대, 이십대의 꿈꾸었던 날들이 떠오른다. 밥을 먹지 않고도 하루 종일 굶고 이리 저리 걸으며 쏘다녀도 전혀 배가 고프지 않던 그야말로 푸르렀던 청춘의 시절에나 가능한 시간들이 누구에게 든 인생 한자락에 머물러 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시절이 가장 순수하고 아름답고 행복했던 시간이 아니었을까. 적어도 살기위해 물질적인 것에 순수한 정신세계를 저당 잡히지 않아도 되니 말이다. 인생이란 무엇일까, 삶을 어떻게 받아들이며 살아야 할까 매일 되풀이해서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던 한때나마 영혼이라도 자유로웠던 그 시절이 그래서 지극히 순수하고 아름답게 기억되는 것이리라.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나면 어느 순간부터 인생을 논했던 가슴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시간을 물쓰듯 써야 하는 쪽으로 기울어버리고 자유로운 상상의 시간속에 머물며 추구했던 것들은 날개를 달고 이미 저 하늘로 날아가버린 파랑새가 되어버리고 만다. 그저 아련한 꿈으로 아름답고 푸르게 채색되어 가슴 한 켠에 그나마 새겨져 그래서 이따금 사는 것이 힘들고 어렵다고 느낄 때마다 그것들을 꺼내어 어루만지며 위안을 받는다면 다행인 것이다. 실제로 과거에 만들어 둔 내 안의 그것들은 현실을 지탱하는 나를 꽤 많이 위로해준다. 다시금 어려운 이 현실의 터전에서 나를 일으켜 세워줄 에너지를 준다. 그 시절에 나를 향해 던지던 질문들이 지금 이 시간에 어느 누군가를 끊임없이 괴롭히고 있을지 생각하면 그가 부럽기 짝이 없다. 지구상의 인간들 가운데 이런 종류의 질문을 해대며 자신을 들볶는 행복한 사람들이 얼마나 될런지 모르겠다. 인생과 삶을 읊조리는 사람은 적어도 자신의 인생과 삶에 대하여 책임을 베풀고 살아가는 인간이다. 산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살아간다는 것은 참으로 충분히 위대한 일이다. 그 삶을 잘 살아가기 위해 마음속에 미리부터 꿈의 씨앗을 심어야 한다, 훗날 치열한 인생살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나를 지켜줄 든든한 나무 그늘을 위해. 반면 삶에 대하여 아무런 생각없이 살아가는 이들도 있다. 세상은 언제나 같은 것이고 적당히 어렵거나 힘든 것들이 뒤섞여 반복되어 찾아오는 것이라 위안하며 그저 아무렇게나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사회의 한 일원이 되어 구태여 힘들게 일하지 않아도 어차피 지구상에서 살아가기는 피차 마찬가지라 여기며 어리석게 시간을 보낸다. 그들은 빠르게 흐르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지 못한다. 그야말로 어리석기 짝이 없는 부류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시간을 허비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다. 적어도 자신이 택한 인생과 삶의 경로에 책임지는 사람이 되어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인생 마지막에 찾아올 뒤안길 위에서 여러모로 위안이 될 것이다. 삶의 주인은 자신이다. 나의 삶이 저 하늘에 별이 되어 빛날 수 있냐 아니냐는 비로소 이 세상을 떠날 때만이 스스로가 알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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