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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 ‘기생충’ 봉준호 감독 “외국서도 자기네 얘기 같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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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앙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9-05-24 01:00 조회1,14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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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영화제 공식상영 다음날 현지에서 한국 취재진과 만난 봉준호 감독.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어제 ‘기생충’ 상영 끝나고 외국 분들이 오셔서 이게 지금 자국 상황이다, 자국에서 리메이크하면 딱 좋겠다, 그러더군요. 빈부 양극화라는 거창한 슬로건을 걸고 영화를 찍진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통하는구나, 다들 비슷하게 느끼는구나 생각했죠.”
 
제72회 칸영화제에서 22일(현지시간) 만난 봉준호(50) 감독의 말이다. 출국 전 제작보고회에서 그는 “한국 관객만이 뼛속까지 이해할 디테일이 가득해 외국 분들이 백프로 이해는 못 할 것 같다”고 했지만, 전날 공식상영 반응은 뜨거웠다. 전원이 백수인 기택(송강호)네 가족과 IT기업 CEO 박사장(이선균)네 가족이 극과 극으로 뒤얽힌 희비극에 환호와 웃음이 터져 나왔다.
 
“현대판 ‘다운튼 애비’(영국 귀족 집안을 그린 TV 시대극) 같은 부조리한 상황이 관객에게 넝쿨처럼 파고든다”(영국 가디언) “웃음, 분노에 이어 흐느낌이 목을 관통한 화살처럼 목구멍에 딱 맺힌다”(미국 버라이어티) 등 각국 언론의 호평이 나왔다. 매체 ‘르 필름 프랑세즈’에선 프랑스 평론가 15명 중 9명이 황금종려가지(만점)를 줬다. 11개를 받은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페인 앤 글로리’에 이어 가장 많았다.
 
앞서 공식 기자회견에서 감독은 전작 ‘설국열차’의 수평적 기차 공간과 대비되는 이번 영화의 수직 공간에 담긴 한국적 뉘앙스도 설명했다. “영화의 90%가 집안에서 벌어지고 60%는 박사장네 부잣집에서 찍었다. 수직적으로 나뉜 공간들이 계단으로 연결돼 저희끼리는 ‘계단 시네마’라고도 했다”며 “전 세계 영화사에서 수직적 공간에 계층을 녹여낸 경우가 드물지 않지만, 우리 영화엔 한국만 있는 반지하 공간(기택네 집)이 주는 미묘한 뉘앙스가 있다”고 했다.
 

영화 ‘기생충’은 극과 극의 두 집안이 얽히는 이야기다. 국내 극장가에 30일 개봉한다.

또 “이번 영화제 상영을 위해 불어·영어 자막을 만드는데 반지하에 해당하는 단어가 없더라”며 “분명히 지하인데 왠지 지상으로 믿고 싶어지는 공간이다. 영화는 그곳에 가느다란 햇살이 드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반지하는 햇살이 든다. 하지만 잘못하면 완전히 지하로 갈지 모른다는 공포가 있다. 서구 영화에선 볼 수 없었던 부분”이라 강조했다.
 
수상 가능성에 대해선 “저도 해외영화제 심사를 해봤지만 예측할 수 없더라. 최후의 30분에 뒤바뀌기도 한다. 그걸 생각하면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며 “상을 못 받아도 있던 재미나 가치가 없어지진 않는다. 그럼에도 저보단 송강호 선배님의 남우주연상 수상을 강력히 기대한다”고 했다.
 
이에 송강호는 “저 양반이 쑥스러워서 저런다”며 웃었다. 한국 취재진과 따로 만난 그는 “저는 ‘기생충’이 한국영화의 진화라고 자신 있게 얘기한다”며 “봉 감독의 데뷔작 ‘살인의 추억’에 리얼리즘 성취가 있다면 이젠 철학적 깊이까지 갔다. 봉준호의 진화다. 작가로서 봉 감독의 과감성, 자신감, 사회를 관통하는 정확한 시선이 이번엔 놀라울 만큼 더 많이 느껴졌다”고 했다.
 
봉 감독은 공식상영 때의 아쉬움도 털어놨다. “칸에서 늘 하는 기립박수 세레모니지만 최우식씨 엔딩곡을 함께 들려드리려 했거든요. 근데 어제 상영 끝나고 불이 일찍 켜지면서 사운드가 꺼져버렸어요.” 극 중 기택의 큰아들 기우를 연기한 최우식이 부른 엔딩곡 ‘소주 한 잔’은 정재일 음악감독이 작곡, 봉 감독이 직접 작사했다.
 
‘기생충’은 국내 극장가에 30일 개봉한다. 감독은 스포일러에도 전에 없이 신경을 썼다. “충격의 대반전은 아니어도 굽이굽이 관객을 확확 견인하는, 멱살 잡아끄는 힘이 있거든요. 모르고 봤을 때 영화와 관객이 2인3각처럼 더 잘 달릴 수 있지 않을까요.” 올해 칸영화제 수상 결과는 25일 폐막식에서 발표된다.
 
칸(프랑스)=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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