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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문예정원] 지나는 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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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의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9-05-24 09:41 조회1,42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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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e321e853a87602a2e3b40e98cf14795_1558716056_4255.jpg김의원/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어느덧 캐나다에 유학 온 지 49년이 지나 반세기가 되어간다.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를 필 한 후 곧 유학의 길에 올랐기에 고국에서 사회생활의 경험이 전혀 없다. 그러기에 한국을 방문하면 모든 것이 낯설어 꼭 외국에 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어마어마한 건물들, 끊임없는 사람들과 자동차 물결, 잘 닦아진 고속도로, 심지어 사회생활 자체도 어느 것 하나 낯익은 것이 없다. 그래도 낯익은 것은 옛날 친구들이다.

 

상당한 기간을 자주 만나서 같이 생활하며 마음이 맞으면 자연스럽게 친구가 된다. 학교 들어가기 전에는 동네의 같은 또래 애들과 친구가 되는데, 한국 동란 중에 어린 시절을 보내서 지금 특별히 생각나는 친구는 하나도 없다. 초등학교 때 친하게 지냈던 친구가 몇 있었다. 그러나 나의 부친은 초등학교 교사여서 전근을 자주 다니셨다. 따라서 관계를 계속 유지할 수 없어서 기억은 되지만 연락이 끊어 진지 오래다. 오랜 기간 같이 생활하면서 지내게 되는 중고등학교 시절, 대학 시절, 군대 생활 시절, 유학 시절, 이민 생활 시절, 이렇게 시절별로 친구들을 사귀게 되었다.

 

오랜만에 고국을 방문하면 옛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 최근 몇 년간 우리 부부는 연로하신 장모님을 뵙고 같이 지내기 위해 매년 고국을 방문하고 있다. 장모님은 올해 만 93세이신데 낮에는 노인 복지회관에 다니시며 혼자 살고 계신다. 요사이 복지시설이 잘되어 있어서 전문가들이 개발한 교육과정을 따라 마치 학교처럼 운영되는데 장모님은 지금도 열정을 가지고 다니신다. 고국을 방문할 때마다 나는 몇 그룹의 친구들과 만난다. 중고등 친구들은 어려 서부터 서로 집에 놀러 가기도 하고 공부도 같이 하고 해서 부모 형제자매도 서로 아는 사이다. 우리는 대학에 가서도 동아리 활동도 같이했었다. 모두 해외 유학을 했는데 나만 외국에 눌러앉았기에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내가 왔다고 부부 동반으로 만나 곤 했었다. 세월이 지나면서 부모님들은 돌아가셨고, 상처한 친구도 생기고, 몸이 불편한 친구도 생겨 이제는 같이 모이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다. 생기발랄하고 야심에 찼던 시절이 바로 엊그제 같은데 ….

 

방문 때마다 찾아가는 고등학교 동문의 “동아리” 둘이 있다. 하나는 “기목회”라는 기독교 신자들이 매달 모이는 동아리고, 다른 하나는 “남산 걷기회”라는 매주 모이는 동아리다. 기목회는 주관하는 장로가 친한 친구인데 지난 20여 년 간 한결같이 동문 출신 목사님들을 모시고 예배를 드리고 저녁을 나누며 친교를 한다. 세월이 지나니 매년 보이던 친구가 육신의 병으로 못 나오기도 하고 새로 나오는 친구들이 있기도 하다. 어느 해에는 고등학교 졸업 후 처음 만나는 친구도 있었다. “남산 걷기회”는 문자 그대로 남산 둘레길을 걷는 그룹인데 케이블카 타는 데서 출발해서 장충체육관 있는 데까지 2시간 정도 걷는 모임이다. 걷고 나서 저녁을 같이하는데 옛 스타일의 이름난 식당들을 섭렵한다. 참석인원이 가끔 줄어드는 이유는 육신의 병으로 인함이요, 늘어남은 늦게나마 건강을 위해 걷기로 결심한 친구들이 있기 때문이란다. 그래서인지 세월이 지나가도 사람은 바뀌지만, 참석인원 수는 거의 변함이 없다. 대학 동문들도 매달 한 번씩 모여 저녁을 나누며 교제를 하는데 4년 전에 참석했을 때는 거의 20명 정도 참석했는데 올해 방문 때 9명이 참석했다. 세월이 지나니 인원수가 준다고 했다. 잘 참석하던 2명이 최근에 타계했다는 슬픈 소식을 들었다. 이제 우리 나이가 죽음에 가까워져 가고 있다는 실감이 드는 순간이었다.

 

“가까이 있지 않으면 잊어버린다” (Out of Sight, Out of Mind)는 말과 같이 오랫동안 떨어져 사니 서로 잊고 사는 것이 현실이다. 형제자매도 서로 떨어져 살다 보면 잊고 생활할 때가 많음을 인정한다. 다행히도 요사이는 통신 기술의 발전으로 옛날과는 달리 전화 통화나 영상 통화를 통해 자주 연락할 수가 있게 되었다. 그러나 같은 생활권에서 살면서 필요할 때 언제든지 만나고 찾아가 서로 교제하며 지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인터넷에 떠도는 말에 의하면 친구가 있는 사람이 없는 사람에 비해 치매 걸리는 확률이 낮고 육신의 건강도 좋다고 한다. 세월이 지나고 나이가 들면서 제일 화두가 되는 것이 건강 문제이다. 건강이 친구 유무와 연관이 되니 친구 사귀는 일이 얼마나 우리 생활에 중요한지 새삼 느끼게 된다. 사실 친구를 만드는 것은 어떻게 보면 쉬운 일이다. 오랫동안 같이 지내며 자주 만나고 마음이 맞으면 친구가 된다. 세월이 지나며 우리의 마지막 날이 점점 가까워져 가고 있다. 온전한 정신을 가지고 건강하게 살다가 가려면 우선 서로 만나기에 힘써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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