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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 이장호 “봉준호 엉뚱하면서 성숙, 영화만 아는 금치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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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앙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9-05-27 01:00 조회1,14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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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이 배우 송강호에게 무릎을 꿇었다. 프랑스 칸에서 25일(현지시간) ‘기생충’으로 제72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직후 송강호에게 황금종려상 트로피를 바치는 동작을 취했다. ‘기생충’까지 봉 감독과 네 편의 영화를 함께한 송강호는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로이터=연합뉴스]

봉준호 감독, 진심으로 축하한다.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는 뜨거운 소식을 어제 새벽 뉴스를 보고 있던 아내를 통해서 들었어. 나로선 꿈도 못꾼 신화 같은 칸의 최고 영예가 이윽고 봉 감독에겐 현실이 됐네. 아무리 25년 나이차가 나는 후배 감독이라도 내가 이렇게 쉽게 이러쿵저러쿵 말을 해도 되는 것인지 겁부터 벌컥 나는군.
 
1년 전 쯤인가. 내가 모처럼 안부 전화를 했을 때 봉 감독은 ‘기생충’이라는 제목의 시나리오를 마무리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려주었지. 그때 나의 상상력은 촌스럽게도 봉준호의 기생충이라면 새로운 괴물로 기생충이 등장하는 판타지인가, 그런 엉뚱한 추측에 멈췄었지. 거대한 기생충, 그러니까 이런 상상력의 나는 100년이 지나도 칸의 문턱엔 들어설 수가 없을 거야. 그래서 무척 궁금했는데 칸에서 들려온 소식에 따르면 관객들이 시사 후 기립박수로 답례를 했다고 하지. ‘기생충’은 소셜 블랙코미디라는 작품 설명에 내 호기심과 궁금함은 200% 이상으로 상승했다네.
 
내 혈압도 그만큼 올라간 거야. 아! 어떻게 만들었을까? 봉준호의 블랙코미디라!!!. 명배우 김혜자씨가 엉뚱하게 덩실덩실 춤을 추던 영화 ‘마더’의 신선하고도 창의적인 연출 감성에 탄복했던 기억이 새로웠다네. ‘살인의 추억’에 구현된 사실적 접근과 추리 심리의 섬세함에 감탄했던 것도 떠올랐고…. 대체 어떤 친구이기에 이렇게 엉뚱하면서 성숙한 연출을 보여줄까 늘 궁금했었지.
 

이장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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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봉 감독의 첫 작품에도 당연히 관심을 갖게 됐다네. 처음 봉 감독을 만났을 때가 생각나네. 내가 ‘플란다스의 개’ 비디오나 DVD를 구할 수 있을지 물었더니 기꺼이 그 영화를 선물해주었지. 그때도 난 제목에서 느끼는 감성으로 동화적 상상을 했어. 내가 어렸을 때 처음으로 눈물을 펑펑 쏟아낸 네로와 파트라슈의 분위기를 기대했던 내가 모자란 놈이란 걸 깨달았던 거야. 나는 봉 감독의 상상력의 창의성과 독창성을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어. 그저 신기할 뿐이야.
 
그러고 보니 ‘기생충’은 ‘플란다스의 개’의 연출 감성의 진화, 개안, 확장인가? 빨리 보고 싶네. 나의 행운은 아니지만 후배의 영광에라도 얹혀서 영화의 위대함을 좀 더 가까이서 바라보고 싶으니까…. 한국영화 100년의 쾌거를 실감하고 싶으니까….
 
어느덧 봉 감독과 함께 지낸 세월이 20년 가까이 되네. 나이론 한참 아래지만 오랜 술자리 친구이자 우리 사회의 아픔을 꿰는 영화적 동지로서 많은 영감을 받았지. 내 스승 신상옥 감독은 영화감독의 첫째 조건으로 인격을 들었었지. 나이가 들수록 그 의미가 더욱 새롭게 다가온다네.
 
봉 감독은 사석에서도 언제나 선량해 보였어. 영화적으로는 치열해도 개인적으로 너무나 겸손했네. 칸 이후의 영광에도 여전히 그 모습을 잃지 않겠지? 오직 영화에만 집중하고, 영화에 한번 빠지면 다른 모든 건 잊어버리는 자네가 아닌가.  감히 비유컨대 나는 봉 감독이 ‘영화만 아는 금치산자’라고 종종 말해왔지. 덩치 큰 소년처럼 맑은 면이 있는가 하면 아주 노숙한 어른의 점잖은 음흉함도 함께 소유하고 있는 봉준호 매력의 최고점을 어서 내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네. 다시 한 번 축하한다, 봉! 준! 호!
 
이장호(영화감독)
 

 
칸 경쟁부문 수상한 한국영화

 
2002년 임권택 감독 ‘취화선’ 감독상
2004년 박찬욱 감독 ‘올드보이’ 심사위원대상
2007년 이창동 감독 ‘밀양’ 전도연 여우주연상
● 2009년 박찬욱 감독 ‘박쥐’ 심사위원상
2010년 이창동 감독 ‘’ 각본상
2019년 봉준호 감독 ‘기생충’ 황금종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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