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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문예정원] 미스 트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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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현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9-05-31 09:23 조회1,01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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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d9004cb194ee1819348fdc3a26f84ec_1559319808_5902.jpg이현재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아이돌과 걸그룹이 대세인 요즘, 중년 이상의 어른 들은 딱히 볼만한 음악 프로그램이 없다. 현재 활동하는 가수들을 보면 과연 저들이 늙어서 가요무대 등에 나가 부를 노래들이 있을까 싶다. 빠른 가사에 격렬한 몸 동작이 대부분인 요즘 노래를 환갑, 진갑이 넘어 부르기에는 불가능해 보인다.

 

 젊을 때는 트로트 가요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팝송과 70, 80포크송에 심취해 있던 때라 라디오에서 트로트 음악이 나오면 채널을 돌려 버리곤 했다. 그런데 나이가 들고 보니 배호와 이미자의 노래가 좋아지기 시작한다. 다소 유치했던 가사가 지나온 내 인생을 얘기하는 것 같고 구성진 멜로디는 애절하게 가슴을 파고 든다.

 

 요즘 미스 트롯이란 오디션 프로그램이 화제다. 출연자 100명을 뽑는데 12,000명이 지원했다고 하니 가히 폭발적인 관심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직장 부, 고교 부, 대학 부, 일반인 부, 현역 부로 구분해서 선발하는데 노래 실력이 모두들 만만치 않다. 누가 현역 가수이고 누가 아마추어인지 구분하기가 매우 힘들다. 여러가지 이색적인 사연도 화제를 모았는데, 현역 가수 신분으로 지원한 김양은 심사위원인 장윤정과 가수 데뷔 동기생이다. 한 사람은 현역 최고의 반열에 올랐고 또 한 사람은 무명 가수로 친구의 심사를 받는 처지가 되었다. 경연자와 심사위원으로 만난 두 사람이 눈물을 뿌리는 장면은 한때 인터넷 검색 순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200일간의 대장정을 거쳐 서바이벌 경연에서 살아남은 마지막 5인이 선발되었다. 이 중에서 트롯 여왕이 선출되는데, 사실 5인 중 누가 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모두 출중한 노래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마지막 결선 결과 최종 행운은 단장의 미아리 고개를 애절하게 부른 전남 진도 출신 송가인 이 차지했다. 예선 때부터 여러 차례 임시 진에 뽑힐 정도로 가창력이 뛰어나 미리 예상은 했었지만, 마지막 무대에서도 관객들의 혼을 쏙 뺄 만큼 열창을 했다. 개인적으로는 감성적 목소리를 지닌 곰탕집 딸 홍자를 내심 지지했었는데 결선곡인 열애의 2절 엔딩 고음 부분에서 삑사리가 나며 실수하는 바람에 3등인 선으로 밀리고 말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빡빡한 일정으로 성대 결절이 와 고음 내기가 힘들었다고 한다.

 

 개그우먼 출신으로 모두의 예상을 깨고 당당히 최종 5위 안에 들은 김나희도 화제에 올랐다. 마지막 결선을 앞두고 극도로 긴장한 나머지 구토를 하는 등 경황이 없는 모습이 화면에 잡혀 시청자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무대 뒤에서 동료 한 명이 그녀를 부축해 대기실에 딸린 세면대 바닥에 눕히고 응급조치를 하는 모습을 보며 그간의 심리적 압박감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잠시 후면 전 국민이 시청하는 TV카메라 앞에 서야 하는데 차가운 맨 바닥에 누워 있어야 하는 심정이 어땠을까? 화려한 무대의 앞 모습과 뒤편의 모습이 극명하게 비교가 되는 순간이었다. 그 장면을 보니 이민 초기에 비즈니스를 운영하면서 어디로 도망가거나 사라지고 싶을 만큼 힘들었던 순간들이 떠 오르며, 그러한 모습을 주위에 보이지 않으려고 애쓰던 지난 날들이 오버랩 되었다. 

 

 다양하고 기구한 사연을 가진 미스 트롯 출연자들의 절박하고 아름다운 도전을 보면서, 인생에서 가장 멋진 일은 열정을 바쳐 할 일이 하나쯤 있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나이는 상관이 없다. 오늘이 내 생애 가장 젊은 날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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