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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 보석은 시대를 담는 창…달라진 여성 지위 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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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앙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9-06-04 03:00 조회2,86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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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 루싱거 ‘반클리프 아펠’ 아시아퍼시픽 회장이 헤리티지 컬렉션 주얼리가 전시된 한국 가구박물관 을 찾았다. [사진 반클리프 아펠]

지난달 16일 서울 성북동에 있는 한국 가구박물관에서 아름다운 주얼리 전시가 열렸다. 프랑스 하이 주얼리&워치 메종 ‘반클리프 아펠’의 헤리티지 컬렉션 40점이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자리였다.
 
그동안 반클리프 아펠은 많은 노력을 기울여 192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메종이 제작한 주얼리들을 찾아내고 수집했다. 그 결과 전 세계에 흩어져있던 진귀한 하이 주얼리들이 모였고, 메종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헤리티지 컬렉션이 완성됐다.
 
이번 전시를 소개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니콜라 루싱거 아시아퍼시픽 회장을 만나 메종의 철학과 헤리티지 컬렉션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1920년대~90년대까지 제작된 반클리프 아펠의 헤리티지 컬렉션 주얼리와 한국 공예품이 조화를 이룬 화보. 스타일링 서영희, 사진 김정환, 통영 양태 도국희, 한지 공예 이순재, 백자 문병식. 청자와 모시적삼은 개인소장품. [사진 반클리프 아펠]

헤리티지 컬렉션의 가치는 무엇인가.
“메종의 소중한 자산인 동시에 시대의 정신을 담고 있는 ‘역사의 한 조각’이라 표현하고 싶다. 두 차례의 세계 대전과 5월 파리혁명을 거치는 시간 동안 유럽에선 새로운 문화사조가 발생했고 여성의 지위도 많이 변했다. 이런 역사의 흐름이 모두 헤리티지 컬렉션에 담겨 있다.”
 
주얼리에 반영된 문화와 시대상이란 예를 들어 어떤 건가.
“세계 1차 대전 직후 아르데코 양식이 새로이 부상했고, 반클리프 아펠은 빠르게 이를 주얼리 디자인에 적용했다. (*기하학적인 패턴이 많이 사용되는 한편, 강렬한 색채대비를 이루는 터키석과 산호 같은 준보석을 더해 이국적인 효과를 연출했다. 또 중국·일본·페르시아에서 영향을 받은 오리엔탈리즘의 영향을 받은 디자인들이 대거 선보였다) 파리에서 일어난 ‘5월 혁명’ 후부터 여성의 사회적 역할이 강조되면서 많은 여성이 하루에도 여러 번 다양한 상황에 따라 주얼리를 바꾸고 싶어 했다. 지퍼를 내리면 목걸이가 되고 올리면 팔찌로 착용할 수 있는 지프 목걸이, 평소엔 목걸이 펜던트지만 떼서 따로 브로치로 사용할 수 있는 클립 등 ‘변형 가능한 트랜스포머 주얼리’ 디자인이 탄생한 배경이다.”
 
한국 가구박물관을 헤리티지 컬렉션 전시장으로 택한 이유는.
“한국인은 굉장히 섬세하고 높은 수준의 안목을 갖고 있다. 이는 오늘날 세계의 문화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트렌드 리더’로서 한국의 역할에서도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한국의 전통 문화 유산은 놀랄 만큼 아름답고 정교하다. 이런 한국의 전통문화유산과 메종 장인들의 노하우로 완성된 헤리티지 컬렉션이 어울린다면 멋진 조화를 이룰 거라고 생각했다.”
 

1920년대~90년대까지 제작된 반클리프 아펠의 헤리티지 컬렉션 주얼리와 한국 공예품이 조화를 이룬 화보. 스타일링 서영희, 사진 김정환, 통영 양태 도국희, 한지 공예 이순재, 백자 문병식. 청자와 모시적삼은 개인소장품. [사진 반클리프 아펠]

반클리프 아펠은 해리티지 컬렉션으로 국내에서 화보도 진행했는데, 역시나 한국의 전통 공예품들과 함께했다. 스타일링은 크리에이터 서영희씨, 사진은 김정환 작가, 통영 양태는 도국희 작가, 한지 공예는 이순재 작가가 맡았다. 아르데코 풍으로 디자인된 색색의 정교한 주얼리와 순백의 우리 전통 공예작품은 형형색색의 길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받아 적는 흰 노트처럼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아시아에서 ‘노아의 방주’ 등 큰 전시를 열고 전시 국가의 전통과 문화를 공부해 접목하려는 시도를 꾸준히 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메종은 동양의 아름다움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 앞으로도 동서양의 문화 가치를 공유하며 또 다른 시각적 영감을 주고받으려 노력한다. 이는 마치 주얼리의 여행, 모험이라 할 수 있다.”
 
헤리티지 컬렉션 전시를 위해 옛날 구매자를 찾아가 전시 출품을 설득하거나 되사오기도 한다.
“1906년 메종 설립 이후의 구매 고객과 판매 현황 기록을 모두 보관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희소가치가 높은 주얼리의 경우 고객들을 찾아가 전시 출품 또는 메종에 되팔기를 설득할 때가 있다. 거절당하면? 포기하지 않고 기다린다. 몇 년씩 기다린 적도 있는데, 주기적으로 편지를 보내 우리가 그 작품을 꼭 되찾아 전시하고 싶은 마음을 간곡히 전달하면 대부분 마음을 열더라.”
 

1920년대~90년대까지 제작된 반클리프 아펠의 헤리티지 컬렉션 주얼리와 한국 공예품이 조화를 이룬 화보. 스타일링 서영희, 사진 김정환, 통영 양태 도국희, 한지 공예 이순재, 백자 문병식. 청자와 모시적삼은 개인소장품. [사진 반클리프 아펠]

1906년 설립된 반클리프 아펠은 ‘맹도르(Mains d’Or™·프랑스어로 황금손이라는 뜻)’라 불리는 메종 장인들에 의해 예술에 가까운 아름다운 주얼리를 제작하고 있다. 대표적인 특징은 자연의 아름다움, 발레 하는 소녀 등의 춤, 동화 속 상상의 세계에서 영감을 받아 창조되는 서정적이고 시적인 디자인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짝퉁 시장의 단골 제품이 된 ‘알함브라 컬렉션’도 모양은 심플하지만 정서는 같다. 자연이 선물한 행운의 상징 ‘네잎 클로버’를 몸에 지니고 다니면서 삶의 행복을 즐기라는 거다. 한편으론 미스테리 세팅, 로즈 커팅 등 메종만의 독보적인 기술을 개발해 과학기술과 감성이 절묘하게 어울린 브랜드로도 평가받고 있다.
 
주얼리 세공 기술 중 ‘로즈 커팅’이란.
“발레리나 또는 요정의 얼굴에 사용되는 최고의 커팅 기법으로 작은 알갱이의 보석 안에 눈, 코, 입이 조각된 듯 보이는 게 특징이다.”
 
동화 같은 스토리를 표현하다보니 유색 스톤을 많이 쓰는 편이다. ‘보석의 왕’ 다이아몬드와 비교해 유색 스톤은 가치가 떨어지지 않나.
“컬러 스톤의 희귀성과 가치는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어떤 경우, 루비가 다이아몬드보다 더 가치를 인정받을 때도 있다.”
 

1920년대~90년대까지 제작된 반클리프 아펠의 헤리티지 컬렉션 주얼리와 한국 공예품이 조화를 이룬 화보. 스타일링 서영희, 사진 김정환, 통영 양태 도국희, 한지 공예 이순재, 백자 문병식. 청자와 모시적삼은 개인소장품. [사진 반클리프 아펠]

법학 석사가 하이 주얼리와 인연을 맺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
“어릴 적부터 주얼리의 특별함과 아름다움에 끌려 관련 책을 많이 읽었다. 또 할머니의 주얼리를 보고 싶은 마음에 집에 오실 때마다 내가 좋아하는 주얼리를 착용하고 오시기를 부탁하기도 했다. 가족들이 법조계에서 일을 많이 하고 있어 자연스럽게 대학 전공은 법을 선택했지만 여전히 주얼리의 세계로 뛰어들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 결국 뉴욕 크리스티에서 10년 일한 다음, 반클리프 아펠에 합류했다.”
 
까르띠에, 불가리 같은 하이 주얼리 브랜드들은 패션사업 등으로 다각화를 모색하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하이 주얼리 메종으로 쌓아온 신뢰와 믿음을 유지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요즘 모든 럭셔리 브랜드들이 중국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반클리프 아펠의 전략은 어떤가.
“중국 시장은 여러 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우린 특별히 한 시장을 겨냥하기 위한 목적으로 컬렉션을 구상하진 않는다. 메종의 정체성과 세계를 구현하고 표현하는 것이 언제나 가장 중요하다.”
 

1920년대~90년대까지 제작된 반클리프 아펠의 헤리티지 컬렉션 주얼리와 한국 공예품이 조화를 이룬 화보. 스타일링 서영희, 사진 김정환, 통영 양태 도국희, 한지 공예 이순재, 백자 문병식. 청자와 모시적삼은 개인소장품. [사진 반클리프 아펠]


 
리즈 테일러의 루비 반지…남편 리처드 버튼의 선물

 
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화려한 일상만큼이나 다양한 주얼리를 보유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반클리프 아펠의 주요 고객이기도 했는데, 널리 알려진 것은 새빨간 루비 반지와 사자 머리 모양의 펜던트를 단 목걸이다. 모두 그녀의 남편이자 할리우드의 유명 배우인 리처드 버튼이 ‘특별한 날’을 기념해 선물한 것들이다.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평소 루비 반지를 갖고 싶어 하는 걸 알게 된 리차드 버튼은 반클리프 아펠 메종에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루비 반지를 제작해달라”고 의뢰했다. 이후 메종은 전 세계를 뒤져 가장 아름다운 루비를 찾아냈고, 다이아몬드와 함께 세팅해 엘리자베스와 똑 닮은 매혹적인 분위기의 반지를 완성시켰다. 리차드 버튼은 이 루비 반지를 크리스마스 때 난로 앞 양말 주머니에 사탕 대신 넣어 엘리자베스 테일러를 깜짝 놀라게 했다.
 
초록빛 에메랄드 눈을 가진 사자 머리 펜던트의 다이아몬드 목걸이는 엘리자베스가 40살의 젊은 나이에 손자를 봤을 때 역시 리처드 버튼이 할머니가 된 기념이라며 선물한 것이라고 한다. 이후 이 목걸이에는 ‘그래니(granny·할머니) 목걸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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