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건너 글동네] 빨간 신호등 > LIFE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LIFE

문학 | [바다건너 글동네] 빨간 신호등

페이지 정보

작성자 김춘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9-06-12 11:17 조회1,480회 댓글0건

본문

                                        

d0a538fbaf676dbfe78d9139bc4b9b24_1560363443_7609.jpg김춘희

        한국문협 캐나다 밴쿠버지부 회원

 

 

 

   

 

 이 곳 메이플 리지로 이사 와 산지가 벌써 8년이 넘는다. 이사 올 때만해도 이 동네는 마치 시골에 사는 기분이 들 정도로 집을 나가면 농장이 있고 쉽게 소나 말을 볼 수 있었다. 이제는 푸르고 넓었던 밭에 타운 하우스가 즐비하고 들어섰고 주택이 늘어 난 만큼 차량이 늘어나 출 퇴근 시간에는 가급적 멀리 가지 않는다. 코퀴틀람 쪽으로 갔다가 저녁 퇴근시간에 걸리면 꼼짝 없이 트라픽에 걸려 귀가 시간이 지체될 정도다.

 

  메이플리지로 들어오면서 왼쪽으로 듀드니 길이 나오면 그 길에서 240 까지 올라 가는 동안 신호등이 자그마치 15개는 더 넘을 듯 싶다.나는 매일 아침 7시 좀 지나면 집에서 나와 240 번 길로 드러 갔다가 듀드니 길로 내려간다. 신호등 6개 쯤 지나서 엣지 (Edge) 길에 있는 성 파트릭 성당 미사에 참석한다. 이것은 내가 무슨 큰 믿음 생활을 해서라기 보다는 아침을 여는 육체적 운동을 하기 전에 하는 하나의 정신적 운동이라 할 수 있다. 미사를 하면서 그 날의 일을 설계하고 그리고 하루를 시작한다. 그것은 나의 하루 생활의 전주곡과도 같은 것이다. 

 

  240번 길에서 듀드니로 내려 가는 동안 신호등 6개 쯤 지나는 동안 아무리 빨리 달리고 싶어도 제한된 속도 외에는 별 도리가 없다. 더우기 나는 젊은 운전자가 아니다. 나이 80에 운전하려면 젊었을 때보다 더욱 조심운전을 해야한다. 그러자니 속도 위반은 내 나이에 어울리지도 않고 아무리 신나게 빨리 달려봐야 제한 속도에서 10-15 이상을 넘지 못한다. 그런데 더가금 성급한 젊은 운전자들이 나를 추월을 하거나 추월이 안되면 안달을 하면서 뒤 쫒아 오는 것을 보게 된다. 그러면 나는 ‘너 바쁘냐? 그럼 앞서 가 봐라” 하고 속도를 조금 더 느리게 가 준다. 다행히 1차선에 차가 없으면 수월하게 나를 추월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내가 양보 해 줘도 소용이 없다. 또 요행히 나를 추월 했어도 빨간 신호등에 걸리면 어쩔 수 없이 멈춰야 하므로 결국은 추월 해 봤자 겨우 내 앞에서 빨간 불에 서기는 매 한가지다. ‘니가 그리 성급하게 가려 해도 여기 듀드니 길에서는 신호등 때문에 더 빨리 갈 수 없단다. 이 젊은이야” 하며 나 혼자 중얼거린다. 어떤때는 얄밉게 추월하는 녀석들이 있으면 ‘그래 빨리 가봐! 결국은 신호등 앞에서 멈춰야 해” 하며 나를 위로 한다.

 

  아무리 빨리 갈려고 추월을 해도 빨간 불 신호등 앞에서는 어쩔 수 없이 서야한다. 일단 서서 파란 불이 나올 때를 기다려야 한다.

 

  인생도 그런 것 같다. 젊어서는 앞서 가는 인생을 살려고 아둥댄다. 누가 성공을 했다 하면 그게 부럽고 또 좀 더 나이 들어 어느 집 아들이 박사가 됐대 하면 그게 선망이고, 뉘 집 딸이 어느 부잣집에 시집갔대! 하면 그것도 부럽고 젊어서는 부러울 것 도 많고 해 보고 싶은 것도 많았다. 그러나 이제 인생을 성큼 80을 넘겨보니 부러울 것도 후회 될 것도 아무것도 안 남는다라는 결론이다. 아들 딸 모두 성공해도 살다보면 집안에 변고가 생기던가 또 부부 의가 좋아 잘 살아도 어느 날 갑자기 한 쪽이 세상을 뜨게 되어 혼자 남을 때도 있고 무엇 하나 인생에서 보증 수표로 남는 것이 없다.

 

  대학교 다닐 때 그렇게 미인이던 친구를 몇 십 년 후에 만나보니 알아 볼 수 없게 늙은 할망구가 되어 “예 나 아무개야 나 몰라보게 늙었지?” 그토록 미인 이였던 친구나 천하의 못 생긴 나나 뭐 다를 배가 없었다. 또 시집 잘 갔다고 모두들 부러워하던 친구는 젊어서 세상을 떴고, 모두가 신호등에 걸린 자동차 운전자의 꼴들이 된 것이다. 고등학교 때 머리가 좋아서 늘 일등만 하던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가 이담에 사회에서 뭐 한자리라도 할 줄 알았는데 저나 나나 별 뾰족한 수 없이 평범한 주부가 되어 아들 낳고 평범히 살더니 중년에 암에 걸려 세상을 떴다. 

 

  누구하나 인생의 보증 수표를 받고 행복하게 사는 친구가 없다는 것이 나의 결론이다. 그러니 우리는 인생의 신호등 앞에서 쉴 줄 알아야 한다.

 

우리 어머니는 공부는 별로 하신 분은 아니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아주 지혜로운 분이셨던 것 같다. 내가 어는 집 아무개가 공부를 잘 해서 월반을 두 번이나 하고 재주도 많아서 어쩌고 저쩍고 하면 어머니는 ‘빨리 끓는 냄비는 쉬 식는다’ 하셨다. 빨리 성공하면 빨리 끊난다는 말이다. 그래서 신호등 앞에서 잠시 쉬는 인생을 살아야 할 것이다.

 

가끔 아들이 운전하는 차에 동승할 때가 있다. 한번은 아들이 천천히 가는 운전자를 휙 추월하며 짜증스럽게 ‘너무 느려!’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추월하며 보았더니 내 나이나 된 할아버지 운전자였다. 그래서 아들에게 조용히 말했다. ‘얘, 그러지 마라 ! 니 엄마도 저렇게 천천히 달린단다. ‘ 아들은 엄마도 그렇게 늙은이 운전을 한다는 소리에 아무런 대꾸도 못했다. 늙은이나 젊은이나 발간 신호등 앞에서는 모두 서야한다. 우리 모두 좀 쉬었다 갑시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LIFE 목록

Total 5,754건 9 페이지
게시물 검색
회사소개 신문광고 & 온라인 광고: 604.544.5155 미디어킷 안내 개인정보처리방침 서비스이용약관 상단으로
주소 (Address) #338-4501 North Rd.Burnaby B.C V3N 4R7
Tel: 604 544 5155, E-mail: info@joongang.ca
Copyright © 밴쿠버 중앙일보 All rights reserved.
Developed by Vanple Netwroks Inc.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