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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문학가 산책] 캔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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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성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9-06-14 09:15 조회1,20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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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랜드 싸이레니스 리비에라 마야 리조트에서

 

   2d13c3d021d0206064150b561fdb3c1b_1560528880_2958.jpg장성녀/시인(캐나다한인문학가협회)

 

 

 

 

열대의 미풍이 산들거려,

나는 해먹에 누워 있다.

 

머리 위로 야자수 잎들이 사그랑거리며 

하늘의 푸른 민낯을 어루만진다.

야자 잎사귀는 

어머니의 치마폭처럼 느긋하다.

 

 

한때,

생이 바라던 대로 살아지지 않아 조급했다. 

나의 행성이 자꾸만 정해진 궤도를 이탈하는 것만 같아

그것을 끌어당기느라 애태웠다.

 

오늘, 

생애 처음 밟은 낯선 마야의 땅.

 

한때 이 땅의 선조들은 

그들을 닮아 변덕스런 신들을 달래기 위해

사람을 제물로 바쳐가며 

몹시 애가 타는 생을 살았다. 

 

 

열대의 미풍이 산들거려, 

나는 해먹에 누워 있다.

 

이제 나의 행성은 제대로 궤도를 도는 걸까

그 궤도의 공식이 불안과 소멸이라는 것을 깨달은 걸까

그러면 나도 야자수 잎처럼 느긋한 어머니가 될 수 있을까

 

해먹처럼 비스듬히 흔들리는 중년에

큰 의문을 작은 행복들로 기워 막으며

가난하고 따뜻한 이 남국에서...

 

 

미풍이 산들거려,

나는 해먹에 누워 있다.

 

마야의 후예들은 키가 작고 인상이 착하다.

그들의 신들도 그들을 닮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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