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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문학가 산책] 아버지를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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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숙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9-06-14 09:15 조회1,24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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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d13c3d021d0206064150b561fdb3c1b_1560528935_123.jpg정숙인/ 수필가(캐나다한인문학가협회)

 

 

 

 

지난 시간에 대한 후회를 하며 살지 않기 위해 오늘을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우리 사람들은 신이 아닌 이상 완벽하지 않기에 적어도 후회를 하지 않으려 노력은 하지만 단 하나의 후회없는 인생을 살고 있지는 못하다. 필자 역시 아버지에 대한 생각을 하다보면 참으로 후회가 되는 일들이 허다하다. 그 중에 하나가 커피를 좋아하는 아버지에게 단 한 번도 커피를 사드린 적이 없다는 후회가 가슴을 저리게 만든다. 사십 여 년 전, 커피가 흔치 않던 시절에 인스턴트 커피를 캐나다에 사는 이모로부터 선물받은 어머니는 그 가루를 숨겨 두고 애지중지 하였다. 당시 커피를 무척이나 좋아했던 아버지는 어쩌다 타주는 어머니의 커피를 조금씩 아껴 마시었고 다 마신 후에도 입맛을 다시며 무척 서운해하셨다. 어렸던 우리들은 함께 받았던 밀크 초콜릿을 아버지는 숨겨놓은 커피 가루를 찾으려 어머니가 집을 비우는 날에는 온 집 안을 뒤지며 보물찾기를 하였다.

 

 

아버지 날에 팀 홀튼즈를 찾았다. 내가 사는 지역인 글렌모어에는 유독 연로한 분들이 많이 모인다. 더러는 그룹이 아닌 혼자된 모습으로 와서 빵과 슾을 곁들인 식사를 하고 커피까지 마시고 가는 지긋한 연세의 싱글 할아버지들을 볼 수 있다. 아버지와 비슷한 연령의 그 사람들을 보고 있자면 여러가지 다른 모습을 한 아버지와 만나고 있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아버지가 빵을 드시고 커피를 맛나게 드시고 계시는구나. 어머니의 핀잔없이 자유롭게 식사를 하며 신문을 보고 계시는구나.’ 그렇게 상상을 하며 몰래 그들을 지켜 보았다. 여기에도 아버지, 저기에도 아버지가 앉아 있었다. 생김도 차림새도 메뉴도 제 각각이지만 내 아버지들이 각 기 다른 모습으로 즐거이 혼자의 시간을 보내는 것을 보며 나는 잠시나마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러다 결국 돌아가신 아버지가 그리워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해드린것이 하나도 없는데 아버지는 너무나 빨리 하늘 나라로 가버리셨다. 아버지가 나와 함께 이른 새벽에 산책을 하고 따뜻한 커피를 마시러 올 수도 있었을 텐데, 수필을 쓰고 시를 썼던 아버지가 나에게 선배로서 해줄 말씀도 많았을 텐데 그것은 무엇이었을까, 수 많은 커피중에서도 아버지는 어떤 커피를 좋아하셨을까 생각하니 가슴이 아려왔다. 생각해보면 아버지와 그리 친하지 않았던 것은 내 성격탓이었다. 나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야 비로소 아버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해하게 되었고 해드리지 못했던 일들이 연이어 떠올랐고 후회가 밀물처럼 밀려들었다. 오랜동안 한국을 떠나 살았기 때문에 아버지를 만날 기회와 시간이 없었던 것도 한몫했다.

 

 

명심보감에도 있듯이 부모는 세월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마음을 다하고 정성을 다하여 자식된 도리로 부모를 섬겨야 한다. 그리한다 하더라도 부모가 나를 사랑하는 마음에 비하면 훨씬 미치지 못할 것이리라. 사랑으로 헌신하면서도 그 사랑을 보이지 않도록 자녀에게 숨기며 뒤에서 뒷바라지하는 우리의 부모님을 공경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나의 모습은 자녀들에게 거울로 비추어지는 부메랑인 것이다. 아버지의 날에 팀 홀튼즈의 커피를 사들고 꿈으로 가는 길목에서 아버지를 기다린다, 무척이나 그리워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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