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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 [와칭] 미드 속 미친 여자들 왜 이렇게 많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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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앙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9-06-15 01:00 조회1,25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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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합니다. 미친 여자의 기원은 미국보다 영국 쪽에 가깝습니다. 어쨌든 오늘은 미드/영드 속에 자주 등장하는 소위 ‘미친 여자(Mad Woman)’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Mad Woman은 문학계에서 종종 쓰이는 비유이기 때문에 그대로 옮겨 씁니다. 제가 이 단어를 쓰는 이유는 끝까지 읽다 보면 알게 되시겠지만, 어쨌든 다소 거친 어감을 양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오에이>에서 내내 미친 여자 취급 받는 프레이리. [사진 넷플릭스]

 
곰곰이 생각해보면 동양 문화권에서 미친 여자가 등장하는 경우는 많지 않죠. 주로 아름답고 현명하거나 욕망 넘치고 살벌한 여성이 등장합니다. 반면, 서구 문화권에선 미친 여자들이 책이나 드라마 주인공인 경우가 꽤 있습니다. 또 극 전체의 반전을 주는 기폭 인물이거나, 극 초반의 분위기를 리드하는 인물인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한번 들어볼까요?
 
·<그레이스>의 주인공 그레이스
·<오에이>의 주인공 프레이리
·<힐하우스의 유령> 중 엄마 올리비아, 막내 엘리
 
왜 미드/영드에선 이렇게 많은 여자가 미친 상태로 묘사돼 나오는 걸까요?
 

아래부터 일부 스포 주의 

 

 

 
마녀사냥 

 

<힐하우스의 유령> 중 좀 무서운 엄마 올리비아. [사진 넷플릭스]

문학계에선 '미친 여자' 비유가 중세시대 유럽에서 시작된 마녀사냥에서 비롯됐다고 보는 견해가 압도적입니다. 시작은 중세부터였지만, 사실상 마녀사냥이 극심했던 건 근대에 이르러서죠. (나무위키) 나중에는 정말 어처구니없는 이유를 들어 마녀로 몬 뒤 화형에 처하는 일들이 빈번했습니다. 여성들은 생리해도 마녀, 눈병이 걸려도 마녀, 피부발진이 나도 마녀로 몰려 떼죽음을 당했습니다. 
 

 

 
감금

 
마녀사냥의 유산(legacy)은 근현대 여성들을 미쳤다는 이유로 가내 감금하거나 내지는 정신병원(Asylum)에 감금하는 풍습으로 이어집니다. 여기서 Asylum은 병을 치료하는 병원이라기보다 사실 신체의 자유를 속박하는 감옥 같은 기관에 가깝습니다. 전혀 새로운 얘기 같은가요?

<푸른 수염> 기억 나시나요? 금지된 방 안엔 늘 학대 받는 여성이 있군요. [사진 넷플릭스]

 
우리는 이미 미쳤다는 이유로 집 안에 감금됐다가 자살해버린 인물을 알고 있습니다. 바로 <제인 에어>에 등장하는 로체스터 씨의 미친 아내, 버사(Bertha)입니다. 기억나시나요? 집 안을 칼 들고 돌아다닌다는 이유로 로체스터는 아내 버사를 수년간 방 안에 가둬버리죠. 아무도 이 방에 접근조차 못 하게 합니다. 결국 방 안에서 겨우 탈출한 버사는 저택에 불을 지른 뒤 그 안에서 타 죽고 맙니다. 마녀사냥으로 화형당한 여성들과 똑같은 죽음의 방식이죠. 
 

 
와칭(watchin')

 
와칭(watchin')은 중앙일보 뉴스랩이 만든 영상물 전문 리뷰 서비스입니다. 넷플릭스 리뷰만 모아놓은 곳, 믿을 만한 영드·미드 추천을 찾으신다면 watching.joins.com으로 오세요. 취향이 다른 에디터들의 리뷰를 읽고, 나만의 리뷰도 남겨보세요.

 

 

 
왜 미쳤을까?

 
중요한 점은 미친 여자(Mad Woman)들이 왜 미치게 됐냐는 겁니다. <제인 에어>의 버사 메이슨을 한번 살펴볼까요. 그녀는 식민지 출신 젊은 여성으로 영어도 제대로 못 하는 데 나이 든 로체스터 씨에게 시집온 케이스입니다. 고향과는 너무 다른 날씨와 자연환경, 음식에 극도로 스트레스를 받죠. 친구도 없는데 집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게 합니다. 여러 이유로 버사의 마음은 병이 들고 맙니다. 그럴 만하지요? 그래서 버사 메이슨의 관점에서 <제인 에어>를 재해석한 작품은 영미권에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미칠 듯한 환경 

 

학대당하는 그레이스. [사진 넷플릭스]

<그레이스>에서 주인공 그레이스가 수감되는 여자 교도소를 보죠. 정신병이 있는 여성들은 보통 치료라는 명목 하의 다양한 실험이 병행되는 특수한 교도소에 수감됩니다. 여기서 그레이스가 정신 치료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고문(?)을 받게 되는 장면들이 나옵니다. 
 
얼굴 자리에만 구멍이 뚫려있는 관 속에 몇 시간 동안 감금되거나, 의자에 포박당하고 머리에 전기 충격 실험 장치를 쓴 채 이상한 실험을 당하는 것 기억나시나요? 이런 실험 방식은 모두 서구 문학, 영상 작품에 묘사돼있는 '미친 여성'의 치료 방식이랍니다. 
 
이렇게 고문을 당한 여성들은 자연스럽게 의사만 봐도 겁에 질려 도망가려고 하거나, 팔을 물거나, 소리를 지르며 저항하게 되는데요. 그 순간 바로 '폭력적이고 더욱더 미친' (violent and extremely insane) 환자가 되는 것이죠. 실화를 바탕으로 한 원작 소설 「Alias Grace」는 현대 영문학에서 페미니즘을 연구하는 데 쓰이는 주요 교재 중 하나랍니다.       
 

 

 
여성 학대

 

나 혼자 정신병동에 가게 되는게 너무너무나 화가 나! [사진 넷플릭스]

미드나 영드에서 미치고 감금당하는 여자의 메타포가 자주 나오는 이유는 바로 그런 설정이 여성을 억압하고 학대한 서구 사회의 단면을 극적으로 드러내 온 주제였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많이 현대화됐고 예전보다 인권 침해의 소지도 줄었지만, 여전히 서구 문화권에선 정신병동은 극도의 폭력과 학대의 아이콘과 마찬가지예요.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에서 여성 수감자들에게 정신병동에 보내겠다고 하니 벌벌 떠는 모습, 기억나시나요?   
 

watching.joins.com 와칭에서 더 많은 리뷰를 만나보세요.

조혜경 기자 wisel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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