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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바다건너 글동네] 자전거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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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송무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9-07-03 12:16 조회2,06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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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59ec7f22e288dbf545f120edbb5f40_1562181333_9335.jpg송무석

(사)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아침 7시 어찌 된 일인지 밖에서 아이들 이야기 소리가 창문을 두드린다. 어, 월요일인데 학교에도 가지 않고 무얼 하는 거지? 어, 오늘 교사들만 학교 가는 Pr-D day인가? 궁금해 커튼을 걷으니 열 살 정도의 여자아이 둘이 한 대의 자전거를 번갈아 타면서 거리를 달리다 교대할 때마다 주고받는 대화 소리였다. 

 

 

나도 저 애들 또래의 꼬마였을 때 자전거를 배워서 탔다. 그러나, 그때 우리나라에는 저런 아이들 키에 맞는 자그마한 자전거가 없었다. 대신 짐을 싣는 커다란 자전거였다. 그러나, 당연히 어린 내게는 무겁고 커서 겨우 붙잡고 끌고 다닐 수 있었다. 하지만, 자전거를 타고 쌩쌩 달리는 어른들이 부러워 포도밭으로 이어지는 길에서 다리가 짧아 안장에 앉지도 못한 채 자전거 가운데를 가로질러 다리를 뻗어 넣고 페달을 반 바퀴씩 돌리며 자전거를 배웠다. 그렇게 배우니 얼마나 많이 넘어지고 상처가 낫는지 다 기억할 수 없다. 어쨌든 초등학교 3학년 여름 방학부터는 자전거를 종종 타고 다녔다. 신작로라 부르던 길 언덕을 제동 장치를 잡지 않고 가속해 신나게 내려오면서 느꼈던 뿌듯하고 상쾌한 기분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그러다, 포장도 되지 않은 그 길에서 미끄러져서 무릎에 상처를 내기도 하고, 빠르게 집 모퉁이를 돌다 이웃집 울타리에 자전거를 처박기도 했다.

 

 

그래도, 자전거는 내게 걷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이동의 자유를 주었다. 덕분에 나는 한 번도 간 적이 없는 여술이나 원안리에 사는 반 친구 집에도 가 보고 바닷가 구경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자전거는 운동이나 레저가 아니라 업무용이어서 서울로 전학 온 5학년 때부터는 시골집에 가지 않으면 탈 기회가 없었다.

 

 

그러다, 대학 재학 중 고등학교 동창 둘과 자전거를 빌려서 돈암동에서 출발해서 임진각을 다녀온 적이 있다. 미아리 고개를 넘고, 북악터널을 지나 불광동을 거쳐 가는 길을 택했다. 그런데, 우리는 대학생의 객기를 이기지 못하고 누가 빨리 가나 시합을 했다. 50km가 넘는 꽤 먼 길이었는데 경쟁을 하며 달린 까닭에 페이스 조절을 못 해 서울 경계를 벗어나기 전부터 우리는 모두 지쳤다. 누가 일등을 하는지 관심을 잃고, 힘이 빠져서 임진각 못 미쳐 문산의 한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힘을 내 임진각에 도달했다. 임진각이 요즘처럼 잘 가꾸어진 관광지도 아니었지만, 그보다는 너무 피곤해서 대강 둘러보고는 바로 되돌아왔다. 오늘 길에는 더는 시합을 하지 않고 보조를 맞춰 가기로 했다. 괜히 힘을 빼고 시합하면서 갈 때보다 보조 맞춰 돌아올 때가 힘도 덜 들고 시간도 덜 걸렸다.

 

 

이 힘든 자전거 여행의 기억 때문에 어려서 가졌던 언젠가 한 번 해 보겠다던 자전거 전국 일주의 꿈을 접었다. 나와 같이 임진각에 갔던 한 친구는 대학 졸업 후 교사 발령을 기다리는 동안 그 꿈을 이루었지만 나는 엄두를 내지 못했다. 단지 아들이 크면 함께 자전거 여행을 했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품었다. 그래서인지, 아들이 1학년이 되자마자 뒤에서 잡아 주면서 보조 바퀴를 떼고 자전거를 타게 했다. 그러나, 그는 보조 바퀴 없이 휘청거리는 자전거 타기를 싫어했다. 물론 아들은 무릎이 깨지면서도 그때 유행하던 인라인스케이트나 스쿠터는 친구들과 함께 탔다. 대신 나중에 자전거 타기를 배운 아내와 자전거를 탈 수 있었다. 처갓집에 가면 경지 정리가 된 너른 들판을 따라 난 곧은길을 따라 읍 소재지까지 자전거를 앞서거니 뒤서거니 타면서 푸른 들판을 여유롭게 즐길 수 있었다. 지금도 그렇게 아내와 자전거를 탈 수 있으면 좋겠다. 하지만, 이제는 아들이 스탠리 파크에서 가족과 같이 자전거를 타자고 제안해도 받아들일 수 없으니 참 아쉽다. 노을이 지는 저녁 태평양 바다를 바라보면서 울창한 숲길을 아들과 같이 자전거로 달리면 아주 멋진 텐데!

 

 

환경 보호를 위해 자동차 대신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전 세계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차량 정체로 길이 막혀 서울처럼 혼잡한 대도시가 아니어도 도시에서는 자전거가 차보다 빠른 곳이 많다. 자전거는 값도 싸고 대기 오염의 주범 중의 하나인 자동차처럼 매연도 전혀 내뿜지 않는다. 주차 공간도 훨씬 작고. 그뿐인가 애써 운동하러 시간을 내지 않아도 자전거로 다니면 저절로 운동이 되니 건강에도 좋고. 나도 한 때는 집에서 직장까지 자전거로 출퇴근했었다. 그러다 갑자기 나타난 차와 행인을 피하다 자전거가 뒤집혀 두어 차례 다치기도 했지만 자전거 출퇴근은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내게는 이제 자전거가 그림의 떡이다. 뼈가 약한 내게 자전거 타기는 골절의 위험 때문에 더는 추천할만한 운동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침부터 활기차게 자전거를 타는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나는 생각한다. 그래, 너희들도 어릴 적 행복한 추억을 많이 만들어서 나이 들어서도 내가 지금 너희들을 보며 생각에 잠기듯이 그런 기억을 되살릴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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