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건너 글동네] 닮고 싶은 사람 > LIFE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Vancouver
Temp Max: 8.6°C
Temp Min: 6.27°C


LIFE

문학 | [바다건너 글동네] 닮고 싶은 사람

페이지 정보

작성자 민완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9-07-10 10:52 조회1,988회 댓글0건

본문

ee77344a1b247f509ddfd9fa61ecaef4_1562781065_8437.jpg 민완기 (사)한국문협 캐나다 밴쿠버지부 회원


어려서는 ‘큰 바위 얼굴’이 닮고 싶었다. 동화책에서 본 한없이 깊은 눈동자와 인자한 얼굴을

떠올리며 커서 나도 저런 얼굴을 가졌으면 하였다.


머리가 좀 커서 고등학교 들어가서는 한때, 기타를 치면서 사이먼 앤 가펑클 노래를 부르는 친구가

참 부러웠다. 손가락으로 지판을 누를 때마다 ‘밤을 잊은 그대에게’라는 라디오 프로로만 듣던 멜로디가

실제로 내 눈앞에서 ‘분수처럼 흩어지는 푸른 종소리’로 다가올 때 참 그 친구가 한없이 닮고 싶었다.


대학에 들어가서는 전공책보다는 E.H. Carr의 책들을 끼고 다니면서 역사와 사회와 조국의

분단현실을 고통스러워 하면서 막걸리 잔을 비우던 선배들이 닮고 싶을 때가 있었다. 그러다 미팅을

나가 한 여자아이를 만나고, 학보를 싼 띠지에 사연을 적어 보내며, 떨리는 마음을 함께 전할 때, 그

아이의 선한 눈망울이 너무나 닮고 싶었다.


사회에 나가 일을 하면서부터는 묵묵히 자신의 일을 잘하면서도 후배들을 살뜰히 챙기는 선배들이

닮고 싶었다. 약육강식과 적자생존의 살벌한 전쟁 가운데서도 정말로 드물게 만날 수밖에는 없었지만,

뚝심 있고 속이 깊은 몇몇 선배들의 얼굴이 내 삶의 훈장처럼 아직까지 남아있다.


이민을 선택하고 이제 18년 2개월… 지금의 나는 누구를 닮고 싶어하고 있을까?


한때는 기도 잘하는 사람을 닮고 싶기도 했고, 또 한때는 몇 에이커 땅에서 몇배로 땅값이 뛰었다고

자랑 삼아 하는 얘기들이 부러운 순간들도 있었다. 그러나 우연히 ‘아름답다’라는 말의 어원을 알게

되면서부터 이제는 누구를 부러워하거나, 굳이 닮으려 하지도 않게 되었다. ‘아름’은 우리 옛말 가운데

‘나 자신’을 뜻하는 말이니, ‘아름답다’는 결국 가장 ‘나 답다’ ‘자기 답다’는 뜻이 되는 것이다.


누군가를 닮으려 애를 쓰기보다는 부족한대로 더욱 더 ‘나 다워지는 삶’이 아름다운 삶을 만들어가는

길임을 깨닫게 된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LIFE 목록

Total 5,739건 10 페이지
게시물 검색
회사소개 신문광고 & 온라인 광고: 604.544.5155 미디어킷 안내 개인정보처리방침 서비스이용약관 상단으로
주소 (Address) #338-4501 North Rd.Burnaby B.C V3N 4R7
Tel: 604 544 5155, E-mail: info@joongang.ca
Copyright © 밴쿠버 중앙일보 All rights reserved.
Developed by Vanple Netwroks Inc.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