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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문예정원] 뒤풀이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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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진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9-07-18 11:26 조회1,57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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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a1ef93df29fe690079e6bfd288f7c49_1563474357_284.PNG김진양/캐나다한국문협 회원


아침 일찍 서둘러 간단한 준비로 하루 나들이를 나섰다. 인터넷으로 뽑은 교통편 시간표에 따라 로얄 오크 역에서 전철로 다운타운으로 가서 호슈베이행 급행 버스로 10시 훼리에 알맞게 도착했다. 나나이모에서 손주들과 만나서 몇 주 전에 다녀온 한국여행의 뒤풀이를 하기 위함이다. 자동차 없이 그냥 배에 오르니 시니어를 위한 혜택으로 무료 승선이다.

 

    지난 해부터 우리의 금혼식을 어떤 모양으로 지내면 의미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캐나다에 와서 산 지가 오 십 년이 지났으니 그동안 맺어 온 인연들도 많고 단신으로 와서 가정 이루어 가족 수고 불어나고, 이 기회에 다 한 자리에 모여서 자축이라도 할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막상 그 날이 가까워 오고 구체적으로 생각해 볼때 통상적인 행사보다는 좀 더 보람 있는 일이 없을까 고민하던 중에 틴 에이저에 들어서는 손주들을 고국에 데리고 가는 것이 모두에게 큰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아들에게 상의하니 생활이 바쁘지만 본인에게도 그냥 지나치기에는 매우 소중한 21년 만의 기회인지라 동행하기로 결정했다.

    물과 공기와 음식이 많이 다른 곳에 손주들을 데리고 가는 것이 염려가 되긴 했지만 여러분들에게 기도를 부탁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밴쿠버 공항을 떠났다. 출발과 도착 시간이 좋아서 에어 캐나다를 택했고긴 비행시간이지만 기내 식사를 즐기며 서울에 도착하니 맑은 하늘에 신선한 공기가 마음을 가볍게 해주었다짧은 일정에 맞추어 짠 계획이어서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최대한의 결과를 얻기 위해 노력하고 건강상의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하며 지냈다. 주로 지하철을 이용하고 또 걸어서 다니다 보니 한글을 조금 배우기 시작한 12살 손주가 지하철 지도와 간판을 읽을 수 있게 되어 대견스러웠다. 밴쿠버 섬의 조용한 도시에서 자라난 아이들 인지라 서울 대도시의 어마어마한 규모에 그리고 상상을 넘는 많은 사람들의 빠른 움직임에 퍽 놀라 했다

 

    어른들만 갔더라면 구태여 가지 않았을 곳들을 가보고 아이들로 인해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됐다말로만 듣던 용인의 에버랜드, 용산의 국립 중앙 박물관과 한글 박물관코엑스 몰의 어마어마한 별 마당 도서관과 수족관, 경복궁과 그 옆에 위치한 나의 옛 집자리를 둘러보며 많은 것을 들려주었다. 특히 정동교회를 방문하고 이곳에서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오래 전에 처음 알게 됐고 그 후에 밴쿠버에서 결혼을 위해 다시 만났고 50년이 흘렀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 옆에 역사 깊은 배재중 고등학교는 할아버지가 다녔던 학교로 그 옛날에 공부하던 교실이 아직도 보존되어 있어서 함께 바라보며 지난 날을 회상할 수 있었다.

    삼 대가 함께 갔기 때문에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조카들과 그들의 아이들을 다 만날 수 있었던 것이 무엇보다 소중하고 감사했다. 마침 현충일이 중간에 끼어 있어서 학교를 쉬는 날이 있었기 때문에… 일가친척들이 성의껏 모이고 외국인의 피가 섞인 우리 손주들에게 모두 관심과 사랑으로 대해 주어서 참으로 고마웠고 손주들도 쉽게 융화되어 한국인의 피의 흐름을 느끼게 했다밴쿠버에서 떠날때 옆 자리에 앉은 젊은 여인은 혼혈의 틴 에이저 딸 셋을 데리고 친정에 가는 길이라 했다. 미국에서 이 십여 년 살았고 현재 약사로 일 하고 있는데 아이들이 한국을 너무 좋아해서 해마다 한 달씩 휴가를 내서 방문한다고 했다우리 아이들도 돌아올 무렵이 되니까 앞으로 자기들이 여비를 모아서 다시 오겠다고 서슴없이 말 하는 것을 보니 역시 이번 휴가에 비용도 힘도 제대로 쓴 것 같아 기뻤고 여러분들의 기도로 무사히 귀가한 것에 매우 감사한다.  7순 넘긴 막내 동생의 말이 금혼식을 이런 방법으로 지내는 경우를 처음 보았다며 우리의 방문을 환영해 주었다

 

    나나이모 훼리 선착장에서 아이들과 반갑게 만나 시내에 가서 점심을 들면서 서울에서 경험하고 느낀 점들, 먹어 본 맛있는 음식, 만난 친척들을 함께 떠올리며 뜻 있는 몇 시간을 함께 했다. 이번 여행을 통해서 손주들과 좀 더 가깝게 대화할 수 있게 된 것이 무엇보다 기쁘다. 며칠간 꾸물거리던 날씨가 아침부터 활짝 개이고 바람도 없어서 훼리 운항이 아주 고요했고 우리의 뒤풀이 나들이를 한 층 뜻 있게 만들어 주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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