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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어느 시인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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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전재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9-07-24 06:01 조회1,94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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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 황병승 그가 죽은지 보름만에 연립주택에서 발견되었다.

 그가  교수로 있으면서 학생들에게 성추행을 했다고 대자보가 나붙고(그는 아니라고 주장했다지만)그로 인해 전업이던 시집 출판등 모든 활동은 중단되었고 원고를 청탁하는 출판사도 없어졌다. 물론 대학등의 문학강의도 일체 중단한채 알콜중독과 우울증까지 있었다는 그의 마지막 모습은 우리 사회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준다. 죽은지 보름만에 쓸쓸하게 혼자 살던 연립주택에서 그것도 사망후 보름이 지나서야 발견됐다고 한다. 

 

 하지만 난 그가 시인을 전업으로 해왔다는 사실에 사실 부러움을 느낀다.요즘 시인을 업으로 즉 전업으로 하는 시인이 몇명이나 될까? 아무리 잘나가는 시인이라고 해도 수만명의 시인들이 시를 쓴다. 게다가 일제 시대에 시를 쓴 소월같은 시인의 시도 늘 출판계에서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다. 즉 요즘 시를 쓰는 시인들은 죽은 시인과도 경쟁을 해야 하는데 시를 읽는 독자층은 점점 줄어만 간다. 그러니 시와는 거리가 먼 생계형 직업을 가진 시인들이 대부분이다. 시인이라고 시인으로만 살아서는 살아 갈 수 없는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다. 대학 강단이나 중고등학교 교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시를 쓰는 시인이나 문학인들은 그래도 연관성 축면에서 얼마나 행복할까 생각이 든다. 그래서 늘 부럽다. 부러우면 지는 거라지만 말이다. 시만 써서 아니 다른 수필이나 소설을 쓴다고 해도 인세 수입이 책갋의 10%인 상황에서 그것을 받아서 생활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1만원짜리 시집을 한 권 팔아야 1천원의 수입이 생기는 것이다. 그리고 1만권정도는 팔아야 겨우 생활 할 수 있는데 1만권정도 파는 베스트 셀러 시집은 아주 극소수이다. 그러니 시인의 직업은 처음부터 영세 할 수 밖에 없고 돈이 안되는 직업이다. 

 

 그러니 출판사들도 돈되는 책에 집중 할 수 밖에 없고 시집이 베스트 셀러가 된다고 해도 출판사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시인들은 그나마도 출판사에서 출판해주기보다는 자비로 출판을 하고 있다. 자비 출판한 시집도 판매가 출판비조차 건지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 하다. 명예만 시인인 셈이다. 원고를 잡지나 문학지에 게재해도 원고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게다가 요즘은 종이 신문도 안읽는 시대이다. 모든 것이 인터넷으로 옮겨 가고 있다. 종이로 된 책이 점점 설자리를 잃고 시인도 시만으로 먹고 사는게 힘든 시대라는 말이다. 정말 좋아 한다면 좋아 하는 것을 하다 죽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게 내 생각이다. 물론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하는 가장으로써의 역할이 있는 한 꿈도 꿀 수 없는 일이긴하지만 말이다. 죽고 싶어도 죽음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가장의 무게를 그는 전혀 느끼지 않았는지 모른다. 

 

 보도에 의하면 미투 운동이 그를 사회에서 내몰아 사회적 매장을 시켰다고 말한다.결론은 그 미투 운동이 그를 타살로 몰고 갔다는 말이다. 하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미투운동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많은 문화 예술계 인사들이 아직 건재하다. 고은 시인만 보아도 아직도 문학계에서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활동중이고 미투를 고발한 당사자들만 더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고 생각한다. 

 

 이미 고인이 되어 버린 그의 시만을 생각해 본다. 나는 그 시인을 대면한 적도 아는 바도 없다. 단지 작품만을 바라보면서 그의 시에서 또 다른 시의 세계를 느낀다. 그를 가르켜 미래의 시를 쓰는 시인이라 칭했다 한다. 그것으로 족한 것 아닌가 .그가 시인으로써 남긴 그의 족적이 시의 세계에 한 획을 그엇으니 말이다. 그것이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나보다 젊은 나이에 먼저 간 것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내가 생업때문에 등단조차 하지 못하던 시간에 그는 왕성한 활동을 했으니 그것으로 그는 그의 삶의 의미를 다했다고 생각한다. 살고자 했다면 어떤 수모를 겪었더라도 무엇을 하든 했어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삶은 시인의 감성만으로 살 수 있는 공간을 허락하지 않는다. 만약 허락을 한다면 그는 정말 천재성이 입증된 시인이거나 치열하게 살지 않아도 삶을 영유 할 수 있는 재력을 물려 받은 부류일테니까 말이다. 시인이 시인이 아닌 일을 하는 사람이 한 두명이 아닌데 그것에 대한 행복감이나 선택받은 삶이라는 생각을 시인은 하지 않았나 보다. 

 

 여기 황병승 시인의 대표시 여장남자 시코쿠를 함께 감상하고자 올려 본다.

 

여장남자 시코쿠/ 황병승

 

하늘의 뜨거운 꼭지점이 불을 뿜는 정오

 

도마뱀은 쓴다

찢고 또 쓴다

 

(악수하고 싶은데 그댈 만지고 싶은데 내 손은 숲 속에 있어)

 

양산을 팽개치면 쓰러지는 저 늙은 여인에게도

쇠줄을 끌여 불 속으로 달아나는 개에게도

 

쓴다 꼬리 잘린 도마뱀은 

찢고 또 쓴다.

 

그대가 욕조에 누워있다면 그 욕조는 분명 눈부시다

그대가 사과를 먹고 있다면 나는 사과를 질투할 것이며

나는 그대의 찬 손에 쥐어진 칼 기꺼이 그대의 심장을 망칠 것이다

 

열두 살, 그때 이미 나는 남성을 찢고 나온 위대한 여성

미래를 점치기 위해 쥐의 습성을 지닌 또래의 사내아이들에게

날마다 보내던 연애편지들

 

(다시 꼬리가 자라고 그대의 머리칼을 만질 수 있을 때까지 나는 약속하지 않으련다 진실을 말하려고 할수록 나의 거짓은 점점 더 강렬해지고)

 

어느 날 누군가 내 필통에 빨간 글씨로 똥이라고 썼던 적이 있다

 

(쥐들은 왜 가만히 달빛을 거닐지 못하는 걸까)

 

미래를 잊지 않기 위해 나는 골방의 악취를 견딘다

화장을 하고 지우고 치마를 입고 브래지어를 푸는 사이

조금씩 헛배가 부르고 입덧을 하며

 

도마뱀은 쓴다

찢고 또 쓴다

 

포요을 할 때마다 나의 등 뒤로 무섭게 달아나는 그대의 시선!

 

그대여 나에게도 자궁이 있다 그게 잘못인가

어찌하여 그대는 아직도 나의 이름을 의심하는가

 

시코쿠, 시코쿠,

 

붉은 입술의 도마뱀은 뛴다

 

장문의 편지를 입에 물고

불 속으로 사라진 개를 따라

쓰러진 저 늙은 여자의 침묵을 타넘어

 

뛴다, 도마뱀은

 

창가의 장미가

검붉은 이빨로 불을 먹는 정오

 

숲 속의 손은 편지를 받아 들고

꼬리는 그것을 읽을 것이다

 

(그대여 나는 그대에게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강렬한 거짓을 말하련다)

 

기다리라,기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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