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가 산책] 특별한 3주 > LIFE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Vancouver
Temp Max: 11.33°C
Temp Min: 9.01°C


LIFE

문학 | [문학가 산책] 특별한 3주

페이지 정보

작성자 유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9-08-02 09:14 조회1,690회 댓글0건

본문

318d5857c2981000448849a33e83d51c_1564762299_9095.jpg유림/시인, 캐나다한인문학가협회 

 

 

 

자동차로 한 번쯤 캐나다의 내륙을 횡단해 보고자 하는 일이

당장 실행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시차가 몇 번이나 바뀌는 먼 거리를 달린다는 건

시간과 돈과 체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이라 

여건을 탓하며 여전히 그 일을 자꾸만 미루고 있었다. 

 

 

그러다 더 이상 망설일 수 없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생겼다.

둘째가 토론토에서 라이센스 받는 날을 계기로 

밴쿠버에서 첫째는 비행기로 일을 마치고 가기로 하고

우리 부부는 미리 자동차로 떠나 보기로 한 것이다.

 

더군다나 그 아이가 시애틀로 가게 되는 일이 생기게 되면서

핑계 삼아 토론토를 갈 일이 희박해졌기 때문에 

마지막 선택의 기회가 여지없이 지금이 된 셈이다.

 

일 마무리에 서부보다 동부에서 가까운 유럽여행을 떠나

마치 토론토의 거주민인 것처럼 드라마틱하게

공항에서 픽업해 주기로까지 했다.

 

내륙을 통과하는데 4박 5일을 계획하고 토론토에서 일주일 머물고

다시 미국을 통해서 둘째가 합류한 4박 5일로 시애틀로 돌아오는 일정으로 

마음을 단단히 먹고 출발을 했다.

 

4,400km의 거리를 가려니 아득하기만 했다.

다행히 캘거리까진 그래도 몇 번이나 가본 곳이고 그 이후의 여정이

설레임과 두려움으로 잠을 설치게 했다. 

 

캐나다의 자랑인 밴프를 지나 캘거리 인근 소도시에서 1박을 시작으로 

위니펙, 썬더 베이, 솔트 세인트 마리에서 각각 1박씩 숙박을 하며

토론토와 점점 더 가까워져 갔다.

 

사스캐치완, 마니토바의 거대한 하늘과 땅은 평화로이 맞닿아 있었고

넓디넓은 대평원의 가운데를 적막하게 달려 

온타리오의 호수와 신록이 가득한 풍경을 맞이하기까지... 

순수하고 평화로운 자연이 열어준 길을 달리고 달린 셈이다.

 

출발 전에 준비한 먹거리가 체력을 그런대로 잘 유지해 주고

안전운전 덕분에 무사히 온 가족과 친구들이 함께한 ontario bar call 행사를 

기쁜 마음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토론토에 머물면서 질주하는 하이웨이를 달려 공항에서의 마중과 배웅을 거듭하며

틈틈이 맛집을 찾아다니고 마침내 나이아가라 폭포까지 구경을 하였다.

성소수자들의 축제로 타운은 온통 무지개 깃발과 귀를 쩡쩡 울리는 음악으로 가득하고 

바쁜 걸음으로 시민들은 또 제 갈 길을 가기에 여념이 없는 시간 속에서

가족도 한동안 떨어져 있었던 만큼 가끔은 조율이 필요한 시간을 만들기도 했지만

다시 공동체로 합체된 뜨거운 감동이 함께 했다.

 

 

 

2  

순식간에 토론토에서 머문 한 주가 지나고 드디어 6월 마지막 날의 새벽을 맞이했다.  

둘째가 한동안 머물렀던 집 곳곳에 흔적을 지워내며 짐들을 마저 다 실었다.

3시간 쯤 달려가야 하는 국경 검문에서 아무런 빌미를 만들지 않기 위해

화초며 쌀, 과일 등등을 딸의 친구에게 주고 나니 

뒷자리에 쓰던 살림살이 뭔가가 잔뜩 차 있어도 금방 국경을 통과시켜 주었다.

저녁 무렵에 관광객들로 복작거리는 시카고에 이르러 정신없이 돌아 보았다.

도시 가운데 흐르는 강줄기가 운치를 더하고

하늘을 치솟은 훌륭한 디자인의 빌딩들을 구경하기에도 

짧은 일정이 정신없이 바쁘기 시작했다. 

 

마디슨 시티를 지나는 동안의 거친 우박과 번개를 동반한 폭우나

옐로우 스톤 국립공원으로 떠나려는 길에 버티고 있는 

한치 앞이 보이지 않는 산길의 짙은 안개... 

시차가 바뀌어 가며 다른 날씨를 보여주는 통에

잔뜩 긴장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러시모어 산에서 만난 미국 대통령들의 큰 바위 얼굴을 통해서는 

한껏 미국의 자부심과 자랑을 보았다.

뉴욕 출신 변호사 러시모어의 이름으로 명명되었다는 산 우뚝하게 큰 얼굴로 조각된 

조지 워싱턴, 토머스 제퍼슨, 시어도어 루즈밸트,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 

그 네 사람에 대한 경외심으로 펄럭이는 깃발은 한껏 방문객을 반기는 듯했다. 

 

미국의 유명한 소설가 너새니얼 호손이 1850년에 발표한 <큰바위 얼굴>은

여러 가지 인간상을 보여주면서 이상적인 인간상을 추구하는 작품이다.

주인공 어니스트가 어머니로부터 들은 전설 큰바위 얼굴과 같은 인물을 만나고 싶은 마음에 

진실하고 겸손하게 살면서 스스로 큰 바위 얼굴과 같은 인물로 닮아가는 얘기는

인간이 가슴에 담아야 할 가치관과 역할 모델의 중요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어린 시절 감동 깊게 읽었던 <빨간머리 앤>의 앤느나 <작은 아씨들>의 조처럼

나도 그들의 모습으로 꿋꿋하게 주인공이 되어 살고 싶었다.

 

3   

옐로우 스톤 국립공원의 방문은 참으로 경이로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동쪽 출입구에서 35불을 내고 일주일 동안의 자유이용권을 얻고

자동차로 거대한 국립공원의 품 안으로 들어서는 일은 

상상 그 이상으로 곳곳마다 황홀경에 빠지게 했다.  

일정이 빠듯한 관계로 그중에 몇 개만 선택해서 본 것이 지금도 아쉽다.  

 

<old faithful>에서 운 좋게 오후 2시 50분경에 운집해 있던 사람들에 섞여

거대한 간헐천이 분출하는 뜨거운 물줄기를 보고 놀라움에 환호성을 질렀다.

언제 터질 줄 알고 이렇게 사람들이 공연을 기다리는 관람객처럼

옹기종이 모여 앉아서 기다리나 했는데  

친절하게도 예상 시간이 안내되어 되어 있는 걸 잠시 후에 알았다.  

도착하자 단 이십여 분 후에 보게 된 것은 운이 좋았다.

 

<mid way>에서 본 온천은 황홀한 빛깔의 수면으로 얇게 깔려 있다가

황금빛의 뜨거운 물줄기가 시원한 강물로 풍덩 식혀지는 것을

그 어디에서 다시 볼 수 있을까? 

내가 움직인 것이 아니라 마치 누군가에 의해 돌아다 본 듯한 그 지표수의 물빛은

카메라에 담기도 역부족인 아련한 아름다움의 빛깔들을 가지고 있었다.

 

북쪽 출입구에 있는 <mammoth hot spring>을 들른 것은 

피곤해서 곧장 지나쳐 버릴까 하다가 들른 곳이기에

그 감회는 더욱더 놀라운 것이 아닐 수 없었다.

층층이 쏟아져 내리는 황금빛 온천수와 이미 말라버려 회색빛을 띤 나무와 바위는

유난히 대조적인 모습으로 나란히 있어 마치 생사가 묶인 인간사 같았고 

시간의 흐름을 선명한 그림으로 표현해 놓은 듯했다.

곳곳에 더 둘러봐야 할 곳이 있음을 알고도 떠나야 하는 아쉬움으로

동쪽으로 들어가서 북쪽으로 빠져나온 시간의 엄청난 간극을 느끼게 되었다.

 

한참 국립공원을 벗어났는데도 옐로우 스톤의 신비와 경이로움이 좀처럼 가시지를 않는다. 

묵묵하게 인간의 지지대가 되어주는 땅으로부터 쏟아지는 전언을 곰곰이 생각하게 하며

어떻게 시간을 지났는지 마침내 자동차는 시애틀에 주차가 되었다.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아마존, 구글 등 세계적인 기업의 안방이 있는 시애틀에서 

여행 동안 내내 그리웠다가 먹는 한식은 지쳐있는 몸에 위안을 주기 시작했다.

따뜻한 밥과 무말랭이 무침, 멸치볶음에 김치와 해산물이 푸짐한 매운탕이 차려진

저녁상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정성스러운 상차림에 감사와 감동을 하지 않을 수 없고 

사랑스러운 사람들에 대한 축복기도를 드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날은 마침 미국 독립기념일이라 밤 10시 즈음에 터지기 시작한 눈앞의 불꽃을

시야가 뻥 뚫린 시애틀 다운타운 콘도 옥상에서 관람하기란 말이 필요가 없었다.

기온이 떨어진 여름밤 테이블 세트에는 화로까지 켜지고

누군가는 또 와인과 먹거리를 챙겨 수런수런 담소를 나누는

행복한 시간이 꿈을 꾸는 듯 흐르는 가운데 반지를 끼워주며 나눈 언약이

한껏 더 멋진 기억으로 남도록 열일을 다했다.

 

 

아이들 교육을 위해 모진 마음으로 이민을 떠나온 뒤

고국에서 해야 할 몫에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자책으로

즐거움보다는 늘 미안함이 더 컸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이제는 각자 가정을 간수하기도 바쁜 나이들이 되고 보니

넉넉한 그늘이 되어 다만 주어진 삶을 더욱더 살뜰히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LIFE 목록

Total 5,739건 1 페이지
게시물 검색
회사소개 신문광고 & 온라인 광고: 604.544.5155 미디어킷 안내 개인정보처리방침 서비스이용약관 상단으로
주소 (Address) #338-4501 North Rd.Burnaby B.C V3N 4R7
Tel: 604 544 5155, E-mail: info@joongang.ca
Copyright © 밴쿠버 중앙일보 All rights reserved.
Developed by Vanple Netwroks Inc.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