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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캐나다 한중간에서] 내 어릴 적 만화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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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윤문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9-08-14 11:33 조회1,92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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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79f5f20b76f8e0422f18a4715ab5a3e_1565807604_0308.jpg 윤문영


초등학교 시절 이었다.
쌩쌩 겨울바람이 불어도 
여름 햇살이 그  어디 맨 꼭대기에서 
쬐는 날에도 나는  학교가 파하고 나면 
여지 없이 곧장  달려갔던 곳이 있었다

비눗방울처럼 톡 터질 것 같은  큰눈의 
한 예쁜 여자의 사진이 있는 
나의  빨간 가방을 던지다 시피 하며 
급히 앉아 만화책을  침으로  넘겨보던 시절이 있었다

먼지가 뽀얗게 앉아 있는  선반 위에 나란히 걸터 앉아  있는 만화  책들을 
몇몇개 골라 내어 책을 겹겹이 쌓아놓고
무릎을 곧추 세워  읽고는 했었다 

읽은 것은 바로 바로 선반 위에 다시 몰래 갖다 놓았다
왜냐하면  
그때 만화  가게 주인인  할아버지는  반들 반들한  나무 의자에 앉아 있는 만화 책만 지나가면서  세고 
돈을 계산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나는 재빨리 10권 이상을  읽고  선반 위에 몰래 다시 꽃아 놓고 태연한 척 하며
나무의자 위에 세  네권만 자부러지게 놓았었다.

왜 그랬을  까 .
내 딴에는  남보다  빨리  읽어  권수가 너무 많아 
번번이 돈이 아까웠던 것 같았다.

그러나  어느날 
그만 할아버지 아들  그 청년 오빠가 그것을 본  것이다.
그 오빠는 
나를  요놈 하더니 가게 문  밖으로 델고 
만화 가게 뒷 골목으로  끌고 갔다 .
난  덜덜 거리며 엄청 혼날거라 생각 하고 
있는데.  날  유심히 보더니 씨익웃으며 
귀엽다는 듯 이그 하더니 
담에는 그러면  안되 하며 
내 머리를 살짝 쥐어 박은 것이다.

푸른잠바의 노총각 쯤  되어 보이는  그 오빠는 푸른 눈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푸른 눈으로  지난한 삶의  모습 이 지금 오버랩 되서 기억 나는 건 왜일까.


어렸을  적 만화가게에는 또한,
수 많은  언어와 그림이 천지에 쌓여 있었다 
그 가게에  들어 가면 종이의 쾌쾌한 냄새가 나며
무언가 나를  나 답게 만드는  요소들이  있었던 듯 했다 
언어와 그림은 나를 공상으로  비행기도  태우고  배도  태우고 육지를 지난 하게  걷게도 한 것 같았다 


선반 위에 걸터 앉은 
만화는  우스운 모양으로
때로는  사실적 모양으로
오도카니  선반을 점령하고 있었던 참  작은 가게였다.

요즘은 가게  라는 말 보다는 수퍼마켓 ,백화점이 
즐비해 있지만
가게 라는 말에  작은 추억이  서려있다

익살 스런 짱구 만화  태권  브이  보다는 
눈망울이 큰 예쁜 공주얘기를 좋아 했던 시절
야리야리한  연애 로맨스 이야기와   붉은 장미  같은 
슬픔이 들끓었던 만화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곳.
공상속에 나를 
발견 할 수 있었던 곳.

어렸을  적 현실에서  공상으로 피신 했던 곳


어스름히  석양이 짐짓  내려 올 즈음이면 
어머니가  밥먹으라고  
만화가게 오셨다가 
텔레비젼에서 김일 레슬링  하는 것을 
거의 넋을 잃으시고 보셨던  
나의 어머니가 잠시 숨을 고르셨던 곳  

찬연한 흑백영화 처럼 머리속을 흝고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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