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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한힘세설] 서평 '노예공화국 북조선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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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힘 심현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9-08-22 11:47 조회1,59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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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힘 심현섭

 

   한번 하기도 힘든 탈북을 세 번 시도하고 세 번 다 중국 땅에서 체포되어 북한으로 다시 돌아가 끝내는 죽음을 맞은 것으로 추정되는 한원채(1943-2000?)씨가 피눈물로 적어나간 생생한 탈북이야기가 그의 딸에 의해 책으로 출판되었다.

 

   “1998년 7월 30일, 그처럼 애써 살아오던 정든 고향집 출입문을 자물쇠로 잠그고, 그리운 친척과 친우들도 모르게 빈손으로 온 가족을 데리고 떠나 8월 1일, 사품치는 두만강 물결을 가르며 이웃나라 중국 땅에 난민의 서러움 안고 오르게 된 데에는 깊은 사연이 깃들어 있다.”

 

   현재 한국의 탈북자는 3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 이들은 탈북에 성공한 사람들이고 3만 명의 몇 배에 달하는 탈북에 실패한 사람들은 지옥 같은 북한 땅으로 다시 끌려 들어가서 고문과 강제 노동으로 죽기보다 못한 강제 노동 수용소 생활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는 탈북하기 전에는 함경북도 길주팔프공장에서 35년간 설계원으로 일하였고, 부인은 철도병원에서 내과의사로 일했으며 두 딸은 모두 대학을 졸업했고 막내 아들은 고교 학생이었다. 1998년 다섯 식구가 두만강을 건너 중국으로 탈북했고, 일 년 뒤 아들과 함께 두 사람이 중국 공안에 체포되어 북송되었다. 심문과정에서 탈출하여 두 번째 탈북에 성공하였으나 다시 체포되어 북송되어 고문과 강제노동에 시달리다가 구사일생으로 탈출, 세 번째 탈북을 한 뒤 연길에서 자신의 참혹한 감방생활과 강제노동 실태를 기록으로 남겨 북한 정권의 야만성을 세계에 알리겠다는 일념으로 원고를 쓰게 되었다. 3부의 복사판을 만들어 그 중 하나를 딸에게 주고 나중에 반드시 책으로 출판해 달라는 부탁을 했다. 그 뒤 아내와 함께 다시 중국 공안에 체포되어 북송된 이후 죽음을 맞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딸은 한국에 입국하여 한의사가 되어 무려 19년이 지나, 지난 6월 마침내 이 책을 출판하기에 이르렀다. 출판이 늦어진 것은 개인적인 사정도 있었지만 책 안의 내용으로 피해를 볼 수도 있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또 부모가 살아있을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희망을 포기하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였다.

 

▶<노예공화국 북조선 탈출>을 읽으며 거의 이틀 밤을 설쳤다. 눈을 감으면 감방이 나오고 머리를 숙인 채 앉아 있는 죄수 아닌 죄수들이 보인다. 무슨 말로 표현 할 수가 없다. 사람은 역시 사람에게 이다지도 잔인할 수 있는 것인가.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를 연상하게 만든다. 그런데 이런 잔혹한 체제를 만들고 유지해 나가면서 몇몇 극소수의 특권자들만이 행복을 누리는 공산사회 독재자를 핵만 없애면 체제를 보장해 주겠다고 애를 쓴다. 이 웃지 못 할 불합리에 몸서리가 쳐진다. 가슴 속에 촉촉한 눈물이 흐른다. 그들의 아픔이 멀리서 아우성치는 듯하다. 그들의 고통 앞에서 온갖 철학은 빛을 잃고, 종교는 무력해진다. 우리가 오늘 하루를 사는 일이 얼마나 축복인가 새삼 체감하게 만든다.

 

▶초기경전 <아함경>에는 모든 괴로움의 원인은 갈애渴愛(범부가 목마르게 오욕에 애착함)에 있다고 한다. 갈애를 없이하면 괴로움도 소멸한다고 했다. 한원채라는 한 사람이 겪어야 했던 모든 고통의 원인이 과연 무슨 갈애에서 인연한 것일까. 북조선 인민들의 가혹한 현실은 어떤 갈애에서 출발한 것일까.

 

   안전원 한 사람이 감방에 있는 죄수를 잔인하게 대하는 것을 그 사람의 책임만으로 돌릴 수 있을까? 그 자리에 누구를 데려다 놓아도 마찬가지이다. 심지어 감방에 있는 같은 처지의 한 사람을 감방반장을 시키면 그 사람 역시 그렇게 되고 만다. 체제가 문제다. 그런 체제에서는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누구나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이면 그렇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환경이 원인인가. 그런 환경을 만들어 낸 것은 무엇이 원인이었을까? 그것도 갈애인가. 권력을 가진 기득권자들의 갈애이다. 그게 원인이 되어 천파만파 괴로움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 소수 기득권자들의 생존권을 박탈해야 모든 괴로움이 사라질 수 있다.

 

▶한원채씨는 연길에서 이 책을 쓰고 카피를 만들어서 교회에 주었는데 이것이 북측으로 들어간 것 같다. 북조선의 가혹하고 잔인한 현실을 고발하기 위해서 목숨을 걸고 쓴 원고가 정작 다른 자유인들이 읽기도 전에 당사자인 북조선으로 갔으니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세 번째 중국 공안들에 의해 북송된 후로 한원채씨의 생사는 알 길이 없다. 알 길은 없어도 짐작은 너무나 명약관화하다. 체험적인 구체적 사실을 낱낱이 적어놓았으니 북조선 당국자는 이를 갈았을 것이다. 그는 말할 수 없는 폭행과 고문을 받고 죽었을 것이 분명하다. 또한 탈출한 그에게 강냉이 죽을 끓여 주고 노자 돈을 건네준 친척들은 어찌 되었을까 상상이 간다. 탈출한 죄인을 고발하지 않고 은닉하고 돌봐주었다는 죄목으로 엄청난 고초를 당했을 것이다.

 

   아! 이 모든 일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고, 누구의 잘못으로 연유한 것인가. 어찌 되었든 현실은 슬프고 고통스럽기 한이 없다. 한원채씨가 그렇게 외치고 싶었던 자유를 향한 외침을 내가 캐나다 밴쿠버 한 모퉁이에서 들었고, 그의 뜻을 품에 안고 슬퍼하고 분노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에게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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