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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바나건너 글동네] 코인 빨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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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봉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9-08-29 09:17 조회1,95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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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43f3b8f922fe1f57e4dbd4c778b020_1567095422_8085.png혜성 이봉희

(사)한국문협 캐나다 밴쿠버지부 회원

 

 

때에 찌든 옷과 이불들을 큰 통에 넣는다.

세제 넣고, 유연제 넣고, 뚜껑을 닫고 

지폐를 기계에 넣어 코인으로 바꾼 동전

기계에 원하는 만큼 넣는다.

윙윙 큰 통이 잘도 돌아간다.

 

분무기에서 물이 뿜어져 나온다.

통 안에 빨랫감들 이리저리 뒤섞이며

옷들이 샤워한다.

냄새나는 양말들도 

서로서로 엉키며 물을 머금는다.

윙윙 큰 통이 잘도 돌아간다.

 

커다란 바구니에 

시원하게 샤워한 묵은 근심들. 

건조기로 옮겨지고 

통속의 따듯한 사랑이 불어 

옷가지들을 하나씩 말린다. 

윙윙 큰 통이 잘도 돌아간다.

 

둥근 보름달 속에서 놀고 있는 빨랫감들.

손에 손잡고 뱅글뱅글.

옷에 묻은 흙은 털어 버리고

먼지도 털어냈다.

뽀송뽀송한 옷가지들 하나씩 고이 접어

새 옷 같은 느낌으로 주인을 맞는다.

때 묻은 냄새는 간데없고

사랑의 향기만 남았다.

오늘 입고 나면 또 빨래방에 가겠지.

빨래방에서 세상 얘기를 한다.

하루를 빨래방에서 보내는 사람들과 

그들의 옷가지들.

윙윙 큰 통이 잘도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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