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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문예정원] 어성전 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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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은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9-09-12 16:38 조회1,86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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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1eec2186de9168e340e5d241725a8f_1568331471_2911.JPG 이은세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추석이 코앞이고, 아침 저녁으로 선선 해진 것으로 보아 지금 송이 채취가 한창일 것이다.

   일반인들이 추석, 명절에나 먹던 소고기 값이 한 근에 몇 만원도 안 할 때, 송이는 한 근에

수십만원을 호가했다. 그것도 임금님께 진상하던 강원도 어성전리 송이는 정부 고위층에

올라 가는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그 날로 비행기편에 일본으로 직 수출이 되어

일반인들은 진짜 특급 송이를 상상도 못한다.

    일본에서도 솔밭에서 송이가 많이 나오지만, 송이의 약효가 별로 없다. 캐나다 인삼과

산삼의 생산량이 만만치 않지만 한국인삼에 비해 약효가 거의 도라지 수준이라는 것과 같다.

특히 송이는 아직도 인공재배가 안된다고 한다. 일본과 한국의 전문가들이 수 없는 실험을

했지만 솔밭에 병만 발생할 뿐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송이가 나는 장소는

아들에게도 비밀로 한단다. 일본 사람들은 송이가 수 백만원이나 하기 때문에 엄두도 못

내고, 운 좋게도 누가 선물을 하면 냉장고에 넣어 두고 성냥 황만큼 씩 떼어 먹으며 황송하고

감사해 한다고 한다.

   우리 나라 시중에 나오는 것은 꽤나 비싼 펀이긴 하지만, 가평이나 봉화등 태백산맥

지역에서 채취하는 것으로 어성전에서 채취하는 것에 비하면 B급으로 평가한다. 임금에게만

상납되는 어성전리 송이의 진가는 옛 부터 알아주는 것이었다. 아마도 다른 지역과 달리

동해의 기운을 직접 받는 적송 아래서만 생장하는 것이 이유가 아닐까 싶다.

   차세대 과학이라고 하는 기를 연구하는 분들에 의하면, 지구상에서 한국이 양기가 가장

세고, 음기는 파라과이가 가장 세다고 한다. 그래서 기는 한국에서 나와 파라과이로 순환을

한다고 한다. 자력이 북극에서 나와 남극으로 가는 것처럼......한국이 남성적 문화라면,

파라과이의 문화와 풍습이 가장 여성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한다.

   어성전리 분들은 30 여 만평의 적송이 우거진 국유림의 산불방지와 잡목 제거 등을

봉사해 주고, 추석 전 후 한달 간 송이를 채취한다. 1990년대 중반에 100 호도 안 되는

마을에 선술집을 겸하는 편의점이 몇 개나 있는 특이하고 대단한 마을이었다. 돈이 풍성하게

돌아 간다는 의미다. 2만평 정도의 작은 산을 가진 임업농가의 송이 수확이 1억원을 웃돌

정도여서, 자녀들은 거의 서울로 유학을 보내 젊은이들이 없었다.

송이를 직접 채취하러 산을 타는 몇 분과 산에서 양양 읍내까지 오토바이로 운송하는 분,

팀의 식사를 전담하는 분, 채취해 온 송이들이 더이상 피어나지 않도록 관리하는 분으로

팀을 이룬다. 새벽 두 시에 동네 어귀에 집합하여 산을 오르기 시작해, 동이 틀 무렵 송이가

나오는 장소의 캠프에 도착을 한다. 채취 팀원들은 송이를 찾아 나서고, 관리팀과 취사팀은

식사준비에 들어 간다.

  각자 맡은 구역을 세밀하게 탐사하여 채취한 송이를 곧바로 대나무 칼로 열 십자로 찔러

더 이상 생장을 못하게 정지시키고 푸른 솔이끼로 싸서 신선도를 유지시키는 조처를 한다.

생장을 정지시키지 않으면 남성의 성기모양을 유지해야 하는데, 송이 버섯이 피어 우산처럼

벌어진다. 그럼 등급이 최하급으로 떨어져 판매가치를 잃는다. 50만원짜리가 3만 원 짜리로

 

... 농가의 아침 새참 무렵에 캠프에 돌아오면 송이를 품질별로 분류해 운송팀에게 넘겨

최단시간내에 공판장에 보내 경매에 올린다. 아침 식사를 하고 잠시 수확량과 현지 조건

등에 관련된 회의와 잠시 휴식을 취하고 다시 채취에 나선다.

  버섯은 기후 조건만 맞으면 손톱 만하던 것이 불과 몇 시간만에 특상품을 거쳐 우산처럼

활짝 피워 버리기 때문에 부지런히 다시 찾아 나서야 한다. 전문가들은 막 움트는 것을

보고도 몇 시쯤 다시 찾아 가 채취를 해야만 특상품이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오전에

움트는 것을 기억해 놓은 곳을 서둘러 찾아 가야만 하기에 사실 쉴 틈이 없다.

  오후 새참 시간이나 되어야 다시 캠프에 모여 일과를 마감하고, 혹시 늦게 발견하여 활짝

핀 송이들이 있으면 가마 솥에 넣고, 수 십 개의 라면을 끓이면 운송팀까지 이런 저런 핑계를

들어 일명 "어성전 송이 라면"의 끝내 주는 송이 향의 라면 한사발을 먹고야 산길을 달려

내려 간다. 그들에게는 간식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특별 보너스에 해당한다.

팀원들이 해가 진 뒤 에야 마을에 도착하면, 이미 공판장에서 경매를 마치고 돌아와

기다리는 운송팀과 저녁 술잔치가 벌어진다. 한 팀의 하루 수확량이 수 천만원에 이르니

서너 개나 되는 구멍가게 술과 안주가 동이 나게 된다. 채취하는 이들에게도 이렇듯 행복을

주지만, 송이를 먹는 사람들에게도 빈혈부터 피부미용, 항암, 강장제까지 거의 만병통치에

활용될 정도로 효과를 발휘한다. 혹자들은 서민들이 구하기 쉬운 능이와 표고가 송이보다

효력이 우세하다고도 하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헬 조선이라고 이민바람이 그치지 않는 대한민국이 세상에서

가장 효력이 좋은 인삼, 산삼, 송이, 은행....  자연건강 식품들에 양기가 넘치는 천국같은

나라다. 건강을 잃고 떠난 조국이 몹시도 그리운 추석이 코앞이다. 어느 덧 송이 한 상자

들고 찾아 뵐 경제 개발에 앞장섰던 어른들 떠난 자리에 백발로 앉아 아이들에게 헤븐

조선의 멋진 비전을 보여주지 못해 안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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