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 [문예정원] 나이테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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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하태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9-10-11 08:29 조회2,156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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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린 / 캐나다 한국문협 부회장
체면이고 자시고
겉치레 따윈 아예 없다는
겨울나무 한 그루
비바람에 눈보라에
온몸으로 한 자리만
꼿꼿하니 버텨 서 있는
겨울나무 한 그루
매일 아침 으레
두 눈 감고 기도한다
언 땅속 깊숙이
튼튼한 고집을 박아 놓고
온 잔뿌리 힘을 다해
오늘 하루 양식을 뽑아 올리는
커다란 나무 한 그루
너구리도 다람쥐도
마구 뛰노는 바람에
팔다리가 휜다 해도
아빠는 언제나 힘이 세단다
잘린 가지 생채기
찬 바람에 호호 불며
하루하루 벌어 사는
키 커다란 나무 한 그루
그 밑동에 자리 잡은 우리에게는
그래도 호탕하게
'얘들아, 새봄 되면
나이 한 살 더 먹어라. 옜다, '
큼직한 테 하나 척하니 걸쳐준다
아이 좋아라,
오빠와 난
파란 마음 싱싱하니
둥근 마음 넉넉하니
나이테,
꼬마 나이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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