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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바다건너 글동네] 동산에 풀꽃처럼 잊혀진다 하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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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안봉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9-10-16 12:41 조회1,45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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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98584c3cf6d468a371d944bc21e04_1571254797_9633.jpg  안봉자 (사)한국문협 캐나다 밴쿠버지부 회원


공동묘지의  잘 가꿔진 잔디밭 사이로 이리저리 뻗은 오솔길을 따라 걷노라면, 사람 사는 여느 마을 못지않게 아늑하고 정겨움이 느껴지곤 한다. 날씨가 좋으면 좋은 대로, 바람 불고 비 오는 날이면 또 그러한 대로, 공동묘지는 그때마다 주는 느낌이 각각 다르다.  

 

   이즈음 가을 색이 짙어가고 있는 공동묘지는 또 다른 모습으로 다른 색깔의 감회를 보는 이의 가슴에 안겨준다.  새봄의 연둣빛 새잎과  한여름의 갈맷빛 녹음이 경이롭고 아름답듯이, 윤기 흐르는 초록빛 잔디밭에 나란히 누운 수천 개의 동판을 굽어보는 가을 햇살의 그윽한 눈빛은 또 얼마나 부드럽고도 아름다운가? 

 

   남녀노소, 빈부와 신분의 고하 등, 이승에서의 모든 허상을 뒤로하고, 넓은 풀밭에 똑같은 크기의 땅 한 조각씩 반듯하게 차지하고 누워 있는 저 많은 무덤의 임자들에게도, 한때는 크든 작든 꿈으로 빛나는 천도 빛 젊음이 있었음을 생각할 때, 우리도 언젠가 그날이 오면, 이렇게 돌아와 홀로 누울 그 날을 어찌 한 번쯤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있으랴.

 

   누구든 사흘 낮과 밤을 생과 사의 문턱을 넘나드는 사람 옆에서 그 마지막 모습을 지켜본 사람이면, 한 생명이 평생 붙잡고 있던 목숨의 줄을 놓는다는 것이 얼마나 처절하도록 엄숙한가를 알게 될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의 생명이 얼마나 존엄한 것이며, 살아 있음이 곧 축복임을, 그리고 살아 있는 매 순간이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 것임을, 또한 가슴 깊이 깨닫게 될 것이다.  일상에서 의식적으로든, 또는 무의식적으로, 외면했던 죽음의 의미를 되새기고, 삶의 진정성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도 한다

 

   모든 것은 흙에서 와서 흙으로 돌아간다는 엄연한 자연의 법칙 (The Laws of Nature)를 어찌 허무와 슬픔으로만 받아들이겠는가. 오히려 가을 나무처럼 ‘새로 옷을 갈아입음’이라고 생각해야 옳지 않을까?  이는 아마도 우리의 육신을 흙으로 환원시키고 나면 이승에서의 생은 일단 종결되겠지만, 영혼은 우리 각자가 생전에 지은 업業 ( Karma)에 따라, 그에 어울리는 새 몸을 얻어 새로운 모습으로 바꾸어 입고 태어난다는 불교의 윤회설을 내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오늘 죽은 한 생명의 육신은 비록 무덤에 들거나, 혹은 한 줌의 가루가 되어, 지수 화풍地水 火風으로 환원되고 난 뒤, 동산의 풀처럼 남은 자들의 기억에서 서서히 사라져 간다 할지라도, 다른 몸을 받아 태어난 영혼은 어느 내세의 길목에서 어떤 형태로든 전생에서 헤어진 인연과 다시 만나게 될는지 모를 일이다.

 

   공동묘지에 오면, 어차피 빈손으로 돌아가는 인생, 살아서 천금을 쌓는 일보다 좋은 인연 만드는 일이 한결 더 중요하다는 불가의 가르침이 어느 때보다 더 가슴에 와 닿는다.

 

 

 

… (상략)

 

언젠가 그날 / 맨 처음처럼 빈손으로 돌아와/ /그림자 없는 마침표로 누우면 / 바람과 안개와 산그늘 사이에서/ /동산에 꽃처럼 / 조금씩 잊혀 가리 / 우리는.

 

…. (Omitted)

 

Someday, on that day, when / We come back here empty-handed like the First Day, / And lie down as a shadow-less period mark, / We’ll be slowly forgotten / Between the wind, the fog, & the mountain shade / Like wildflowers on the hillside. -- / You and I.

 

           - 나의 시 <공동묘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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