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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바다건너 글동네] Over the Rainb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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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민완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9-10-22 10:57 조회1,65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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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efbd08050d6277c8f0317d5ed5d34_1571767003_7294.jpg 민완기(사)한국문협 캐나다 밴쿠버지부 회원
 

1939년도 영화 ‘오즈의 마법사’에는 캔자스 한 농장에 사는 도로시라는 여자 아이가 저 멀리 미지의 세계로 탈

출하고 싶은 마음을 담아 부른 노래 ‘Over the Rainbow'가 담겨져 있다. 늦은 저녁, 책상에 앉아 이리 저리 인터넷 서

핑을 즐기던 차에 우연히 한 블로그의 배경음악으로 듣는 ‘쥬디 갈란드’의 목소리는 가을비처럼 촉촉이 가슴을 적신

다.

Somewhere over the rainbow, way up high,

There's a land that I heard of once in a lullaby.

저기 어딘가에 무지개 너머 저 높은 곳에

자장가속에서나 한 번 들었던 나라가 있다고 들었어

Somewhere over the rainbow, skies are blue,

And the dreams that you dare to dream really do come true.

저기 어딘가에 무지개 너머에 하늘은 푸르고

네가 감히 꿈꿔왔던 일들이 정말 현실로 나타나는 나라

캐나다로 이민을 결정하고 어느 날 시청 뒤 무교동 소재 코오롱 빌딩 4층인가에서 캐나다 영사와의 인터뷰를 무

사히 마친 후, 신체검사를 해도 좋다는 통보를 받는 순간의 그 설레임이 무지개처럼 떠오른다. 당시 중학교와 초등학

교를 졸업하는 두 아들과 전업주부인 아내, 그리고 미지의 땅에서 바로 생계와 바꾸어 쓸 수 있는 그 어떤 기술도 전

무한 상태로 출발 준비를 하면서 마음 한 편을 짓누르던 불안함까지도 또한 그 무지개 색깔의 일부분이었던 기억이

선명하다.

Someday I'll wish upon a star

And wake up where the clouds are far behind me.

언젠가 나는 저 별에게 소원을 빌고 / 그리고 구름 저 건너에서 잠을 깰거에요

Where troubles melt like lemon drops / Away above the chimney tops /

That's where you'll find me.

걱정은 마치 레몬사탕처럼 녹아내리고 / 저 굴뚝 꼭대기 보다 더 높은 곳 그 위에 /

내가 있을거에요

동화의 모습처럼 삶을 순항하는 시간들도 있었다. 한국에서부터 해오던 수업을 이곳에서 하게 되고, 주말이면

모국어의 중요성을 전파하는 전령사로, 주중에는 UBC의 연구원으로 한국어 교재를 만들어 가면서 보낸 시간들이 무

엇보다 내게는 레몬 사탕이고, 또한 굴뚝 꼭대기에 앉아서 불어오는 미풍을 즐기는 순간들이 아니었을까.

Somewhere over the rainbow, blue birds fly / Birds fly over the rainbow,

무지개 저 너머 어딘가로, 파랑새는 날아다니고, / 새들은 무지개 너머로 날아가네

Why, oh why can't I? / 왜 나는 왜 날아갈 수 없는 걸까?

한 개인의 삶에도 굴곡이 있고 부침이 있는 것처럼 인간 실존의 한계성 앞에서 우리는 무기력 해질 수 밖에 없

게 된다. 무지개를 찾아 떠났던 젊은이가 깨진 기왓장을 들고서 늙어 돌아온다는 이야기나, 인간 세상을 버리고 청산

을 찾아, 바다를 찾아 자유롭게 살겠다고 훌훌 떠돌아 다니던 방랑객이 결국은 술을 통해 위안을 얻는다는 청산별곡

과 같은 노래나, 무지개 너머로 갈 수 없는 안타까움 앞에서 하염없이 파랑새를 부러워하는 도로시의 그 마음들이 결

국은 모두가 동어반복의 표출인 셈이다.

그러나 절망 중에서도 얻게 되는 희망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나의 삶이 ‘Over the rainbow'가 아니라 ’Close to

 

the rainbow' 즉, 무지개라는 환상에 그저 가까이 가려고만 했던 과정은 아니었나 하는 아픈 깨달음이다. 인간 실존의

한계성을 무너뜨리고 나 자신이 파랑새가 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지금 나에게 주어진 삶의 여건들과 아울러 아무 조

건 없이 그저 주어진 그 귀한 선물을 마음껏 누리고 또한 기뻐하며 즐기는 데에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과거 식민지 시대의 한 평론가는 자신의 문학 세계의 전향을 두고, “잃은 것은 문학이요, 얻은 것은 이데올로

기”라는 회한을 남긴바 있지만, 나의 이민의 삶을 같은 통사 구조로 표현해본다면 “잃은 것은 세상 즐거움과 경쟁심

이요, 얻은 것은 평강과 구원의 내밀한 기쁨“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이 가을. 무지개 너머를 꼭 한번쯤 다녀왔으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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