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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문예정원] 돌아온 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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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신순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9-11-08 09:24 조회1,81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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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2fc279bc931aad3fc7eefc533339057_1573233885_2779.jpg신순호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어, 내 신발이 없어졌어.”

교실에 도착하여 신발을 갈아 신으려던 아라는 깜짝 놀랐습니다. 분명히 어제 집에 가기 전에 벗어서 사물함 바구니에 넣어 두었던 신발이 없어진 것입니다.  아이들이 학교에 오면 외투와 신고 온 신발은 교실 밖 사물함 바구니에 넣어두고 실내화로 갈아 신습니다.  당황한 아라를 도와 리아도 함께 다른 아이들의 바구니를 찾아보았지만 모든 아이들이 다 실내화를 갈아 신을 때까지도 신발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제 새로 사서 기분 좋게 신고 온 첫 날 이런 일이 생기자 아라는 너무 속이 상했습니다.

“너 신발에 이름 적어 놨지?”

“아니… 한번도 이런 일이 없어서 설마하고 안 적었어.”

“에이, 그럼 누가 주웠어도 못 찾아주겠네.”

아라와 리아는 학교 분실함까지 다 찾아보았지만 결국 집에 갈 시간이 되도록 신발을 찾지 못했습니다. 엄마에게도 말 못하고 속을 끙끙 앓던 아라는 다음날 아침 학교에서 다시 샅샅이 찾아보았지만 역시나 신발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누가 가져갔나 봐.”

“그렇다면 범인은 새 신발을 신은 사람이겠군. 발 사이즈가 비슷하고”

허둥대는 아라와 리아를 지켜보던 자칭 탐정 마이클이 한마디 거들었습니다.

“일단 발사이즈가 비슷할 4학년과 5학년을 조사해 보자.”

  하지만 모든 아이들의 신발을 다 조사할 수는 없었고 더구나 비슷한 신발을 보아도 무턱대고 내 신발이라고 주장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래도 점심시간에 나와서 노는 아이들 사이에서 같은 디자인의 새 신발을 신은 2명 정도가 의심이 갔습니다. 그 중 한 아이는 아라보다 한참 작았으나 다른 아이는 아라보다 한 학년 위로 4-5학년 통합반이라서 아라네 교실 바로 맞은편 반이었습니다.   더구나 그 아이는 방과 후 수업에 참여하는데 하필 그 수업은 아라네 교실에서 하고 있었습니다.  짙은 의심은 가지만 어떻게 접근을 해야 할지 망설이던 마이클은 꾀를 내었습니다. 범인이 스스로 신발을 가져오도록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는 쉬는 시간에 맞은편 교실에 가서 작년에 같은 반이었던 시타로와 소피아에게 가서 큰 소리로 이야기를 했습니다. 곁눈질로 의심이 가는 아이가 근처에 있는 것을 살피면서 말입니다.

“어제 아라가 새로 산 실내화를 잃어버렸대.”

“어쩌다가? 이름 안 써놨어?”

“설마 친구 것을 가져갈까 싶어서 안 써놓았대. 우리 학교에서는 한번도 그런 일이 없었잖아. 그래도 서로 신발이 바뀔 수도 있는데 이름 안 써놓은것은 아라 잘못이지 뭐.”

“어떻게 생긴 신발인대?”

“회색 스케치 브랜드인데 사이즈는 2야. 어제 처음 신은거라서 완전 새거야.”

“분실함도 찾아 보았어?”

“어제는 없었대.”

“아라가 어디 딴 데다 둔거 아냐?”

“그건 아니야. 그제 집에 갈 때 사물함에 벗어 두는걸 나도 봤거든.”

“설마, 그래도 누가 친구 신발을 훔쳐 갔을까?”

“나도 그렇게 생각해. 누가 실수로 바꿔 신었을 것 같아. 게다가 아라가 신발에 이름은 안써놨지만 아라만 아는 표시를 해 놓았대.  내일 아침까지 신발을 못 찾으면 선생님한테 말씀드릴거래.”

“아라만 아는 표시가 있으면 바로 애들 신발을 조사해 보면 알겠네.”

“그러니까. 너희도 혹시 회색 스케치 새 신발 신은 애 있으면 좀 알려줘.”

“알았어. 아라가 얼른 신발을 찾았으면 좋겠다.”

“아마 누가 주웠으면 이름이 없으니까 오늘쯤 분실함에 갖다 두지 않겠어?”

 마이클은 큰 소리로 수다를 신나게 떤 다음 자기 교실로 돌아오면서 빙그레 웃었습니다. 의심 가는 그 아이가 눈에 안 띄게 신발을 슬며시 벗어서 책상 서랍안에 넣는 것을 보았던 것입니다. 입이 근질거렸지만 마이클은 시치미를 떼고 누가 주워서 가져다 놓았을 지도 모르니까 아라에게 내일 아침 분실함을 찾아보자고 말했습니다.

   다음날 아침 아라가 허둥지둥 학교에 도착하자 마자 분실함 앞으로 가니 마이클이 빙긋 웃으면서 서 있었습니다. 손에는 아라의 새 신발이 들려 있었습니다.

“꺄아, 내 신발이다!”

“네 것인지 어떻게 알아?”

“신발 끈 매듭을 보면 알지. 풀어지지 말라고 삼촌한테 배운 방법으로 묶었거든 .”

“하하, 진짜 너만 아는 표시가 있었구나?”

“무슨 말이야?”

“아무튼 신발이 돌아온 걸 축하해. 그리고 지금 바로 이름 쓰는 게 좋을 것 같아.”

“맞아, 맞아. 고마워.”

“이름만 써놨어도 바로 찾을 수 있었을 거 아냐. 어쩌면 잃어버리지 않았을 수도 있지.”

아라는 마이클의 말이 옳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많은 학생들 중에 똑같은 가방, 똑같은 연필, 똑같은 신발을 가진 아이들이 당연히 있을 것입니다. 소중한 내 물건을 지키려면 이름을 꼭 써 놓아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아라는 누군지 모르지만 신발을 주워서 분실함에 갖다 놓아서 고맙다고 생각했고, 마이클은 아마도 그 아이가 자기 신발로 착각해서 신었다가 돌려 준거라 믿기로 했습니다.  수업시작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자 아이들은 서둘러 후다닥 교실을 향해 뛰어갔습니다.  오늘도 신나는 하루가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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