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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바다건너 글동네] 리처드 볼턴 공원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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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송무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9-11-14 09:05 조회2,23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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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23dbb8165d03201373b6179fa8ff88_1573751131_0748.jpg송무석

(사)한국문협 캐나다 밴쿠버지부 회원

 

 

 

버나비 마운틴 꼭대기의 사이먼 프레이저 대학교(SFU) 동쪽 위 편에 아주 작은 공원이 하나 자리 잡고 있다. 어찌나 작은지 전혀 공원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아 종종 부근을 산책하는 나도 몇 해 동안 이곳이 공원이라고 생각지 못했다. 우연히 작은 동판에 새겨진 글을 읽다가 간단한 놀이기구가 몇 개 있는 작은 놀이터 같은 이 공간이 리처드 볼턴 공원 (Richard Bolton Park)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바로 옆에 있는 큼직한 물 저장 시설 때문에 더욱 작고 초라해 보이는 이 공원 같지 않은 공간이 리처드 볼턴을 기념하기 위한 공원이다.

 

동판에 따르면 1914년부터 1951년까지 시 재무 담당자였던 그는 버나비의 많은 공원 부지를 확보하고, 공원으로 지정하는데 영향을 미쳤고 특히 버나비 마운틴의 넓은 땅이 공원으로 지정되는데 기여했다고 한다. 그래서 버나비시는 그가 공직자 및 자원 봉사자로서 지역에 기여란 공로를 인정해 이 작은 땅을 그의 이름을 딴 공원으로 지정했다고 한다.

 

내가 감동한 것은 바로 이 부분이다. 한국에도 세종로, 충무로, 율곡로와 같이 위대한 위인들의 이름을 따서 명명한 거리나 장소가 있다. 그러나 우리와 같은 평범한 시민을 기려 공원 이름을 지은 경우를 나는 알지 못한다.

 

이런 차이는 왜 생기는 것일까?

 

지난 9월 29일에는 캐나다 전역에 걸쳐 각 학교에서 테리 팍스 달리기 행사가 열렸다. 1958년 마니토바에서 태어나 1980년 뉴웨스민스터에서 죽은 그를 모르는 캐나다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는 요즘 사람들이 열광하는 대단한 유명 운동선수도 아니었지만. 캐나다 시민권 시험 책자인 <<Discover Canada>>에도 척수 연구 기금을 모으기 위해 휠체어를 타고 세계를 돈 릭 한센과 함께 그의 이름이 나온다. 캐나다인들에게는 테리 팍스와 릭 한센이 영웅으로 생각되는 것이다. 테리 팍스는 19살에 골육종이라는 악성 암을 진단 받고 한쪽 다리를 절단해야 했지만, 좌절하지 않았다. 도리어 다리를 절단하고도 최초로 뉴욕시 마라톤을 완주한 딬트롬(Dick Traum)의 영향을 받아 캐나다를 횡단하는 “희망의 마라톤(Marathon of Hope)”을 시도했다. 이를 통해 암을 퇴치하기 위한 연구 기금을 모으고 일반인의 경각심을 일깨우고 난치병에도 굴하지 않는 의지를 보였다. 비록 그는 “희망의 마라톤”을 마치지 못하고 죽었지만, 캐나다인들은 바로 그의 용기와 의지를 높이 사 그를 기린다.

 

1867년 자치 정부를 구성함으로써 시작된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고 나라가 멸망할 지경의 위기를 겪어보지 못한 캐나다인들은 이순신 장군이나 세종대왕 같은 커다란 업적을 남긴 인물을 손꼽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우리가 쉽게 다가설 수 없는 성인(聖人)이 아니라 공원 자리를 지정하기 위해 노력한 리처드 볼턴 같은 어찌 생각하면 지극히 평범한 시민을 잊지 않고 기념하는 캐나다 사회가 부럽다. 이처럼 작은 기여를 높이 평가해 주는 사회이기에 캐나다인들은 자원봉사도 하고 작으나마 열심히 사회에 참여하는 게 아닐까? 대단한 업적을 남기지 않아도 사회에 대한 작은 기여로 테리 팍스처럼, 리처드 볼턴처럼 사회가 기억해 준다면 기쁘지 않은가? “사람은 죽어 이름을 남긴다”는데 평범한 나도 무엇이 되었든 캐나다 사회에 작은 기여를 함으로써 이 사회에 흔적을 남길 수 있다는 희망을 품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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