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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바다건너 글동네] 아름다운 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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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추정 강숙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9-12-05 08:58 조회2,06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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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47586c9f439593187b1ce7e3dedccc_1575565117_9013.png추정 강숙려

  (사)한국문협 캐나다 밴쿠버지부 회원

 

맛은 몸소 체험하여야 하는 생리적이고 감각적이라면, 멋은 바라 보기만 하여도 되는 여운적이고 교양적이겠다. 맛스런 삶을 가꾸며 멋있게 살 수 있다면 행복의 자리에 앉은 것이겠다. 몸과 마음이 건전하며 자상까지 한 남자를 만난다면 더욱 좋겠다. 때 맞추어 긴 여행을 준비할 줄 알고, 돌아오는 길엔 작은 리본을 맨 선물 하나 내밀 줄 아는 남자를 만나는 것은 멋과 맛이 어우러지는 앙상불이겠다. 또한 몸과 마음이 양순하여 상냥한 여인을 만나는 것도 기쁨이겠다. 빈틈 없는 듯 하면서 열어 줄줄 알고 사치한 듯 하나 낭비하지 않고 화려한 듯하나 가난을 두려워 않는 부드럽고 싱그러운 여인을 만나는 것도 맛과 멋이 어우러지는 조화이겠다.

 

이 아침 조락하는 낙엽을 보면서 새로운 삶의 일면을 엮는 것은 역설적인 일이긴 하지만 빠저 나가는 시간 속에서 아쉬움을 다시 엮어 보는 마음이기 때문이다. 

 

예전에 나는 젊은 청년들을 눈 여겨 보고 그들의 모습이 여간 사랑스럽게 보이지 않을 수 없었다. 모름지기 과년한 딸 자식을 둔 부모로서 한번쯤은 지나가는 젊은이들을 눈 여겨 보기 마련이기 때문이었다. 몸과 마음이 상냥하고 양순한 아름다운 눈을 가진 딸아인 그 당시 배움의 가치에 매달려 뛰어 다니니 에미 된 마음으로 여간 염려스러운 것이 아니라 걱정하면 “엄마, 다 때가 되면 임자가 찾아 오게 되어있어요.” 했다. 그 말에도 일리는 있었지만 딸아이 곁에 머물고 싶어하는 아름다운 청년들을 밀어 내기만 하는 모습을 그냥 보고만 있자니 안타까운 마음이었다. 인생관은 누구나 다른 법이니까 어디에 기준을 둘 수는 없지만 기본적인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았을 것이기에 나는 딸아이의 인생 한 모퉁이를 간섭하고 싶었던 것이었다. 딸아이가 맛과 멋을 내포한 싱그럽고 근사한 젊은이를 만나서 짝을 지어 나란히 내 앞으로 걸어 오는 것을 보는 것은 참으로 행복이 될 것 이기게 맘 조렸었다. 이제 그 맘 조리던 시절도 먼 옛날이 되어 아름다운 세월로 수 놓아지는 오늘이다. 

 

어느새 여든의 고개를 훌쩍 넘기신 어머니는 칠십 여년 전, 노비를 거느리고 가마를 타고 시집을 오셨었다. 나이 열 일곱에 신랑 얼굴도 못 본채 혼례를 치루고, 첫 밤을 맞이셨으니 얼마나 두렵고 떨렸을까 싶다. 가끔 짖궂게 여쭙기라도 하면 그래도 훌륭한 신랑 이였다고 일축하시며 얼굴 붉히시는 고운 어머니, 언제나 성경 읽으시고 화분 손질로 낙을 삼으시는 단아하신 어머니를 뵈오면 아직도 나는 소녀가 된다. 세대의 바뀜을 눈으로 피부로 느끼며 살아오신 어머니는 “너흰 참 좋은 세상에 산다.” 하시며 지난 세월을 회고 하신다. 어머니의 회고하시는 말씀을 듣고 있으면 참 고운 분이심을 느끼게 된다. 사람 한 평생 어찌 좋은 일만 있겠는가 만은 어머니는 좋은 기억들만을 갖고 계시니 행복하신 분이시고 또한 고운 분이시다. 사람들은 잊어도 좋을 만한 때가 되어도 끝까지 어둡고 괴로운 기억에 매달려 스스로를 갉아 먹고 힘들게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될 수 있는 한 나쁜 기억은 버리고 좋은 기억만 남기려 하는 긍정적인 자세의 사람도 있는 것을 본다. 선자는 불행한 대열에 선 사람이고 후자는 지혜로운 사람이며 자기 스스로는 물론 주위 사람까지도 편안하게 해 주는 사람일 것이다. 사람 한 평생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세월이지만 살아가는 동안에 우리는 많은 것을 잃으며 또한 얻으며 집착과 애착으로 아집이 굳어 간다고 여긴다. 그러나 내게서 가장 큰 것을 잃어 보라. 세상이 하얗게 보이고 나면 모두를 비울 수 있게 되리라. 이 세상에 남길 내 것이 아무 것도 없으며 집착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리라. 나를 비우므로 자유로워지는 것을 알게 되리라. 집착에서 해방 되면 두려움이 없게 되고 매사가 긍정적이 되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랬을 때에 내 안에 퍼져있는 행복의 향기를 맡게 되는 것이다. 어머니에게서는 늘 이런 향기가 내게로 날아옴을 나는 맡는다. 내 아이들에게도 나는 이런 향기를 주고 싶다.

 

세상은 날마다 변하고 자유는 너무 남용 되여 방종으로 흐르고 있지만, 사랑으로 감싸는 무리가 더 크다면 염려 않아도 되리라 본다. 멋과 맛을 풍길 수 있는 싱그러운 젊은이들이 이 땅에 있는 한 아직은 긍정적인 세상이 아닐까 싶다. 세상은 넓고 자유로우며 세월은 아름다움으로 차 있다. 이 아름다운 계절에 맺어 지는 젊은이들을 위하여 멋과 맛의 이름으로 행복의 잔을 높이 들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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