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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바다건너 글동네] 歲暮斷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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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민완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9-12-26 09:35 조회1,60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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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d873421914663484e5ae12afbcddc67_1577381698_8721.jpg민완기  (사)한국문협 캐나다 밴쿠버지부 회원

 

1. 물의 세 가지 가르침

 

추적추적 내리는 비와 함께 밴쿠버 특유의 겨울나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비가 세상의 모든 잡티들을 다 쓸어 모아 갔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하늘에서 떨어져 또 다시 물과 구름으로 자유롭게 떠다니다가 세상 어느 한 켠에 내려앉을지 궁금하기만하다. 내리는 비 소리를 듣다가 문득 노자의 上善若水 가르침이 떠오른다. 인생 가운데 언제나 최상의 방법은 물처럼 사는 것이라는......힘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겸손하고, 부드러운 표정으로 흐르는 물. 그 물의 세가지 성정을 닮고 싶다. 

 

첫째, 물은 유연하다. 물은 네모진 그릇에 담으면 네모진 모양이 되고 세모진 그릇에 담으면 세모진 모양이 된다. 물은 어느 상황에서나 본질은 변치 않으면서 주어진 상항을 탓하지 않고 순응할 줄 안다. 

둘째, 물은 놀라운 힘을 갖고 있다. 물은 평상시 골이 진 곳을 따라 흐르며 벼 이삭을 키우고 목마른 이의 갈증을 위로한다. 그러나 물이 한번 용트림 하면 바위를 깨부수고 둑과 언덕을 넘어뜨린다. 

셋째, 물은 낮은 곳으로 흐른다. 그것은 벼가 고개를 숙이는 것처럼 겸손하게 자신을 낮추는 것이다. 사람으로서 누가 이처럼 낮은 곳으로만 몸을 두려 하랴만 물이 마침내 도달하는 곳은 드넓은 바다이다. 

 

2. 내 삶의 Renaissance를 꿈꾸어 보며…

 

나이 50이 되어, 5학년이 되던 10년전에는 무언가가 아쉽고 더 부지런히 뛰어야겠다는 다짐이 컸었는데, 6학년이 되는 올해의 기분은 그야말로 맥없이 꼼짝 못하고 당한 느낌이랄까?. 앞으로는 내 삶 가운데 다시는 맞지못할 기해년의 생일을 어느곳에서 보내는게 좋을까 연초부터 고민하다가 어렵게 정한 곳이 르네상스의 발원지인 피렌체였다. 

두오모 성당과 우피치 미술관의 종탑 위에서…

베키오 다리 금은방을 지나 다리 중간에 마에스트로 벤베누토 첼리니의 동상 앞에서…

피티 궁전과 보볼리 정원을 사색하며 걸으면서…

착각일까? 다시(re) 태어남(naissance)의 환상을 경험하였다면……

 

3. 세모에 바라는 것 

 

   어느덧 또 세모의 시간에 이 생각 저 생각, 꼬리에 꼬리를 무는 연상과 사념들의 종착지는 결국은 어렵사리 ‘모국어’로 귀결된다. 내 뼈와 살과 피 가운데에는 분명 모국어라는 조혈 세포가 숨 쉬고 있기 때문이다. 내 이름과 내 나라의 이름도,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의 이름도, 그리고 감사와 회개의 기도까지도 언제나 모국어로 드릴 수밖에 없기에…

한 해가 정말 강물처럼 흘러간다. 그러나 흘러가는 저 프레이저 강물은 우리를 보고 흘러간다고 이야기하는 듯하다. 진정 우리는 흘러 흘러서 어디로 가는 것일까? 한 해 한 해 우리는 흐르고 흘러서 결국에는 끝닿는 어딘가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그 날이 오면 내가 가장 마지막까지 간직했던 우리말을 가지고 나를 빚어 보내주셨던 그 분께 아름다운 시를 한 편 선물해드리는 가슴 벅찬 상상을 해 보며 또 한 해를 종이배 띄우 듯 멀리 띄워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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