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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문예정원] 바지 패션의 변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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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현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0-01-31 09:15 조회1,34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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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f9e2e6eadf1245135cdf64859c1f0c3_1580490920_0358.jpg김현옥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한국에서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다닐 때는 교복이 있어서, 사복을 입을 기회가 거의 없었다. 대학을 들어갔던 1969년에 바지 하단으로 넓어지는 나팔바지가 유행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일자로 된 스트레이트 바지를 입다가 나팔바지를 입은 사람들을 보면 최신 유행의 감각을 살린 듯하여 멋지게 보이기도 하였다. 멋을 내는 많은 젊은 여성들과는 달리 별로 옷차림의 유행에 관심도 없이 살았던 것 같다.  그러나 그 시절에는 양 장점에서 외출복을 맞추어 입던 때였고, 유행에 따라 옷을 만들게 되어 나도 그리 하단이 넓지 않은 나팔바지를 입고 지냈다. 분수에 맞지 않게 지나치게 비싸고 화려하게 차리고 다니는 대학생들이나, 사람들을 볼 때 옳지 않다고 생각하였다.

그 후 1970년 중반에 캐나다에 이민 와서 최초로 블루진 바지를 입게 되었는데, 바지통은 그리 넓지도 좁지도 않았던 것 같다. 그 후 2000년에 한국을 방문하였을 때, 조카가 바지가 폭이 넓고, 바지 길이가 길어 땅에 닿아 너덜거리는 합바지 청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그 바지가 한창 유행이라고 하였다. 그 후 2010년도쯤에는 바지 폭이 좁아 지어, 바지통이 넓은 통바지, 합바지를 보면 구식으로 보기 싫게 느껴졌다. 바지 천을 화학 약품으로 처리하여 오래된 천처럼 빛 바래고 낡은 천처럼 만든 청바지들도 유행하였던 것 같다. 그 당시 무릎 부분을 찢은 청바지들을 입은 젊은이들도 간혹 보였다.  그후 바지가 하반신에 딱 붙어 형태가 온전히 보이는 레깅 스타일의 바지나, 스키니 바지가 유행하는 것 같다.  요즈음에는 다시 바지 폭이 약간 넓은 바지를 입는 사람들도 보이긴 하지만, 바지 길이가 발목 위로 있는 9부 팬츠가 유행인데, 여름에는 상큼하게 보여서 좋아 보인다.

이곳 캐나다에 이민 와서 살면서, 가장 편하게 느껴지는 것 중 한 가지가 이곳에서는 옷에 있어서 유행을 따르지 않아도 부담 없다는 점이었다. 한국에서는 어떤 색깔과 스타일의 옷이 유행이라면 많은 사람이 그런 옷을 입어야 구식이 되지 않는 문화와 풍습이었던 것 같았는데, 이곳에서는 꼭 그래야 할 필요가 없이 살고 있다. 십 년 전의 옷을 내가 입고 나가던지, 혹은 다른 사람이 오래된 스타일의 옷을 입던지 그것은 우리가 전혀 서로 관심을 가질 필요도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더운 여름에 스웨터를 입거나 외투를 입은 사람을 보아도, 추운 겨울에 짧은 팬츠를 입은 사람을 보아도 상관할 일이 아니다. 자신의 몸의 상태에 따라 형편에 따라 입는데, 누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이곳 사람들은 전혀 유행에 민감하지 않다고 믿고 살아왔었다. 바지 폭이 좁아 지기 시작할 때에, 유행을 무시하고 이미 가지고 있는 바지 폭이 넓은 바지들을 그대로 입으려고 하였다. 그런데, 쇼핑몰에 나가 보니 대부분의 사람이 바지 폭이 좁은 바지들을 입고 다니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 모임에서나, 거리에서나, 바지 폭이 넓은 바지를 입은 사람들을 보면 너무 흉하게 보였다. 어떻게 그 넓은 바지 폭의 바지를 입었을지를 생각하게 되기도 하였다. 예전에는 좋게 보였던 것이 유행에 따라 미적 감각이 변하게 됨을 느낀다.  그래서 결국 나도 바지 폭이 좁은 바지들을 사 입게 되었다. 그래도 더운 여름에는 아직도 바지 폭이 넓은 여름 바지들을 입고 다니곤 한다. 아무리 바지 폭이 좁은 것이 유행이고 멋있게 보인다고 하더라도, 넓은 폭의 바지가 바람 잘 통하고 시원하기 때문이다. 

계절 따라, 세월 따라, 유행도, 미적 감각도 변하지만, 요즈음 나에게 아직 이해할 수 없는 바지 패션이 하나 있다. 바지 천의 여러 곳을 해어지게 만든 너덜너덜한 패션의 바지이다.  지나 다니다 가게에서 해어진 패션 바지 가격을 보면 싼 편이 아니다.  전쟁 후 우리가 자라던 시절에는 사람들의 생활이 어려웠고, 가난한 사람들은 해어진 옷을 기워 입은 사람들도 있었다. 해어진 옷을 입는 것이 부끄러웠던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은 해어진 것이 패션이 되고 유행의 첨단이 되는 시절이 되었다. 예전에는 바지의 한 부분이 퇴색해지거나, 구멍이 나면, 새 옷을 사야 하였으나, 이제는 오히려 그런 부담은 없어지는 것 같다. 그러나, 쇼핑몰에서나 거리에서 보게 되는 해어진 바지가 나에게는 전혀 멋있게 보이지 않으니, 바지패션에 대한 나의 미적 감각은 아직 시대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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